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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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작가님.. 아이가 (오후) 1시에 집을 나갔어요."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제작진 앞으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금쪽이 엄마는 사연을 보낸 지 1년이 지나 10살이 된금쪽이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작년에는 무슨 까닭으로 사연을 보냈던 걸까. 당시에는 금쪽이가동생이 태어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솔루션을 받기로 했지만, 촬영을 인지하고 행동을 제한하는 바람에 결국 별다른소득이 없었다. 

그런데 집을 나갔다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일까. 말 그대로 가출일까. 엄마는 금쪽이가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겠다고 하자온라인 수업부터 들으라고 붙잡았다고 했다. 하지만 금쪽이는 말을 듣지 않았고, 화가 난 엄마는 말을 안 들을 거면 나가라고 소리를 쳤다고 했다. 그 대신 마음대로 못 들어온다는 엄포까지 덧붙였다. 그랬더니 금쪽이가 정말 집을 나가버린 것이다. 

질문이 이어졌다. "그런 말을 자주 합니까?" (정형돈) 엄마는 정말 화가 날 때 그렇게 말하는데 횟수로는 4번 정도라고 대답했다. 금쪽이를 그럴 때마다 집을 나갔다. "마지막으로 나갔을 때는 몇 시간 뒤에 들어왔어요?" (장영란) 엄마는 밤 9시에 들어왔다고 답했다. 초등하생의 가출은 많은 위험을 동반하는 심각한 문제이기에 오은영 박사뿐만 아니라 MC들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그런데 영상을 통해 만난 금쪽이는 보는 사람마다 "너무 착한데?"를 연발하게 할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금쪽이는 한없이 밝고 명랑했다. 엄마와 놀이를 하면서 해맑게 웃었고, 아직 어린 동생의 식사도 챙겨주며 잘 돌봤다. 적어도작년에 사연을 보냈을 때의 문제는 더 이상 발현되지 않는 듯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왜 금쪽이는 걸핏하면 집을나가는 걸까. 

"금쪽이, 이제 공부해."

학원을 운영하는 부모는 금쪽이를 혼자 둘 수 없어 학원으로 데려갔다. 공부하라는 아빠의 한마디에 명랑했던 금쪽이는180도 달라졌다. 졸리다며 아이처럼 떼를 써도 아빠가 꿈쩍하지 않자 급격히 시무룩해졌다.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았지만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다. 수학 문제를 푸는 대신 몰래 연습장에 그림을 그렸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양치를 하지않겠다고 버텼다.

엄마 아빠는 단호했고, 결국 금쪽이를 끌어내 화장실로 보냈다. 오은영 박사는 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짜증이난 금쪽이는 분노의 양치질을 했다. 모든 행동에 불만이 가득했다. 요구사항이 명확한 금쪽이는 원하는 걸 들어주면 기분좋아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매번 갈등이 빚어졌다. 엄마는 금쪽이의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연습시키는 과정에서 트러블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엄마한테 억울한 점이 있어. 아무리 내가 아니라고 해도 엄마가 "맞잖아!" 맨날 이래."

한편, 친구들과 있을 때 금쪽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똑부러지게 말을 했고, 놀이터에서 친구를 괴롭혔던 오빠를 불러내 당당히 따지기도 했다. 흡사 해결사 같은 모습이었다. 금쪽이는 왜 집 밖에서 다른 모습일까. 엄마의 부탁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금쪽이가 자기주도적인 반면, 집에서는 부모가 지시를 하다보니 원하는 걸 얻는 자신만의 방식을터득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오은영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금쪽이는 대인관계가 무척이나 중요한 아이였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는 자신이 할 일이많았고, 그 속에서 자기효능감을 느끼고 있었다. 타고 난 본성이 외부 활동과 찰떡궁합이라고 할까. 밖이 더 편안하고 좋은 아이였다. 동생도 잘 돌봤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동생을 보살피며 스스로 가치를 느끼고 있었으나 엄마 아빠는 한마디 칭찬도 하지 않았다. 

또, 금쪽이는 자신의 의사표현이 분명한 아이인데 엄마 아빠가 그 요구를 계속 무시했다. 학원에서 금쪽이가 졸리다고 해도 엄마 아빠는 "공부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잖아."로 되받았다. 그러면 금쪽이는 다리가 아프다고 맞섰다. 10살짜리 아이가 졸리다고 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부모는 그런 아이를 수용하면 될 일이었다. 금쪽이네는 그런 관계의 수용성이부족했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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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양치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이가 뿌리까지 썩은 금쪽이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부모로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양치하는 상황을 늘리'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금쪽이를 '나오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 금쪽이가 졸리다며 양치하는 걸 거부하면 대야를 방으로 가져가서 양치를 시키면된다. 

"네가 하고 싶은 걸 한 거지, 결론적으로? 그럼 엄마도 하고 싶은 걸 하나 할 거야. 당분간 엄마가 말하지 않는데 와서 너의 고집으로 엄마의 기분이 너로 인해 상해 있는 상태에서 '엄마 안아 줘' 소리 하지 마."

집에서 금쪽이는 '기승전 잔소리, 지시, 혼남'의 연속이었다. 마음을 터놓을 곳이 없어 외롭고 속상했다. 오은영은 고학년이 될수록 밖에 훨씬 더 편안해질 것이기 때문에 점점 더 밖으로 돌 수 있어 염려스럽다고 우려했다. 가출했던 문제로 대화를 할 때도 엄마 아빠는 일방적인 잔소리로 일관했다. 금쪽이가 잘못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엄마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엄마도 속상해서 그리 말한 것이겠으나 금쪽이 입장에선 청천벽력과 같은 선언이었다. 오은영의 표정은 매우 심각해졌다. 논리로 무장한 엄마의 차가운 말에 금쪽이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터벅터벅 방으로 들어간 금쪽이는 옷장 문을 열고 그 뒤에 몸을 숨긴 채 소리 없이 울었다. 아이가 느꼈을 상실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오은영은 부모의 걱정이 금쪽이에게 하나도 전달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가출을 선택한 아이의 근본적인 마음을 먼저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엄마 아빠와는 점점 더 벽을 쌓게 되고, 소통이 되지 않는 쪽으로 향하게 될 거라 경고했다. 청소년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아이와 멀어지게 되는데, 그 전 시기에 아이와의 끈이 단단한 상태여야 편안하게 멀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야외활동이 줄어든 시기라 금쪽이도 살이 많이 쪘다. 500g을 빼기로 약속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금쪽이도 최선을 다했지만, 워낙 강도 높은 운동에 지쳐버렸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첨예한 갈등이 폭발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위에 경련이 온 엄마는 배를 움켜잡았고, 그런 엄마가 걱정된 금쪽이는 울음을그치지 못했다. 

"금쪽이는 싫어하는 게 있어?"
"운동하는 거. 그리고 엄마하고 나하고 멀어지는 거. (...) 내가 가는 곳마다 가족이 피신하는 거 같아."


금쪽이는 운동이 정말 싫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정서적 상호작용이 중요한 금쪽이에게 강압적인 방식의 운동은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엄마와 멀어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엄마는 고개를 떨군 채 오열했다. 오은영은 죄책감에 힘겨워하는 엄마에게 다가가 위로했다. 탓을 하자는 게 아니라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대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금쪽처방은 건강이 나빠진 엄마 대신 아빠가 대신 받게 됐다. 오은영은 힘들어 하는 아빠를 위해 상담을 요청했고, 원 포인트 레슨을 통해 관계 회복을 위한 조언을 건넸다. 정서적 상호작용이 무엇보다 중요한 금쪽이에게 지나치게 엄하고 단호한 훈육은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빠는 금쪽이와 대화하기 위해 애썼다. 함께 그림을 그리고 얼굴 분장을 하며 관계를 쌓아나갔다. 

마음을 연 금쪽이는 운동할 때 짜증내지 말고 차분히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고, 힘들다고 할 땐 왜 힘들까 물어봐 달라고말했다. 또, 욱하지 말고 말을 많이 해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빠는 금쪽이와 나눴던 대화를 녹화해 두었다고 금쪽이의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감정 받아쓰기를 하며 공부했다. 금쪽이도 자신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금쪽같은 내새끼> 최초로 오은영과 면담을 먼저 요청했다. 

금쪽이는 질문을 빼곡히 적어와 오은영에게 질문했다. 오은영은 짜증이 나면 과격해지고 몸으로 반응이 나온다는 금쪽이에게 마음은 마음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조언했다. 다리가 아플 땐 마음이 힘들다고 얘기하라고 설명했다. 또, 부모님이 공부 순서를 정해주는데 어떡하면 좋으냐는 질문에는 스스로 순서를 정하고 해결 방법을 생각해 보라고 일일 계획표를 세워보라고 독려했다. 

자기 주도적인 학습법을 장착한 금쪽이는 이제 혼자서도 잘하는 아이가 됐다. 한참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집중했다. 금쪽이가 가장 싫어했던 운동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힘들고 괴로웠던 운동 대신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댄스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제 금쪽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렇듯 아이의 기질에 맞는 훈육 방법을 통해 가족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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