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에서 채근 역을 맡은 배우 안성기
엣나인필름
배우 안성기에겐 두 번째 광주 민주화 항쟁 영화였다. 다른 게 있다면 피해자와 그 유족 중심이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역사의 비극을 곱씹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아들의 이름으로>에서 그는 아들과의 오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과거 사건에 반성 없는 책임자들에게 복수를 계획하는 오채근 역을 맡았다.
마찬가지로 연출을 맡은 이정국 감독에게도 두 번째 광주 영화다. 연출 데뷔작 <부활의 노래>(1990)로 이미 한 차례 광주 항쟁을 다룬 이 감독은 10억 원이 채 안 되는 초저예산으로 이번 영화를 기획했고, 그의 사정을 안 안성기가 일체의 출연료를 받지 않으며 제작에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말 광주 시민 대상으로 한 시사회에 다녀온 안성기는 그때 분위기를 기억하며 내심 영화에 담긴 의미를 전했다.
출연 배우와 투자까지 역할 다해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것에 "사실 그렇게 언급되는 건 조심스럽다"고 운을 뗀 안성기는 "시나리오 완성도가 높았기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고 출연 이유부터 밝혔다. 실제로 광주 항쟁이 벌어졌던 1980년 5월 경 그는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을 촬영 중이었다.
"1980년 5월 촬영 때 어쩌다 들어오는 소식들이 있었는데 전부 나라에서 만들어 낸 것들 뿐이라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진실을 알 수 있었지. (두 편의 광주 항쟁 영화에 출연한 건) 어떤 부채의식이 있었다기 보단 채근이라는 인물을 통해 사건을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에 진정성과 완성도가 있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지. 노 개런티라는 건 뭐, 영화가 애초부터 저예산인 걸 알고 들어갔기에 뭘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거잖나.
책임자의 진정한 반성이 있으면 광주 시민들의 용서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광주 시사회 때 관객들, 그리고 진행하던 아나운서도 펑펑 우는 모습에 세월이 많이 지났음에도 고통이 남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안성기는 거친 액션도 몇 장면 소화하는 등 말 그대로 몸을 사리지 않았다. 대역 없이 허리띠로 상대를 제압하는 동작을 소화했고, 광주 무등산 또한 직접 오르내리며 연기했다. "대역을 쓸 만한 분량도 아니었고, 액션은 나름대로 어려움 없이 찍었다"며 안성기가 촬영 당시 분위기를 언급했다.
"솔직히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웠다. 배우에게 중요한 분장이나 의상 팀이 따로 없었다. 제 영화 경력에선 처음인 것 같다. 배우들이 각자 알아서 준비했지. 그럼에도 다들 책임감 있었다. 광주 시민분들도 여러 촬영 장소를 제공해주시고 직접 출연하신 분도 있다. 영화적으로 미숙해 보일 수 있는데 시민들이 직접 등장하셔서 오히려 더 사실적이고 의미 또한 있다고 생각한다. 또 박근형 선배가 5.18 주요 책임자로 나오는데 간만에 선배님과 촬영해서 그 느낌이 아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