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자국으로 강제 송환될 뻔했다가 일본 공항에서 구출된 벨라루스 육상 대표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의 망명을 보도하는 NHK 갈무리.
NHK
올림픽의 목표는 오로지 금메달이었다. 선수 개인을 넘어 한 국가와 민족의 사명을 짊어진 도전이었다. 죽을 힘을 다했더라도 은메달이나 동메달에 그치면(?)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정상에 오른 금메달리스트에게 많은 박수와 보상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금메달이 아니거나 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경기 그 자체를 즐기는 문화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메달이 없어도 당당하게 도전을 즐겼다며, 다음번에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며 환하게 웃는다.
오히려 메달 색깔보다는 부상이나 역경을 딛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스토리가 더 많은 감동을 주기도 한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이른바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단거리 수영에서 결선에 오른 황선우는 금메달리스트 못지않은 스타로 떠올랐고, 남자 높이뛰기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 우상혁은 4위로 아깝게 메달을 놓쳤으나 전혀 실망한 티 없이 환하게 웃었다. 탈락이 확정된 후 보여준 멋진 거수경례는 외신에서도 화제가 됐을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몇몇 나라들은 과거에 머물고 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에게 국가를 배신했다는 낙인을 찍어 비난을 퍼붓거나,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올림픽 도중 선수를 강제 송환하려는 일도 벌어졌다.
경기 출전 거부했다는 이유로 강제 송환... 결국 '망명' 선택
이번 도쿄올림픽에 벨라루스 여자 육상 대표로 참가한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는 대회 도중 자국에 강제 송환될 뻔 했다가 간신히 구출됐다.
100m, 200m 등 단거리 경주가 주종목인 치마노우스카는 코치로부터 갑자기 1600m 계주에 출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부당하다고 느낀 그는 상의도 전혀 없이 한 번도 뛰어본 적 없는 계주 경기에 강제로 출전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며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벨라루스국가올림픽위원회(NOC RB)는 지난 1일 치마노우스카에게 본국으로 귀국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코치들이 그를 차에 태워 공항으로 데려갔다. 하지만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공항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신고를 받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가 개입하면서 강제 송환을 막았다.
일본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인근 호텔로 옮겨진 그는 벨라루스로 돌아가면 국가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제3국으로 망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치마노우스카의 사연이 알려지자 벨라루스와 인접한 폴란드가 망명을 받아주겠다고 나섰고, 곧바로 도쿄에 있는 폴란드대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벨라루스 대통령 "메달 못 딴 선수들, 배고픈 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