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방송된 <끔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이게 뭐가 소중한 아들이야! 이게 뭐가 키우는 거야, 죽이는 거지!"
다음 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전쟁은 계속됐다. 엄마는 원격 수업을 준비했고, 금쪽이는 이를 거부했다. 실랑이가 이어졌다. 금쪽이는 악을 쓰며 폭력을 사용했고 엄마는 힘으로 가까스로 제압했다. 그러자 금쪽이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격렬히 저항했다. 급기야 금쪽이는 엄마의 다리에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당황한 엄마는 일시정지 상태가 됐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학교 거부증'이라고 진단했다. 학교 거부증이란 어린아이가 등교를 거부하는 것을 뜻하는데, 일본의 경우에는 학교 거부증이 있는 아이가 14만 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편 금쪽이가 엄마 다리에 소변을 본 건 엄마에 대한 강렬한 분노 표현이었다.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이 경우에는 갈등 수준을 넘어 '혐오'에 가까웠다.
오은영은 엄마가 금쪽이가 보낸 수많은 감정 신호들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엄마는 금쪽이를 낳고 산후 우울증이 있었다며 당시 힘들어서 아이에게 제대로 반응을 해주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2년 전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체벌을 가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누가 이기는지 보자는 심정으로 계속 때렸지만, 결국 금쪽이의 고집을 꺾지 못했었다고 했다.
오은영은 영상을 보면 금쪽이가 싫다고 피하는데 굳이 엄마가 다가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엄마는 그냥 내버려두기도 해봤지만 밤새 휴대폰 게임만 했다고 대답했다. 오은영은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며, 아이와 몸과 말로 실랑이를 하는 것도 부적절한 일이지만 아이를 내버려두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적절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금쪽이는 불안도 높고 자극도 예민한 아이인데, 현재 고집이 너무 세진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이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지시, 제안, 통제 모두 거부했다. 고집이 세다는 건 지나치게 자기주도적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자신이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평온하게 받아들였다. 문제는 엄마가 금쪽이를 대하는 방식이 '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엄마는 말을 명령조로 많이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전까진 힘에 눌려서 꼬리를 내리고 있던 금쪽이는 10대가 되자 힘의 우위를 잡으려고 하고 있었다. 금쪽이는 엄마에 대해 양가적 감정을 품고 있었다. 엄마를 너무 사랑하지만, 가끔씩 자신을 공격하는 엄마에 대해 혼란형 애착을 형성하고 있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앞서 언급했듯 기본적인 행동 제한에 대한 교육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잘못한 행동을 지적하는 일이 없었다.
오은영은 아이들은 자신이 분명 잘못했는데 엄마가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 혼란스러워한다고 설명했다. 금쪽이가 엄마의 다리에 일부러 소변을 봤을 때, 엄마는 혼을 내지 않고 묵묵히 닦기만 했다. 엄마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것이긴 하나 기본적인 규칙과 질서, 제한에 대해 확실히 얘기해야 했다. 같은 맥락에서 금쪽이가 욕설을 할 때도 엄마의 말투는 한결같이 차분했다.
오은영은 금쪽이처럼 고집스러운 아이에게는 반드시 미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시가 아닌 문제해결을 위한 의논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등교를 거부하는 것 역시 대화를 통해 금쪽이의 의견을 묻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엄마는 과거 아이에게 체벌했던 죄책감 때문에 친절한 말투를 유지하려고 했을 뿐 지시적인 말투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지도력이 제로였다.
외출을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삼남매는 엄마의 손을 잡기 위해 쟁탈전에 들어갔다. 모두 엄마의 사랑이 간절했던 것이다. 아이들의 다툼에 손이 두 개뿐인 엄마는 어쩔 줄 몰라했다. 집에 도착한 금쪽이네는 금쪽이의 제안으로 보드게임을 하게 됐다. 금쪽이가 벌칙에 걸리자 분위기는 가시방석이 됐다. 그런데 금쪽이는 웃음을 빵 터트렸다. 자신이 낸 의견대로 벌칙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