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웰컴 투 X-월드>스틸컷
(주)시네마달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시아버지가 같이 살자고 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아내인 시어머니도 두 손 두 발 들고나온 마당에 맏며느리라는 이유만으로 시아버지와 산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일까, 대체 엄마의 속마음은 뭐일까. 감독은 다양한 전제조건을 제시하며 하나씩 탐구해 나간다.
이런 엄마를 보는 나는 결혼에 회의감이 든다. "엄마 난 결혼은 절대 안 할 거야"라고 오늘도 선전포고하지만 엄마는 급구 반대다. 엄마에게 결혼은 꼭 지켜야 하는 약속과도 같아 보였다. 결혼을 인생의 최대 실수라고 말하면서도 딸에게 결혼만은 꼭 하라며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차라리 스무 살 차이가 나더라도 결혼은 하는 게 맞는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결혼을 후회하지만 결혼 안에서 안정과 행복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아니 대체 결혼이 뭐길래. 친가 외가 친척의 결혼식을 살뜰히 챙기는 엄마를 지켜보며 결혼은 절대 하지 말 것을 또다시 되새긴다.
엄마에게 결혼이란 무엇인가
엄마는 어릴 적부터 남편에게 순종적이고 시어른과 일가친척, 제사를 묵묵히 수행하는 외할머니를 보고 자랐다. 죽어서도 시집 귀신이 되어야 하는 일생의 과업이었으리라. 맏며느리의 무게, 결혼의 이상향, 외할머니의 영향 등 복합적인 사회적, 개인적인 가치관이 엄마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런 엄마를 딸인 내가 보기에 안타깝고 싫었다. 좀 벗어나면 안 되는 걸까.
영화를 찍으며 나는 엄마의 지난 12년을 조심스럽게 들춰냈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즐겁고 행복한 기억뿐인데 엄마가 힘들었다는 것은 전혀 몰랐었다. 엄마는 남편이 죽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좌절했고, 매일 수면제를 달고 살았다. 시간이 약이라고 십여 년이 지나자 다시 활달한 엄마로 돌아와 있었지만 속은 곪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