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튜디오의 슈퍼 히어로 '토르'의 세 번째 이야기인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가 드디어 개봉했다. 언제나 그렇듯 화려한 볼거리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관객들을 즐겁게 만드는 마블 영화답게 이번 신작 역시 그간의 흐름에선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토르: 라그나로크>에선 영화 못지않게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전설의 록그룹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1970년 명곡 '이미그랜트 송(Immigrant Song)'의 등장이다. 지난 4월 공개된 티저 예고편에서 배경 음악으로 쓰인 데 이어 극 중에선 무려 두 차례나 중요한 장면에 이 곡이 사용되었다.

과거 음악 평론가 스티븐 데이비스는 "신의 망치(Hammer of the Gods)"라는 표현으로 '이미그랜트 송'을 극찬하기도 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주무기인 '묠니르' 망치를 휘두르는 신, 토르에겐 가장 적합한 곡이 아닐 수 없다.

[토르:라그나로크 공식 예고편 영상](23초부터 등장하는 곡이 바로 'Immigrant Song'이다.)

지미 페이지+로버트 플랜트 측의 원곡 녹음 사용 불허

 'Immigrant Song'이 수록된 레드 제플린의 정규 3집 < Led Zeppelin III > 앨범 커버.

'Immigrant Song'이 수록된 레드 제플린의 정규 3집 < Led Zeppelin III > 앨범 커버. ⓒ 워너뮤직코리아


유명 인기 팝송이 영화에 등장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레드 제플린의 곡이라면 예외를 넘어 이변에 가까운 일이다. 쓰고 싶어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게 레드 제플린의 원곡들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레드 제플린의 원곡들은 애플 아이튠즈, 멜론 등 국내외 음원 사이트에선 다운로드는커녕 스트리밍으로도 이용이 불가능했다. 레드 제플린 녹음물에 대한 권리를 지닌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 보컬리스트 로버트 플랜트 등이 한동안 이를 불허했기 때문이다(현재는 정규 음반 모두 서비스 중).

이와 더불어 음반사가 제작하는 각종 컴필레이션 음반에서도 레드 제플린의 원곡을 그대로 수록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 중 하나로 이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여타 인기 가수들의 원곡을 발라드 모음집, 록 모음집 등에서 제법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것과는 대비를 이룬다. 그나마 지난 1998년 레드 제플린의 미국 내 배급사인 애틀랜틱 레코드 창립 50주년 기념 음반에 명곡 'Whole Lotta Love'를 수록한게 거의 유일한 사례다.

유명 음악인들의 명곡들을 자주 영화 속에 삽입하는 할리우드조차 레드 제플린의 원곡 녹음을 그대로 사용한 사례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레드 제플린 Immigrant Song 공식 공연 실황 영상]

<스쿨 오브 락>, 'Immigrant Song'을 사용한 첫 번째 영화

할리우드 영화에서 레드 제플린 원곡이 그대로 수록된 경우는 확인된 사례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가 전부다.

가상의 록 그룹 스틸 워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Almost Famous)>(2000)에선 레드 제플린의 정규 3집 수록곡 'That's The Way'가 영화와 사운드 트랙 CD 모두에 수록되었다. 이는 카메론 크로우 감독이 10대 시절이었던 1970년대부터 록 음악 평론가로 활동하며 지미 페이지, 로버트 플랜트 등과 친분을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번째 사례는 11월 국내 재개봉이 확정된 로큰롤 코미디 영화 <스쿨 오브 락>(2003)이다. 공교롭게도 그 곡은 <토르: 라그나로크>에도 사용된 'Immigrant Song'이었다.

 영화 <스쿨 오브 락> DVD 속 부가 영상의 한 장면. 레드 제플린의 원곡 사용을 위해 주연배우 잭 블랙이 제발 곡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 <스쿨 오브 락> DVD 속 부가 영상의 한 장면. 레드 제플린의 원곡 사용을 위해 주연배우 잭 블랙이 제발 곡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 파라마운트 픽처스


주연 배우 잭 블랙은 촬영 현장에 동원된 엑스트라 관중들과 함께 지미 페이지에게 곡 사용을 간곡히 부탁하는 동영상을 찍기도 했는데 이 영상은 후일 DVD 속 부가 영상으로 삽입됐다.

"그 노래가 없으면... 이 영화는 망해요"라는 잭 블랙의 애원이 통했을까. <스쿨 오브 락>은 영화 및 사운드 트랙 모두에 레드 제플린의 곡을 넣는데 성공했다.

사실 이 영화를 연출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지난 1993년 청춘 코미디 영화 <멍하고 혼돈스러운 (원제: Dazed and Confused)>의 제목을 레드 제플린의 곡에서 따온 전력이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엔 원곡 사용을 허가 받지 못한 씁쓸한 경험을 맛봤다.

[영화 스쿨 오브 락 공식 예고편]

곡 리메이크 허가는 비교적 수월한 편

자신들이 녹음한 곡을 다른 영화나 음반에서 사용하는 데는 깐깐한 레드 제플린이지만 리메이크 만큼은 의외로 쉽게 이뤄지는 편이다. 서태지처럼 직접 창작물을 관리하는 방식이 아닌 데다 창작곡 외에는 레드 제플린 역시 고전 '블루스' 곡의 상당수를 리메이크로 발표했기 때문. 레드 제플린은 리메이크 부분에선 큰 제약을 두지 않는다.

덕분에 각종 리메이크 곡 발표와 함께 1990년대엔 트리뷰트 음반 제작 붐을 타고 각종 레드 제플린 커버 음반이 속속 발매되기도 했다.

 지난 1995년 발표된 < Encomium - A Tribute To Led Zeppelin > 앨범 커버. 대표적인 레드 제플린 헌정 음반 중 하나다.

지난 1995년 발표된 < Encomium - A Tribute To Led Zeppelin > 앨범 커버. 대표적인 레드 제플린 헌정 음반 중 하나다. ⓒ 워너뮤직코리아


1995년 발매된 레드 제플린 헌정 음반 < Encomium: A Tribute To Led Zeppelin >에는 로버트 플랜트가 직접 녹음에 참여했다(수록곡 'Down by the Seaside'). 1997년에는 워너뮤직 재팬 주도로 스키드 로우, 건스 앤 로지스, 데프 레파드 등 유명 밴드 소속 멤버들을 총동원해 만든 앨범 < Stairway To Heaven: A Tribute To Led Zeppelin >도 일본, 한국 등에서 발매되었다.

명곡 'Stairway To Heaven'을 비롯해서 'Rock and Roll', 'Whole Lotta Love' 등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리메이크 됐고 지금도 수많은 밴드들의 라이브 애창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시민기자의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수록된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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