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모는 노래 만큼 뮤직비디오에 많은 투자를 하는 가수로 유명하다.
스톤 뮤직 엔터테인먼트
데뷔 앨범부터 리메이크 앨범까지 3연속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신승훈의 뒤를 잇는 '4대 발라드 황제'로 자리잡은 조성모는 2000년 여름 발매를 목표로 3집 앨범을 준비했다. 조성모와 함께 많은 히트곡을 배출했던 작곡가 이경섭과 조성모의 호흡은 더 이상 검증이 필요 없었다. 그렇게 순조롭게 3집 작업을 마무리할 때 즈음 가요계를 강타한 놀라운 소식이 들려 왔다. 바로 '문화 대통령' 서태지의 컴백이었다.
1996년 1월 갑작스런 은퇴선언 이후 한 장의 솔로 앨범만 발표했을 뿐 한 번도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서태지의 컴백은 가요계 전체를 긴장시키기 충분했다. 조성모와 김광수 대표 역시 3집 앨범 발표시기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3집 앨범의 완성도에 자신감이 있었던 조성모는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그렇게 조성모의 3집 앨범은 <울트라맨이야>가 들어 있던 서태지 솔로 2집보다 8일 먼저 발매됐다.
결과적으로 조성모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조성모 3집은 발매 4일 만에 100만장을 돌파하며 음반시장을 선점했다. 조성모와 서태지의 음반시장 맞대결은 언론과 호사가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지만 사실 당시 조성모와 서태지는 팬층이 중복되지도 않았고 둘 모두 워낙 '거물'이었던 만큼 애초에 서로의 음반발매시기를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조성모는 3집에서도 뮤직비디오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베트남 현지에서 올 로케로 무려 15억 원을 투자한 조성모의 뮤직비디오는 지금까지와 달리 인기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3집 타이틀곡 <아시나요>의 뮤직비디오에는 조성모가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했고 배우 신민아가 조성모와 멜로 연기를 펼쳤다. 그나마 대중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배우는 '쌍준호(정준호, 허준호)' 정도였다.
<아시나요> 뮤직비오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용사들과의 마찰이 있었지만 수정 작업을 거쳐 이상 없이 공개됐고 뮤직비디오 자체의 완성도 또한 한 편의 전쟁영화를 보는 듯했다. 특히 베트남 소녀를 연기한 신민아는 <아시나요> 전후로 이승환의 <당부>, 브라운 아이즈의 < With Coffe > 뮤직비디오에 차례로 출연하며 '뮤비 여신'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3집의 후속곡은 데뷔 전 조성모의 노래 선생님으로 알려진 정재욱 1집에 수록된 곡을 리메이크한 <다음 사람에게는>이었다. 다소 투박한 느낌의 원곡과 달리 깔끔한 가성으로 고음을 처리한 조성모의 기교와 세련된 편곡이 돋보이는 곡이다. 전주와 간주에 들어가는 내레이션 역시 다수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연기경험(?)을 쌓은 조성모가 한결 애절하고 능숙하게 표현해 냈다.
<다음 사람에게는>은 이미연과 류시원이 출연하는 대형 뮤직비디오와 슬픈 가사, 애절한 멜로디가 조화된 전형적인 조성모표 발라드다. 메가히트를 기록한 <아시나요>의 후속곡으로 활동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조성모는 <다음 사람에게는> 활동을 조금 일찍 끝내고 활동곡을 남성적인 댄스곡 <다짐>으로 바꿨다.
여성듀오 비비 1집에 실린 <최후의 선택>(비비 1집의 프로듀서 역시 이경섭이다)을 개사해 리메이크한 <다짐>은 핑클 3집, H.O.T. 5집 등과 활동시기가 겹치면서 활동 당시엔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진 못했다. 하지만 "빠라밤빰빰빠밤 빠라밤빰빰빠밤 빠라밤빰빰빰빰빰빰빰"으로 시작되는 전주와 재킷 옷깃을 흔드는 안무가 국민적인 화제를 일으키면서 '발라드 황제' 조성모에게 소중한 댄스곡 히트넘버를 만들어줬다.
조성모는 연초에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으로 163만장, 가을에 발표한 3집으로 214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2000년 한 해 동안 무려 377만 장의 앨범을 팔았다. 조성모는 2000년 SBS <가요대전>과 <대한민국 영상음반대상>, <서울가요대상>에서 대상을 휩쓸었다. 데뷔 3년 만에 지상파 3사를 포함해 주요 연말 시상식의 대상을 6개나 휩쓴 것이다. 조성모는 2000년을 '조성모의 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압도적인 성과를 올렸다.
5연속 100만 장을 팔아 치운 음반 시대 '마지막 황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