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를 앞둔 장우혁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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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같이 국물을 우려내는 요리는 갈수록 맛이 진해진다. 우려내면 우려낼수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처음 봤을 때보다 두 번째가, 두 번째보다 세 번째가 좀더 본연의 모습에 가깝다. 첫 순간에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더라도 언젠간 반드시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만다. 그런 이들을 '진국'이라고 부른다. 요즘 말로는 '볼매(볼수록 매력 있다는 뜻)'인 셈이다.
H.O.T. 장우혁은 '진국'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진정성'이라는 단어도 떠오른다. 그는 H.O.T. 내에서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 1996년 데뷔 후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 세대를 평정했던 H.O.T.였지만, 장우혁은 그 안에서 크게 돋보이지 않는 멤버였다. 강타, 토니안, 문희준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성실한 멤버라는 인상이었다.
그건 캐릭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장우혁은 H.O.T. 내에서 과묵한 캐릭터를 맡았고, 따라서 발언을 할 만한 상황이 많지 않았다. 말을 아낀 만큼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물론 당시 장우혁의 말주변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 '댄스 머신'의 아우라를 지켜나가기 위해 장난기를 꽁꽁 숨겨둬야만 했다. 춤 실력만큼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였지만, 능력에 비해 다소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H.O.T.로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지만 해체는 불현듯 닥쳐왔다. 결코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사건이었다. 멤버들은 두 갈래로 찢어졌다. 장우혁은 토니안, 이재원과 함께 JTL(2001~2004)을 결성해 다시 팬들을 만났다. 2005년에는 솔로 가수로 전향해 성공적인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H.O.T.는 사라지고 없었다.
장우혁을 따라다닌 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