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On > '감사가 뇌를 바꾼다'
KBS1
우울증 증상으로 고생할 때 찾아본 책 중 알렉스 코브가 쓴 <우울할 땐 뇌과학>이 있다. 이 책은 뇌의 메커니즘에 근거하여 우울증을 나아지게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 중 하나가 매일 5가지씩 감사를 하는 것이다.
얼토당토않게 감사라니! 그런데 이 책은 감사야 말로 우리의 뇌를 우울증으로부터 구원하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자기 방어적이고 우울감에 쉽게 빠지는 뇌의 회로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12일 KBS 1TV에서 방송한 <다큐 On> '감사가 뇌를 바꾼다' 편도 이와 같은 내용을 내보냈다. 방송은 음력으로 1월 1일이었던 이 날, 행복으로 인도하는 지름길은 '감사'라고 귀띔했다. 가장 새해 첫 날에 어울리는 덕담이다.
작년 한 해 코로나로 인해 침체되었던 시절, 웃음을 되찾기 위해 '감사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한 이향재씨의 경우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 인간 관계에서 섭섭한 점이 많았다는 향재씨는 "섭섭함 대신 감사할 일을 찾다보니 잘해준 게 떠오르고 그렇게 마음이 건강해져갔다"고 말한다. 감사 운동을 하고 보니 그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게 당연한 게 아니었음도 느꼈다고 한다. 그렇게 하니 향재씨는 안 좋은 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 감사 운동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박이철씨다. 박씨는 말한다. 그간 우리에게 '감사'란 누군가의 자극에 의한 '반응'과 같은 것이었지만, 생각만 바꾼다면 우리의 삶이 더 자유로워지고 행복해 질 거라고 말이다.
과연 감사가 사람을 변화시킬까?
과연 박씨의 말대로 그렇게 될까? 제작진은 실험을 해보았다. 김해 율산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감사 일기를 써봤다. 처음에는 상투적이고 피상적으로 감사를 하던 아이들은 시간이 흐를 수로 일상에 감사하기 시작했다.
저학년 아이들이라서 그런 것일까? 이번에는 5학년을 대상으로 감사 실험을 했다. 자원한 16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감사 운동'을 했고, 교사가 이를 기록했다.
"어머니가 밥을 차려주셔서 감사해요."
"어머니가 밥을 차려주시는데 왜 감사하지?"
"바쁘셔서 못 차려주실 수도 있는데 차려주셔서 감사해요."
처음 '감사 운동'을 시작할 때 학생은 그렇게 답하지 않았다. 불과 3개월의 시간이었지만 학생은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혼이 날 때는 모두 자신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평소 감사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감사하기 시작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는 매일 한 가지 숙제가 주어졌다. "엄마, 오늘 감사한 일이 있으셨어요?"와 같이 가족들에게 '감사'와 관련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숙제를 하면서 학생과 가족들은 자연스레 '감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러면서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어갔다. 묻고 답하는 걸 들어야 하니 자연스레 남의 얘기에 귀기울이게 되었다. 그렇게 배려와 공감이 증가했다.
학생들 대상 실험 결과에 대해 교육학자들은 한결같이 기대 이상이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피상적이던 감사가 매일 되풀이되며 현실에서 '길어져야'하는 것이 되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임에도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거치고, 각성과 깨달음의 기회를 가지게 된 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보고, 소중한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일상의 소중함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해 내는 과정이 되었다.
감사는 뇌도 변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