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V의 '야인 이즈 백'

카카오TV의 '야인 이즈 백' ⓒ 카카오TV

 
"바람처럼 스쳐 가는 정열과 낭만아
(중략) 나는 야인이 될 거야 어두운 세상 헤쳐가며~" 


​현란한 기타 솔로 연주와 함께 이 노래가 울려퍼지면 시청자들은 김두한의 액션 활극을 보기 위해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2002년 7월부터 2003년 9월까지 장작 124부작으로 방영된 SBS <야인시대>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부터 제4공화국까지 한시대를 풍미했던 '종로 주먹' 김두한의 이야기를 담은 <야인시대>는 시청률 50%를 넘는 전무후무한 인기를 누린 드라마였고, 그 인기의 중심에는 당연히 김두한이 존재했다.   

​주먹 하나로 불의와 맞서는 그의 활약상은 시청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고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공개되고 있는 카카오 TV의 페이크 다큐 예능 <야인 이즈 백>은 바로 그 김두한을 2021년으로 재소환해 만든 콘텐츠로,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볼 사항은 바로 청년 김두한을 연기했던 안재모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드라마 <야인시대> 시청률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의 주인공이었지만 한동안 잊혀진 배우였던 그의 등장은 <야인 이즈 백>이 추구하는 독특한 정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김영철 이전에 안재모가 있었다
 
 카카오TV의 '야인 이즈 백'

카카오TV의 '야인 이즈 백' ⓒ 카카오TV

 
<야인시대>가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각종 인터넷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 문화요소를 모방 혹은 재가공한 콘텐츠)으로 드라마 속 장면과 대사가 널리 활용되기 때문이다. "내가 OO라니"부터 "사딸라"에 이르는 극중 출연진들의 대사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장년' 김두한을 연기한 배우 김영철이 "사딸라" 등으로 각종 CF를 섭렵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린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런데 안재모는 언제부턴가 우리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사실 <야인시대>의 황금 시청률은 청년 김두한으로 분한 안재모가 열연하던 무렵과 일치한다. 그 무렵 안재모는 김두한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해냈고 2002년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할 만큼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후 안재모는 작품 선택의 아쉬움, 소속사 계약 분쟁 등으로 슬럼프를 겪으며 점점 시청자들의 머릿속에서 잊혔다.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한 <야인시대> 인기 부활 과정에서 사람들이 안재모 대신 김영철을 패러디 대상으로 널리 활용한 점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 시절 슈퍼 히어로의 재소환
 
 카카오TV의 '야인 이즈 백'

카카오TV의 '야인 이즈 백' ⓒ 카카오TV

 
<야인 이즈 백>의 주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중년의 회사 CEO이자 최근 SBS 아침드라마 <아모르파티>로 연기자로서 활동을 재개한 안재모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기억을 잃고 만다. 그 후 자신을 진짜 김두한 '킹두한'이라고 생각하게 된 그는 '킹두한 TV' 운영자인 개그맨 이진호, 유튜버 이현석과 더불어 <야인시대> 출연 배우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시내 한복판에서 칼을 팔며 채소를 썰고 있는 쌍칼과의 만남, 김두한 대신 이진호를 연호하는 종로통 시장 상인들로 인해 '멘붕'을 겪게 되는 김두한의 모습, 일본에서만 발매된 DVD 전집을 소장 중인 <야인시대> 덕후 사이먼 도미닉 1인을 위한 팬미팅 개최 등 <야인 이즈 백>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내용을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두 차례에 걸쳐 방영 중이다. 
 
 카카오TV의 '야인 이즈 백'

카카오TV의 '야인 이즈 백' ⓒ 카카오TV

 
​그런데 <야인 이즈 백>은 왜 김두환을 2021년에 재소환한 것일까?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유일한 PD는 최근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10년 전부터 사람들의 분노가 타오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더 심해진 것 같고, 분노에 가득 차 있는 사태가 슈퍼히어로를 원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여기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가 <야인시대> 속 김두한이었던 것.  

딱히 새로울 것 없어 보이는 이야기지만 웃음 꾹 참고 연기에 몰입하는 안재모, 박준규, 장세진, 정소영 등 배우들과 B급 감성을 제대로 쏟아부은 연출력, 그리고 이진호 특유의 개그 감각이 제대로 합을 이루면서 <야인 이즈 백>은 카카오TV의 또 다른 인기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페이크 다큐 장르에 맞춰 <야인시대> 세계관을 정립하고 수십 년 전 인물들이 2021년 현재를 만나 겪게 되는 문화 충격을 적절히 버무리면서 <야인 이즈 백>만의 재미를 확실하게 마련했다.

모바일이라는 환경을 배경 삼아 중장년층에겐 20년 전 드라마의 향수를, 요즘 젊은 세대에겐 마블식 세계관과 B급 정서로 재미를 선사하는 카카오TV의 시도는 현재까진 성공적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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