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바이> 스틸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제작과 흥행이 갈수록 묘연한 가운데 요즘 재개봉 영화가 늘고 있다. <화양연화>, <러브레터>, <위플래쉬>, <패왕별희>, <인터스텔라> <다크 나이트>, <인셉션> 같은 쟁쟁한 제목이 우리를 다시 맞는다. 한 시대를 풍미했거나, 숱한 화제를 뿌렸던 작품이 대다수다. 그런 가운데 조용한 화제작 <굿바이>가 다시 상영되고 있다.
2008년 개봉되어 2009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굿바이>. 1975년 구로사와 아키라의 <데르수 우잘라> 이후 일본 영화가 수확한 두 번째 쾌거로 기록된 작품이다. 2008년 14만 한국 관객을 끌어모은 <굿바이>의 당시 제목은 <굿, 바이>였다. 영화의 원제는 '출발'을 의미하는 영어 < Departures >였다.
<굿바이>의 제목은 아무래도 처음 제목 <굿, 바이>가 좋아 보인다. 좋아, 안녕히! 그런 뜻이 담긴 쉼표 하나의 의미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굿바이'는 좀 더 익숙하지만,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작별 인사다. 영화에서 다루는 주제와 소재가 죽음과 결부된 인물과 사건에서 발원하기에 다소 무거운 제목 <굿, 바이>가 나아 보이는 것이다.
출향과 귀향
머리 빠진 듯 객석 곳곳이 듬성듬성 비어있는 도쿄의 음악회. 주인공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가 첼로 연주에 열중한다. 음악회는 나쁘지 않게 끝나지만, 악단 소유주는 그날 악단 해체를 선언하고 깊숙이 허리 숙인다. 거액을 들여 산 첼로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들여다보며 자책하는 다이고. 그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
아내 미카(히로스에 로코)에게 도호쿠의 야마가타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히는 다이고. 2년 전 고인이 된 어머니가 물려준 카페 딸린 이층집이 있는 고향. 다이고의 눈에 크게 들어오는 구인광고. '연령, 경험 무관! 정규직 보장!' 면접을 본 즉시 합격을 선언하는 NK 에이전시의 사장 이쿠에이(야마자키 츠토무).
이렇게 <굿바이>는 아주 느릿하고 평온하게 서두를 열면서 객석을 인도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다이고에게 맡겨진 직분이 아주 희귀한 업종이기 때문이다. 염습과 납관. 고인의 시신을 정결하게 닦아서 관에 넣는 장례를 담당하는 장례지도사 업무다. 달리 말하면 '염습사'나 '납관사'가 될 것이다.
첼리스트 다이고는 진짜 납관사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다이고가 강물을 내려다보며 다리 위에 서 있다. 저 아래에서 연어가 회귀하고 있다. 자신이 태어난 강물의 드센 물살을 사력을 다해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 죽을 줄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고향에 돌아와 산란하고 방정한 끝에 죽음을 맞는 연어를 보는 다이고의 심사는 어떨까?!
죽음의 형식과 남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