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업가 백종원이 진행하는 새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 클라쓰>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 28일 방송된 KBS 2TV<백종원 클라쓰> 첫 회에는 백종원과 가수 성시경이 출연하여 외국인들에게 잔치국수를 가르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백종원은 방송을 앞두고 제작진과 사전 미팅을 먼저 제안했다. "KBS와 2년 전부터 논의해 온 프로젝트"라며 "이건 사명감으로 해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모습이었다. 

백종원은 "한류 아이돌이 한국 문화를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해주고 있다면, 진정으로 그 나라의 매력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음식"이라며 "이 프로그램에서 한식을 배우는 대상이 외국인이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제 바람은 이 방송을 보고 한식이 생각보다 쉬운데?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식 붐이 일어나게 하는 게 목표"라며 남다른 의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백종원의 유일한 약점은 영어가 안된다는 것. 영어-요리-토크가 모두 되는   데다 백종원과 친하고 술도 잘마신다는 이유로 성시경이 공동 MC로 섭외됐다.

성시경은 "한식에 대하여 새롭게 배워볼 수 있는 기회"라며 "무엇보다 시청률이 잘나와야 된다"며 걱정했다. 정작 백종원은 "저희 프로그램은 재방송으로 봐도 된다. 의미만 있으면 된다"는 폭탄발언을 했고, 제작진은 자막으로 '시청률도 잘 나와야 해요'라고 호소하며 수습에 나섰다. 성시경이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가르치는 게 어렵지 않을까"라고 묻자 백종원은 망설임없이 "저 아시지 않나? 충분히 쉽게 가르쳐드릴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한식을 배울 6명의 외국인 출연자들이 등장했다. 폴란드에서 온 모델 매튜, 미국에서 온 앱 개발자겸 싱어송라이터 라이언, 캐나다에서 온 배우 에이미, 이란 출신의 에이딘, 한국계 혼혈 미국인 애슐리 선영, 이탈리아 셰프 파브리가 그 주인공이었다. 출연자 대부분은 한국에서 장기거주하며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비교적 익숙한 인물들이었다. 수업을 앞두고 백종원은 '사부님', 성시경은 '성선배'로 호칭을 정리했다.

첫 수업 메뉴는 잔치국수
 
  KBS 2TV <백종원 클라쓰> 한 장면.

KBS 2TV <백종원 클라쓰> 한 장면. ⓒ KBS 2TV

 
첫 수업 메뉴는 잔치국수였다. 한국인들에게 결혼·환갑 등 중요한 잔치마다 접하는 음식으로 각인된 잔치국수는 고려시대부터 그 기록이 나타날 만큼 유서가 깊은 음식이다. 밀가루가 보급되고 멸치국물을 내는 레시피가 자리잡으면서 대중화되었지만, 백종원은 이번에는 고기육수 방식으로 전통적인 잔치국수를 만들어보는 수업을 진행했다. 국수의 긴 가락은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도 알려져 있다. 백종원은 잔치국수 메뉴를 선정한 것과 관련, "이 프로그램이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쉬운 메뉴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출연자들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외국인들이다 보니 표고버섯, 애호박, 대파 등 잔치국수에 들어가는 기본 재료의 이름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첫 수업이다 보니 외국인 출연자들은 기본재료를 손질하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렸다.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MC와 출연자들이 지쳐가는 모습을 보였다. 성시경은 "만일 따로 요리했다면 저는 벌써 잔치국수를 4번 정도 끓였을 시간"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백종원은 요리에 서툰 출연자들이 벽에 부딪힐 때마다 일일이 찾아가 지도했다. 반복되는 실수에 살짝 언성이 높아지자 애슐리와 성시경은 "화가 많다"고 놀렸고, 이에 백종원은 당황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백종원은 요리를 진행하며 여러 가지 한식 재료에 대한 유용한 팁도 전수했다. "다른 재료는 몰라도 한식을 만들 때 참기름만큼은 꼭 한국에서 사 가라. 한국 참기름은 오래 볶아서 고소함이 다르다"고 조언했다. 또한 백종원은 "한국에서는 간을 맞출 때 주로 국간장을 쓴다"고 설명하며 "만일 간장을 구하기 힘든 나라에서는 액젓으로 대체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약 3시간 만에 잔치국수들이 하나둘씩 완성됐다. 시식에 나선 백종원과 성시경은 모두 애슐리의 잔치국수를 1등으로 꼽았다. 멤버들은 서로의 잔치국수를 나눠 먹으며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화제·시청률 모두 잡았다
 
 KBS 2TV <백종원 클라쓰> 한 장면.

KBS 2TV <백종원 클라쓰> 한 장면. ⓒ KBS 2TV

 
백종원은 "사실 방송을 시작하면서 걱정이 많았다. 외국인들을 모시고 한식 레시피를 연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그런데 굉장한 가능성을 봤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방송은 다음주 삼계탕에 도전할 것을 예고하며 첫회를 마쳤다.

그동안 타 방송에서 주로 활동해왔던 백종원이 KBS와 처음으로 손을 잡은 <백종원 클라쓰>는 한식의 세계화라는 시대 흐름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다. 케이팝, 케이 드라마-영화에 이어 이제는 한식 문화를 소재로, 전 세계 어디서든 해외의 다양한 식재료로 제대로 된 한식을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알기 쉽게 전달한다는 목표를 표방했다. 

특히 백종원은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화된 취지에 대하여 "한류와 아이돌의 영향으로 한식에 대하여 궁금해하는 분들이 늘었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는 곳이 드물다"며 "기왕이면 '한식은 이래야 한다'는 최소한의 올바른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미 수많은 요리 방송에 출연했던 백종원이 굳이 '사명감'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백종원은 "해외에서도 구할수 있는 식자재로 비빔밥, 김치찌개, 잡채 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우리 한식이 외국에서도 번역없이 '그 이름' 자체로 불리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백종원의 발언은 자연스럽게 최근 김치를 파오차이로 왜곡하는 등 중국의 문화공정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백종원 클라쓰>는 모든 트레이닝을 마치고 난 후에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외국인 출연자들이 직접 만든 요리로 현장실습을 진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나아가 해외에서 한식을 전파하는 것에 도전하는가 하면, 우수한 출연자에게 한식 장학금까지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프로그램 첫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백종원 클라쓰>는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았다. 여러 가지 돌발상황에도 백종원 특유의 유연하고 느긋한 상황대처능력은 돋보였다. 보조 MC인 성시경도 다수의 요리 프로그램 진행경력을 바탕으로 분위기가 산만해질 때마다 방향을 다잡는 역할을 잘 수행해냈다.

물론 과제도 있다. '외국인 버전의 집밥 백선생'이라는 기시감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미 기존 요리 관련 방송에 너무 자주 출연한 백종원과 그의 진행방식이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원활한 소통에 장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실력도 천차만별인 외국인 출연자들을 짧은 기간 내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백종원클라쓰 KBS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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