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지난 4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휘핏 비트(수컷, 2살)와 닥스훈트 우가(수컷, 5살)이 고민견으로 등장했다. 도심에서 홀로 두 마리의 반려견과 살고 있는 보호자는 비트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천사 같은 비트가 외부인만 보면 얼굴이 확 변해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한번 돌변하면 보호자가 말려도 쉽사리 누그러들지 않을 정도였다.
비트는 소리에 예민해서 바깥에서 들려오는 각종 소음에 즉각 반응했다. 인기척이 나거나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소리에 화풀이를 하며 짖어댔다. 우가는 그런 비트를 피해 켄넬로 몸을 숨겼다. 그 모습을 보며 강형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코비와 담비가 떠올랐기 때문이리라(33회 참고). 당시 강형욱은 괴롭힘을 당하는 담비의 입양을 권유했는데, 같은 일이 반복될까봐 안타까웠던 것이다.
보호자는 비트 때문에 집 안에 가구 및 물건들을 아예 들여놓지 않는다고 했다. 어차피 다 부숴버릴 거라 돈낭비라는 이유였다. 그런가 하면 비트는 사람을 문 적도 있었다. 2층에 있는 화장실로 이동하던 미용실 사장님을 공격한 것이다. 별다른 전조 증상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또, 보호자가 없으면 낑낑거리며 짖는 등 전형적인 분리불안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산책할 때 나타나는 공격성
"산책이 아니라 고난을 겪고 오셨네요."
산책을 할 때도 비트의 공격성은 발현됐다. 지나가는 개를 보면 주시했고, 거리가 가까워지면 흥분해서 짖었다. 다행히 입마개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보호자의 걱정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또, 오토바이를 보면 달려드는 점도 걱정거리였다. 보호자는 그런 비트와 산책을 나가는 게 점점 더 힘겨워졌다고 털어놓았다. 보호자는 매우 위축되어 있었다.
강형욱의 고민도 깊어졌다. 분명 비트와 우가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 이대로 함께 사는 건 서로에게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비트는 기본적으로 예민한 기질이기도 했다. 보호자가 두 마리를 함께 기르는 게 버겁다면 입양을 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강형욱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비트가 보호자를 많이 의존하고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보호자의 의지가 강했다.
그런데 보호자와 비트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 보호자는 동생의 지인이 파양한 비트를 데려오게 됐다며, 사실 비트는 여러차례 파양의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유는 벽지, 장판 등 기물 파손과 산책 시 나오는 공격성 때문이었다. 이전의 보호자들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오자 파양을 선택했던 것이다. 비트의 예민함은 여러 차례 파양을 겪으면서 생긴 것일까.
"보호자님이 비트를 보호해 주려고 하지만 사실은 비트가 보호자를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강형욱은 비트가 오토바이를 향해 달려드는 행동을 보이는 건 보호자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냥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느린 산책'을 통해 비트의 긴장과 불안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미 오토바이 소리를 듣고 흥분한 상태이므로 빨리 나갔다 오기보다 오히려 차분히 기다리며 비트가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라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