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화면 캡처
채널A
지난 8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11살, 9살 두 아들을 둔 엄마가 친정 엄마와 함께 찾아왔다. 아빠는 군인이라 집을 많이 비울 수밖에 없었고(특히 코로나19 여파로 휴가도 쉽게 나올 수 없는 형편이었다), 엄마도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따라서 금쪽 형제의 양육은 사실상 외할머니가 담당하고 있었다. 이른바 황혼 육아였다. 남자아이 2명을 케어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닐 터였다.
"엄마 맞아야 돼, XX!"
"그만하라고 XX!"
영상을 통해 만나 본 금쪽 형제들의 활력은 스튜디오까지 생생하게 전해질 정도였다. 형과 금쪽이는 서로 개성이 확연히 달랐다. 첫째는 얌전하고 내성적인 모범생 타입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척척 알아서 했다. 동생과 놀고 있다가도 시간이 되면 혼자 학원에 갈 정도였다. 반면, 금쪽이는 공부보다 노는 걸 훨씬 좋아하는 편이었다. 활달하고 장난기 많은 아이였다.
금쪽이 형제는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외할머니는 손수 아이들에게 밥을 떠먹여주었다. 첫째는 고분고분하게 받아먹었지만, 금쪽이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더니 형에게 손가락 욕을 하며 장난을 걸었다. 할머니가 혼을 내자 발끈한 금쪽이는 할머니의 팔을 때리더니 손가락 욕을 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할머니 왜 이렇게 늙었어요?"라며 막말까지 했다.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금쪽이의 문제적 행동은 계속 이어졌다. 사촌들과 모여 함께 놀이를 하고 있던 중, 이모가 잔소리를 하자 금쪽이는 심통을 부리며 이모를 때리기 시작했다. 또, 트램펄린을 타는 사촌 동생을 발견하고는 밀어 넘어뜨리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보고 포발한 할머니가 혼을 내는데도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대들었다. 할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무릎을 꿇고 벌을 섰다.
금쪽이는 자신이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는 엄마에게도 손가락 욕을 하며 욕설을 했다. 금쪽이를 감당하기 힘든 엄마와 할머니는 아빠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대신 훈육을 맡겼지만, 금쪽이는 통화 중 막말을 하고 발로 휴대전화를 밟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 엄마는 어릴 때는 아빠가 큰소리를 내면 무서워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통하지 않게 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금쪽이만 문제일까. 문제의 징후는 형에게도 나타나고 있었다. 형은 금쪽이가 욕을 하고 투정을 부릴 때마다 강력히 응징했다.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 행위는 금쪽이가 고통을 호소할 때까지 이어졌다. 모범생 형의 두 얼굴이었다. 금쪽이는 엄마를 애타게 부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엄마는 전화 통화를 하느라 뒤늦게 나타났다. 필터링 없는 금쪽이의 욕설에 스튜디오는 술렁였다.
심각한 표정으로 영상을 보고 있던 신애라는 금쪽이에게 욕설이 일상 언어처럼 되어 버린 것 같다며, 특히 엄마와 있을 때 좀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영란은 금쪽이가 선을 넘는 행동을 하는데도 엄마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무심한 것 같다고 했다. 엄마는 처음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훈육을 시도했지만, 이젠 익숙해지고 무뎌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오은영 박사가 나설 차례였다.
"감정을 표현하는 건 말로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데, 이건 배워야 되는 거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날 때 그 순간부터 할 줄 아는 건 아니거든요. 어느 상황에서 내가 느끼는 나의 감정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차린 다음에 어른이 언어로 가르쳐야 돼요."
오은영은 분명한 건 형은 동생을 때린다는 것과 금쪽이는 욕을 한다는 것이라 정리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금쪽이는 공격적인 아이일까?', '금쪽이는 왜 욕을 할까?' 욕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또는 남을 저주하는 말인데, 금쪽이에게는 그런 의도가 보이지는 않았다. 오은영은 금쪽이는 '욕의 생활화' 케이스라며, 욕이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가령, 형의 난폭한 장난이 아프고 속상했던 금쪽이는 그 말을 차분히 말로 설명하기보다 그냥 욕설로 표현해 버린 것이다. 한 단어로 감정을 표출하니 속이 후련했고, 그 경험이 누적돼 일상화된 것이다. 부정적 감정의 표현 수단이 욕이었던 셈이다. 오은영은 (부모가) 아이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알아차리고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욕하는 아이를 훈육하는 비법 3단계'를 제시했다. 우선, 욕하는 즉시 훈육을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서 훈육이란 말로 가르치는 것이지 단순히 사랑의 매를 들거나 호통을 치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은영은 욕을 하는 즉시 제지하고, 아이의 감정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주라고 했다. 그리고 욕을 대신할 '대체 언어'를 가르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