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외국인 투수의 '인생역전'을 상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져서 돌아왔고 그를 상대하는 타자들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개막 이후 6경기에 등판해서 전 경기 퀄리티스타트(선발 투수가 한 경기에 6이닝 이상 소화해 3실점 이하 기록)를 기록하고 있는 피어밴드(kt)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평균자책점 부분에서 3위에 이름을 올린 피어밴드는 사실상 팀 마운드의 에이스 노릇을 해주고 있다. 여기에 피어밴드와 함께 외국인 투수 돈 로치, 사이드암 고영표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선발진이 한층 탄탄해졌다. 4월 한 달간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것도 선발 야구의 힘이 컸다.

지난 달 9일 삼성과의 홈 경기에 등판한 피어밴드는 KBO리그 데뷔 이후 첫 완봉승을 거두는 기쁨을 맛봤다. 그 다음 경기였던 15일 LG전에서도 9이닝을 소화하며 LG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2경기 연속으로 9이닝을 소화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 이후에도 좋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맨십(NC), 헥터(KIA)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kt 피어밴드 넥센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지 못한 피어밴드는 kt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며 팀의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 kt 피어밴드 넥센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지 못한 피어밴드는 kt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며 팀의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 kt 위즈


헥터, 맨십이 부럽지 않은 '에이스' 피어밴드

표면적인 기록으로 봤을 땐 헥터와 맨십이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두 투수는 양현종(KIA)과 함께 다승 부분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 세 명의 투수들은 개막 이후 내리 6연승을 달렸다. KBO리그 역사상 개막 이후 개인 6연승은 이례적인 일이다.

피어밴드는 6경기에 등판하면서 4승을 챙겼는데, 패전을 기록한 두 경기에서도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할 정도로 본인의 승패와 관계없이 늘 꾸준했다. 평균자책점에서도 1.67로 헥터(1.65)나 맨십(1.69)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고 헥터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해 선발투수로서의 능력을 맘껏 뽐냈다.

피어밴드의 진가는 세부 스탯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잔루율(LOB)은 89.8%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고 병살타 유도에 있어서도 20번의 기회 가운데 7번의 병살타를 만들면서 35%의 수치로 1위를 마크하고 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88로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닝당 투구수는 12.7개로 리그 내 선발 투수들 가운데 가장 적다. 그만큼 효율적인 투구에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다. 패배한 두 경기에서 타선 지원이 원활했다면 더 많은 승수를 챙길 수도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피어밴드의 경기 초반(1~3회) 피안타율이 .261(2할6푼1리)인데 경기 중반(4~6회) 피안타율은 .167(1할6푼7리)까지 뚝 떨어진다. 경기 중반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선발 투수들이 꽤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피어밴드에게 꽤 의미가 있다.

kt 피어밴드 매 경기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는 피어밴드의 상승세, 계속될까.

▲ kt 피어밴드 매 경기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는 피어밴드의 상승세, 계속될까. ⓒ kt 위즈


이제는 롱런이 중요한 피어밴드, 2015시즌 13승 넘을 수 있을까

개막 이후 이제 딱 한 달이 지났다. 2015년 넥센 시절 30경기에 등판해 177.1이닝을 소화했던 피어밴드는 13승 11패 평균자책점 4.67을 기록해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이후 kt 유니폼을 입고 지난해 31경기에 등판해 182이닝 7승 13패 평균자책점 4.45를 기록, 더 많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만족스러운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꾸준히 경기당 5~6이닝을 소화했던 것은 피어밴드가 다시 한 번 kt와 손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였고, 김진욱 감독 역시 이를 주목하고 재계약을 선택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한 달을 보낸 피어밴드는 5월 첫 등판이었던 3일 롯데전에서도 타선의 폭발 속에 승리투수가 됐다.

이전 5경기에 비해 3일 롯데전에서는 위기 상황도 몇 차례 있었다. 6이닝을 소화하며 10피안타 4사사구 2실점을 기록, 출루를 허용한 타자들에 비해 실점을 최소화하며 위기 상황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이 날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2.33으로 개막 이후 가장 좋지 않았고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간 것은 아니었다.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비롯해 너클볼까지 장착하며 '팔색조'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피어밴드는 빠른 구속보다도 다양한 구종과 허를 찌르는 수싸움으로 타자들을 요리하는 유형의 투수다. 결국 2015시즌의 13승을 뛰어넘기 위해선 이 장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듯하다. 피어밴드의 '인생역전' 드라마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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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 출처 = 스탯티즈, KBO 기록실)
프로야구 KBO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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