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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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드라마가 의학 드라마의 표피를 입고 있는 건 사실이다. (율제) 병원을 배경으로 의사가 된 20년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까. 이익준(조정석)은 간담췌외과 조교수, 안정원(유연석)은 소아외과 조교수, 김준완(정경호)은 흉부외과 부교수, 양석형(김대명)은 산부인과 조교수, 채송화(전미도)는 신경외과 부교수이다. 당연히 <슬의생>에는 병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동안 의학 드라마들이 줄기차게 그려왔던 병원 내의 권력 다툼이나 대형병원의 상업화, 의료 민영화 등의 사회적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슬의생>은 종합병원 의사들의 일상적 삶에 집중한다. 그리하여 의학 드라마의 장르적 규정에 갇혀 있지 않게 된 이 드라마는 휴먼, 코미디,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눈치 보지 않고) 녹여낼 수 있다. 한마디로 유연하고 자유롭다.
사건이 아니라 인물이 포커스가 됐을 때, 성패는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하느냐에 달려있다. 다행히 <슬의생>은 '슬기로운' 캐스팅을 통해 그 숙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등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주연급) 배우들을 한꺼번에 섭외하며 막강한 '화력'을 구축했다. 이들은 자신의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며 시청자들이 조금의 이질감도 느끼지 못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