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은 4집에서 발라드 위주의 음악을 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동아기획
지난 1995년 최고의 작사가 박주연이 가사를 쓰고 고운 미성을 가진 신인가수 박상태가 <나와 같다면>이란 곡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박상태의 <나와 같다면>은 당시 댄스곡이 중심이던 가요계의 심한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쓸쓸하게 잊히고 말았다. 김장훈은 약 3년 전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지 못했던 <나와 같다면>을 리메이크해 4집 타이틀곡으로 들고 나오는 쉽지 않은 모험을 단행했다.
4번째 앨범을 내는 기성가수가 나온지 3년도 되지 않은 신인가수의 노래를 리메이크해 타이틀곡으로 들고 나오는 것은 자칫 무리수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장훈의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1절에서 저음으로 후렴구를 부르며 분위기를 잡다가 2절에서 고음을 내지르며 감정을 폭발하는 김장훈의 창법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나와 같다면>은 2011년 <나가수>에서 김연우에 의해 불려지며 또 한 번 명곡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김장훈이 한창 타이틀곡 <나와 같다면>으로 활동할 때 라디오를 중심으로 <나와 같다면>보다 더 많이 흘러 나오면서 더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 있었다. 바로 유영석이 곡을 쓰고 박화요비의 < Lie > 가사를 쓴 이상호 작사의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였다.
절제된 감정선에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은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김장훈이 부를 때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리메이크도 자주 됐고 경연 프로그램에서도 유난히 자주 쓰였다. 김연우는 컴필레이션 앨범 'Mind Bridge'에서, 김건모는 유영석 20주년 기념 앨범에서 각각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리메이크했고 개그맨 김진수와 가수 장혜진, 버블시스터즈의 영지,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은 <복면가왕>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김장훈은 살벌했던 군부독재 시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구전가요 <사노라면>을 4집 앨범을 통해 리메이크했다. 이 노래는 김장훈뿐 아니라 이승환과 이소라, 윤도현, 리아 등 동료가수들과 함께 불렀다. 물론 <사노라면>은 김장훈 이후에도 크라잉넛이나 싸이 등 많은 가수들에 의해 다시 불려졌지만 김장훈처럼 공연마다 <사노라면>을 빠짐 없이 부르며 애착을 보인 가수도 드물다.
<나와 같다면>과 <사노라면>도 리메이크곡이지만 김장훈은 자신의 초창기 앨범에 실렸지만 빛을 보지 못했던 노래들을 4집에 다시 실었다. 1집에 들어 있던 <햇빛 비추는 날>과 <늘 우리 사이엔>, <내일로>, 2집에 수록된 <예전처럼> 등이 대표적이다. 8번 트랙 <떠나가 버렸네>는 김현식 3집 수록곡을 리메이크한 노래로 4번트랙 이후에는 김장훈의 인디 시절 정서가 깊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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