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그동안 '무임승차'를 하려는 식당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간혹(보다는 자주)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백종원이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주기만 기다렸다. 숟가락을 들고 입안에 떠먹여주길 바라는 것이다. 심지어 뻔뻔하게 레시피를 요구할 때도 있었다. 시청자들은 천금 같은 기회가 그런 사장님들을 위해 쓰인다는 데 분노했다.
그럴 때마다 백종원은 착각하면 안 된다며 이 프로그램은 떠먹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버럭 했다. 노력 없으면 솔루션도 없다! 그게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내세웠던 기조였다. 물론 항상 잘 지켜지진 않았다. 어느 정도의 훈계가 끝난 후에는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주곤 했다. 도리가 없었다. 방송에 출연한 이상, 이미 한 배를 탄 이상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일단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맛있냐, 없냐 물어보기도 좀 그런 거 아닐까요, 이거?"
지난 28일, 동작구 상도동 세 번째 이야기가 펼쳐졌다. 가장 눈길이 간 건 아무래도 '하와이언 주먹밥집'이었다. 애초에 백종원은 남편 사장님의 접객 태도를 문제삼으며, 손님을 쫓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재료 보관을 비롯해 위생 상태도 엉망이었다. 오픈 주방은 오히려 독이 됐다. 그 상황을 눈으로 목도한 백종원은 시식을 거부하기도 했다.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음식은 어땠을까. 앞서 지적됐던 문제들을 생각하면 큰 기대를 하기 힘들었다. 실제로도 실망스러웠다. 먼저 조리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주먹밥 1인분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총 12분 17초였다. 백종원은 제육덮밥에 비유하며 재료가 많지 않은 주먹밥은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만드는 게 맞지만, 지금처럼 재료를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거릴면 아무런 장점이 없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맛도 평범했다. 매칠청과 참기름, 깨로 양념한 밥에 햄과 계란 지단을 넣고 파슬리를 뿌린 게 전부였는데, 직접 담근 매실청을 넣은 것 말곤 특별할 게 없었다. 백종원은 편의점 주먹밥과 다른 게 무엇인지, 10분 이상 기다려서 먹을 가치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면서 같은 값이면 김밥을 먹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백종원은 오픈 주방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메뉴를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이 메뉴가 왜 없지 하는 건 이유가 있더라고요. 같은 메뉴라도 상권에 따라 통할 수도 있고 안 통할 수도 있어요."
2주 동안 사장님 부부는 하와이언 주먹밥 3종과 두부 버거, 게맛살유부초밥, 두부면 팟타이 등 6종의 신메뉴를 준비했다. 하지만 노력과는 별개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두부 버거와 두부면 팟타이는 생소한 메뉴에 낯선 조합이라 상권과 맞지 않았다. 재료를 추가한 하와이언 주먹밥은 오히려 김밥에 가까워져 애초의 색깔을 잃어버렸다. 단가와 품만 많이 들어간 셈이다.
남편 사장님의 위생 관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정리와 청소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지만 조리도구를 만진 손으로 재료를 집는 등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였다. 불맛을 입히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화구의 불도 안쪽 것만 켠 상태라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동년배인 남편 사장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던 김성주의 마음도 타들어 갔다.
"두 분은 음식에 재능이 없어요."
마음을 단단히 먹은 백종원은 하와이언 주먹밥집 사장님들이 음식에 재능이 없다고 결정타를 날렸다. 사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건 일반 가정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식당이라면 맛에 더해 조리에 소요되는 시간과 재료 보관 등 치밀한 계산이 필요했다. 미리 계산을 하고 맞지 않는 메뉴는 과감히 버려야 하는데 사장님 부부는 그저 의욕만 앞섰다. 계산 없이 만드는 건 아마추어에 불과했다.
요리 초보인 사장님 부부에게 필요한 건 부족한 기술을 성실함으로 채울 수 있는 메뉴였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했다. 배달 여부를 떠나 손님들이 많이 찾는 메뉴를 찾아야 했다. 모든 조건을 고려하면 단순한 메뉴가 효과적이었다. 결국 백종원은 '숟가락'을 꺼내 들었다. 라면 같은 걸 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만들기 쉬운 인스턴트 라면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보자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