▲영도는 처음으로 깊은 상처를 토해내는 다정을 가만히 꼭 안아준다.
tvN
영도는 자신의 아픔이 타인까지 아프게 할까봐 사랑하기를 주저하는 인물이다. 그토록 많은 환자들을 따스하게 맞이하고 도우면서 정작 자기 자신을 위한 사랑은 할 줄 모른다. 심장병을 앓던 영도는 어릴 적 형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 의사로서 첫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한다. 그러다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받고 살아난다. 그는 7회 아픈 자신을 위해 죽을 사들고 온 다정에게 상처들을 내보이며 이렇게 말한다.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10년 생존률이 50% 정도밖에 안 돼요. (...)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강다정씨를 좋아하게 됐기 때문이에요. 보통은 누구를 좋아하게 되면 영원히 같이 있자 이런 약속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데 나는. 그래서 말인데 우리 친구 할래요?"
영도의 이 말에 집으로 돌아가던 다정은 다시 달려와 그를 꼭 안아준다(8회). 아마도 이는 당신의 상처를 다 내가 수용하고 포용하겠다는, 그래도 괜찮다는 위로였을 것이다. 이에 영도는 이렇게 내레이션한다.
'그 밤 당신이 안아준 사람은 형을 잃은 11살의 나였고, 환자를 잃은 26살의 나였으며, 세상에 빚을 질 수 없어 당신조차 잃으려 하는 바보 같은 지금의 나였다.'
아마도 이 때 영도는 자신의 상처를 타인과 함께 나누어도 괜찮다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만난 다정은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영원히 함께 하자 그런 말은 필요 없어요. 진짜 영원이 뭔지 어차피 본 일도 없고, 두 시간 짜리 영화에서는 두 시간이 영원이잖아요. 나는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8회)
사실 그렇다. 모든 사랑엔 끝이 있다. 연애를 하다 이별을 하든, 결혼했다 이혼을 하든, 아니면 백년해로 하다 사별을 하든, 모든 사랑은 끝이 난다. 때문에 영원하지 못할까봐 끝이 날까봐 사랑을 시작하지 못한다면 정말 영원히 사랑을 할 수 없게 된다. 사랑이 끝나더라도, 그 사랑을 통해 내가 성장했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했던 기억들을 마음에 새긴다면, 사랑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다정의 말은 영도에게 이런 깨달음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영도도 사랑하기 위한 용기를 낸다.
좋은 기억으로 나쁜 기억을 덮을 수는 있어요
이렇게 용기 낸 두 사람은 이제 한층 가까워진다. 9회 다정은 평생토록 한번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를 영도 앞에서 토해낸다. "말하고 싶은데 말이 안 나올 것 같아요. 아무에게도 한번도 말해 본 적이 없어서"라면서도 마침내 상처를 고백하는 다정을 영도는 아무말도 없이 그저 꼭 안아준다.
마치 다정이 영도에게 그랬듯 말이다. 서로 주고받은 이들의 포옹은 '그날의 당신을 안아주지는 못했지만 그 시간을 이겨낸 지금의 당신을 안아주고 싶다'는 가장 따뜻한 위로(7회)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기억을 지울 순 없냐는 다정에게 영도는 의학적 지식을 살려 이렇게 설명한다.
"좋은 기억으로 나쁜 기억을 덮을 수는 있어요." (9회)
이후 이들은 서로의 일상을 물어주고, 소소한 메시지와 선물들을 주고 받으며 좋은 기억을 쌓아간다. 영도의 책을 읽고 다정이 정리하듯 편도체에 새겨진 나쁜 기억들을 해마에 좋은 기억들로 채워나가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이 좋은 기억들은 상처받은 내면의 어린 아이에게 발이 생기게 하고, 상처를 보여줄 용기를 내게 했을 것이다(10회). 이들은 앞으로도 함께 좋은 기억들을 쌓아갈 것 같다. 그리고 함께 쌓은 좋은 기억들은 과거의 상처를 덮어줌은 물론,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힘까지 더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