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 지역.
구글 지도.
판공호수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유혈 충돌이 있었다. 지난해 5월에는 양국 군대의 난투극이 있었고, 로힝야족 반군이 미얀마 정부군을 향해 항전을 선포한 2017년 8월에는 두 군대의 투석전이 있었다.
타이완(대만)에서 방송되는 <신탕런야타이 TV(新唐人亞太電視)>의 2020년 5월 11일자 인터넷판 기사 '중공과 인도, 변경 충돌! 병사 150명 상호 구타로 10여 명 부상(中共與印度邊境衝突!150士兵互毆10多人掛彩)'은 "2017년 8월, 쌍방은 라다크 지역의 판공초 호수 부근에서 서로 돌멩이를 투척했다(互相投擲石塊)"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운영 중인 군사력 평가 사이트 '글로벌 파이어 파워 닷컴(globalfirepower.com)'에 따르면, 현재 시점에서 중국의 군사력은 세계 3위, 인도는 4위다. 그 뒤를 일본과 한국이 잇고 있다. 세계적 군사력을 보유한 중국과 인도가 돌멩이를 들고 싸우는 모습은 양국 군대가 상호 자제하고 있다는 증표가 될 수도 있고, 그렇게라도 싸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다는 증표가 될 수도 있다.
판공호수 쪽의 갈등은 최근 가라앉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11일 라지나트 싱(Rajnath Singh) 인도 국방부장관이 이 지역 분쟁과 관련해 "인도와 중국이 라다크 동부 지역에서 단계적으로 병력을 철수하는 데 합의했으며 10일부터 철수했다"고 의회에서 발언한 일이 있다.
이로 인해 국경분쟁이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시점에, 뜻밖에도 BTS로 인해 판공호수 반대편의 분쟁 지역이 거론된 것이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짱난(藏南·남티베트)으로 부르는 지역을 인도 영토로 표기한 지도를 BTS 소속사가 사용했다는 점에 대해 분노를 드러냈다.
영토 분쟁의 진짜 피해자
중국공산당 영문 기관지 <글로벌 타임스>는 24일자 기사 'K-팝 밴드 BTS 대행사 빅히트, 남티베트 관련 부정확한 지도로 공격 받다(K-pop band BTS' agency Big Hit under fire over incorrect map involving South Tibet)'에서 "아이돌 그룹 BTS를 관리하는 남한 K-팝 대행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남티베트를 중국의 일부로 표기하지 않고 그 대신 인도 영토로 보여주는 부정확한 지도를 사용한 일로 인해 중국 네티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한 뒤 이렇게 보도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목요일에 재무정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8쪽에서 각 국가 및 지역에서의 2020년도 수익을 소개하면서 배경 화면으로 잘못된 지도를 사용했다. 이 지도에서 남티베트가 중국 영토에서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한 어느 블로거가 뒤에 중국 소셜미디어 시스템인 더우반(Douban)의 토론 그룹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논란의 발단을 소개하고 나서 "중국은 남티베트가 중국에 속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으며, 인도가 주장하는 이른바 아루나찰 프라데시를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 뒤 자국민들의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부정확한 지도는 많은 중국 네티즌들을 자극했다. '정확한 지도를 찾는 게 어려운 일이냐? 아니면 그저 원하지 않을 따름인가?'라고 어느 중국인 네티즌은 묻는다."
이런 반응을 보노라면, BTS가 휘말린 역사분쟁이 중국과 인도의 것인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완전히 틀리지는 않지만, 이 같은 느낌은 분쟁의 진짜 피해자가 누구인지, 진짜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판단을 무디게 만들 수도 있다.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이 한일 청구권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일본에서 오히라 마사요시 외무대신을 만난 날이 1962년 10월 20일이다. 김종필·오히라 회담이 조용히 이뤄진 이날, 아루나찰프라데시에서는 떠들썩한 대형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군 3개 사단이 역사적 연고권을 주장하면서 이곳을 침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철군했다.
1962년에 벌어진 이 일도 오래전 사건에 속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중국과 인도가 영유권 분쟁의 오랜 당사자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렇지 않다. 중국·인도보다 훨씬 더 오래된 당사자가 있다. 바로 티베트와 영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