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On > '감사가 뇌를 바꾼다'
<다큐 On > '감사가 뇌를 바꾼다'KBS1

우울증 증상으로 고생할 때 찾아본 책 중 알렉스 코브가 쓴 <우울할 땐 뇌과학>이 있다. 이 책은 뇌의 메커니즘에 근거하여 우울증을 나아지게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 중 하나가 매일 5가지씩 감사를 하는 것이다.

얼토당토않게 감사라니! 그런데 이 책은 감사야 말로 우리의 뇌를 우울증으로부터 구원하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자기 방어적이고 우울감에 쉽게 빠지는 뇌의 회로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12일 KBS 1TV에서 방송한 <다큐 On> '감사가 뇌를 바꾼다' 편도 이와 같은 내용을 내보냈다. 방송은 음력으로 1월 1일이었던 이 날, 행복으로 인도하는 지름길은 '감사'라고 귀띔했다. 가장 새해 첫 날에 어울리는 덕담이다.

작년 한 해 코로나로 인해 침체되었던 시절, 웃음을 되찾기 위해 '감사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한 이향재씨의 경우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 인간 관계에서 섭섭한 점이 많았다는 향재씨는 "섭섭함 대신 감사할 일을 찾다보니 잘해준 게 떠오르고 그렇게 마음이 건강해져갔다"고 말한다. 감사 운동을 하고 보니 그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게 당연한 게 아니었음도 느꼈다고 한다. 그렇게 하니 향재씨는 안 좋은 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 감사 운동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박이철씨다. 박씨는 말한다. 그간 우리에게 '감사'란 누군가의 자극에 의한 '반응'과 같은 것이었지만, 생각만 바꾼다면 우리의 삶이 더 자유로워지고 행복해 질 거라고 말이다. 

과연 감사가 사람을 변화시킬까?

과연 박씨의 말대로 그렇게 될까? 제작진은 실험을 해보았다. 김해 율산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감사 일기를 써봤다. 처음에는 상투적이고 피상적으로 감사를 하던 아이들은 시간이 흐를 수로 일상에 감사하기 시작했다. 

저학년 아이들이라서 그런 것일까? 이번에는 5학년을 대상으로 감사 실험을 했다. 자원한 16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감사 운동'을 했고, 교사가 이를 기록했다. 

"어머니가 밥을 차려주셔서 감사해요."
"어머니가 밥을 차려주시는데 왜 감사하지?"
"바쁘셔서 못 차려주실 수도 있는데 차려주셔서 감사해요."


처음 '감사 운동'을 시작할 때 학생은 그렇게 답하지 않았다. 불과 3개월의 시간이었지만 학생은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혼이 날 때는 모두 자신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평소 감사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감사하기 시작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는 매일 한 가지 숙제가 주어졌다. "엄마, 오늘 감사한 일이 있으셨어요?"와 같이 가족들에게 '감사'와 관련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숙제를 하면서 학생과 가족들은 자연스레 '감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러면서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어갔다. 묻고 답하는 걸 들어야 하니 자연스레 남의 얘기에 귀기울이게 되었다. 그렇게 배려와 공감이 증가했다. 

학생들 대상 실험 결과에 대해 교육학자들은 한결같이 기대 이상이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피상적이던 감사가 매일 되풀이되며 현실에서 '길어져야'하는 것이 되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임에도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거치고, 각성과 깨달음의 기회를 가지게 된 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보고, 소중한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일상의 소중함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해 내는 과정이 되었다. 

감사는 뇌도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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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뇌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15가지 영역의 뇌파동 검사에서 부정 심리나 뇌피로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뇌피로도가 낮아지면 여유가 생기고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또한 자기 조절과 심신균형 감각이 증가했다. 

지난 2017년 과학 전문지에 게재된 276명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는 단 5분간의 감사 명상이 뇌의 긍정 보상 심리 회로 연결성을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뇌의 변연계 핵심 부위인 전대상피질이 자신과 관련된 것에 반응하는데, 이 부위는 보통 원망 등 부정적 정보에 길들여져 있다. 그런데 감사 등 긍정적 정보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이 부위가 부정적 정보 대신 긍정적인 메시지로 채워지게 된다고 한다.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의 로버트 마우어 교수는 감사를 하며 뇌에서 도파민이 발생하는데 이 도파민은 우리 뇌를 즐거움 센터로 만들며, 이는 뇌의 학습 기능을 활성화시켜 사람들을 창의적으로 만들고 힘든 상황에서도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감사, 삶의 변화

호주의 감사 운동가 레일리 바톨로뮤는 2008년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감사'를 알게 되었다. 시각적인 사람이었던 레일리는 자신의 감사를 '사진'으로 표현하기로 하였다. 레일리의 영향을 받은 로리 포트카는 이웃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그들의 삶을 그림에 담아 전달했다. 그들에 따르면 '감사'는 삶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과도 같다고 한다. 좋은 것들을 더 얻어내기 위해 뛰어다니는 대신, 오늘의 삶에서 더 좋은 걸 발견해 내는 게 바로 '감사'이다. 

경기도 안산시의 한 부품업체에선 지난 2013년부터 '감사 운동'을 해오고 있다. 이 업체는 핸드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는 곳인데, 공정이 이전보다 복잡해지며 불량률이 늘어나자 그것이 그대로 직원들의 감정으로 연결되었다. 직원들은 짜증이 늘고 예민해졌다. 이 회사 CEO는 '감사하면 행복해진다'는 강연을 듣곤 그 때부터 '감사 운동'을 시작했다. 

하루 다섯 가지 감사를 하는 것이다. 물론 처음엔 다섯 가지 감사를 찾는 것이 귀찮고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하기를 2년여, 직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소소하지만 서로에게 말로 나누는 감사로 사람들의 관계가 달라졌다. 이곳 사람들은 감사가 마치 '콩나물 시루'같다고 한다. 콩나물처럼 처음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느날 훌쩍 삶이 달라져 있었다고 한다. 실적을 내기 위한 수단이었던 직원들이 동료가 되었고, 동반자가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임원들은 직원들이 제일 하기 싫어 하는 청소를 솔선수범해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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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의 8군단은 전력 증강의 최우선 전략으로 '감사'를 든다. 4년 전부터 2만 5천 부대원들은 감사 나눔 편지를 쓰고 있다. 부대원들은 '1000 감사 노트'를 쓰며 변화해 갔다. 부모님께 '100 감사 편지'도 보낸다. 이들은 감사 편지에 대해 "안 써보면 모른다"고 단언한다. 부모님들이 자신들에게 주는 사랑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100가지 감사 편지를 쓰다보니,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을 실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방송은 감사를 드러내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다큐를 연 건 걸그룹 포미닛의 지현씨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현한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전통 과자를 가지고 동네 코로나 검사소를 찾기도 했다. 다큐가 의도하는 건 바로 '감사의 표현'이다. 

마음 속 감사는 힘이 없으니, 용기를 내어 자신의 감사를 드러내고 표현하라고 한다. 그래야 자신의 삶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로부터, 작은 것으로부터, 지금부터의 감사가 중요하다. 

우리 삶의 대부분은 이루지 못할 미래에 대한 갈망으로 채워진다. 감사는 그런 불투명한 미래의 갈망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현재에 발을 딛고, 그 현재에서 행복을 길어올리도록 만든다. 삶을 보는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가족에게 주변인들에게 감사를 전해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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