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미스터트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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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날 기자와 통화한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래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참가자들에게 엄청난 갑질과 착취행위를 가했음에도 한 번도 제대로 이야기되지 않았다"라며 분노했다. 김 평론가는 "콘텐츠가 만들어지면 방송국은 수익을 올린다. 무명가수, 아티스트가 엄청난 착취를 당하고 있는데 방통위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대중음악을 무시하는 듯한 이 관점 자체가 잘못돼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이 발생하면 수익배분이 응당 이뤄져야 한다. 특히 요즘은 온라인 시대이기 때문에 수익이 다변화 돼 나타나는데 그것을 참가자들에겐 제대로 주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해외에서는 그렇게 값싸게 대우하지 않는다"라고 일갈했다. 또 "사각지대에 있는 뮤지션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방송국 갑질'에 분노하는 목소리는 많지만, 공론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나 참가한 가수들은 이런 불만을 제기했다가 나중에 자신의 가수 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출전자들의 음악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그걸 내걸어서 결국 프로그램이 반응을 얻는 것 아닌가"라며 "전형적으로 출전자들에 의존하는 방식인데도 그에 걸맞은 대가가 그들에게 지불되지 않는 건 상식적으로 접근할 때 한참 잘못된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TV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출연자)에게 고마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옛날 관점이고, 이 시대엔 더욱이 개인의 몫을 존중해줘야 한다"라며 "방송사 측은 광고 등으로 얻는 프로그램의 수익이 어떻게 되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그 일부를 출연자에게 지급하는 게 맞다. 방송사 자체 기준이 아닌 설득력을 갖춘 공식화된 기준을 마련해서 출연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연자들은 출연료를 받아야 다음 음악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것은 상식이다"라고 덧붙였다.
각종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승승장구
한편 이런 불공정한 상황은 비단 오디션 프로그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음악 예능 프로그램 전반에도 불공정한 수익 분배 관행이 퍼져 있다. 2019년 9월 '공정한 음악생태계 조성을 위한 연대모임(공음연)'은 이러한 잘못된 생태계의 문제를 제기하며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관련기사 : "JTBC '슈가맨2', 음원 수익 편취... 피해규모 약 10억 원"
http://omn.kr/1kyuu).
음악인과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등이 모여 만든 모임인 공음연은 같은 해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2>가 가수들의 음원 수익을 편취하려 했다고 폭로했고, 그 대표적인 사례로 멜로망스를 언급했다. <슈가맨2>에 출연해 멜로망스가 부른 '유'라는 곡은 지난 2018년 1월 음원 사이트에 공개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고 10억여 원의 음원 매출이 발생했지만 JTBC가 정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공음연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 사건을 신고했고, 이에 JTBC는 멜로망스에 대한 수익 미정산을 사과했다.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한민국에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눈물로 만들어지는 웃음이라면 과연 떳떳한 즐거움일 수 있을까. 인기리에 방영 중인 <미스트롯2> 역시도 내정자 의혹, 음이탈 후보정 등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지만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겉으로 발설하지 못한, 떨어진 자들의 목소리에도 누군가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