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 팬서>의 포스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마블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매 시리즈가 등장할 때마다 우스개 소리로 마블 히어로 사이의 '재력'과 '능력'에 대한 비교하는 '관례'같은 게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쨌든 결국은 마블 히어로의 본질은 지구를 파괴하는 악당을 제압하는 그 '힘'에 있으니 말이다.
바로 그런 '비교'에서 지금까지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건 자신의 사업체와 강력한 아이언 맨을 가진 '토니 스타크'였었다. 하지만, 이제 그 토니 스타크의 재력마저 우습게 보일 정도로 '다크 호스'가 등장했다. 아니 '다크 팬서', 바로 지난 2월 14일 개봉한 <블랙 팬서>의 주인공, 와칸다 왕국의 왕위 계승자 '블랙팬서'다. 그는 와칸다에만 존재하는 최강 희귀 금속 '비브라늄'의 소유주이며, '비브라늄'에 기반한 와칸다의 선진 과학 기술력과 신화적 힘을 '합체'한 초인적 힘을 자랑한다. 영화에서 '블랙 팬서'는 토니 스타크보다 '부자'이며, 캡틴 아메리카보다 '힘이 센' 극강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통해 어벤저스의 일원으로 '윈터 솔저'를 막는 데 합류했고, 그에 대한 '복수' 대신 '냉동'으로 그에게 자비를 베풀었던 와칸다 왕국의 수장, 그게 <블랙 팬서>의 등장이었다. 그리고 지난 14일 개봉한 <블랙 팬서>는 바로 그 '시빌 워'의 과정에서 급작스럽게 아버지를 잃고 조국 와칸다의 왕으로 재위에 오르게 될 티찰라(재드윅 보스만 분)로부터 시작한다.
'자원 강국' 와칸다의 국왕 <블랙 팬서>세계에 아프리카의 최빈국으로 알려진 와칸다 왕국. 하지만 블랙 팬서의 비행선을 타고 들어간 비밀의 도시 와칸다는 지구 최강의 금속 비브라늄 광산을 기반으로 한 최첨단의 도시라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이 '자원'에 기반한 최강의 부를 가진 비밀스러운 아프리카 왕국이란 설정은 이미 많은 것을 시사한다.
오늘날 다수의 아프리카를 비롯한 이른바 제 3세계의 국가들이, '천연'의 자원을 가지고도 그것들을 '수탈'을 당함으로써 산업혁명 이후의 부국 대열에서 방치된 상태라는 것을, 영화는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그 누구에게도 '수탈'당하지 않았고, '수탈'당하지 않기 위해 '부유한 국가'가 된 와칸다 왕국은 이른바 제3세계 운동의 한 방향이었던 '자원 민족주의'의 가장 이상적 '판타지'를 스크린에 구현해 낸다.
비밀의 국가 와칸다는 비브라늄이란 자원을 기반으로 한 최첨단의 과학 왕국이지만 비행접시와도 같은 비행선에서 내린 차기 와칸다의 국왕이 될 티찰라를 맞이한 건 피카소와 모딜리아니, 마티스, 그리고 다수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 부족적 문화가 현란한 색채의 복식 등을 통해 살아난 전통적 아프리카다. 그리고 그 전통적 문화는 이어진 티찰라의 왕위 계승 과정을 통해, '첨단'의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국'이라는 정치 체제를 갖추고 있어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콜라보되어 있는 국가 와칸다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런 와칸다의 막강한 존재감은 오늘날 '아프리카'의 후진성을 그 부족적 정치 체제의 한계로 설득하고자 하는 입장에 대한 판타지적 반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