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FA컵 64강 토트넘 홋스퍼와 애스턴 빌라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선취골을 기록한 벤 데이비스를 축하해주고 있다.

9일 오전 1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FA컵 64강 토트넘 홋스퍼와 애스턴 빌라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선취골을 기록한 벤 데이비스를 축하해주고 있다. ⓒ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이 지난 5일(이하 한국 시각) 리그 선두 첼시와 맞대결에서 2분밖에 뛰지 못한 아쉬움을 2017년 새해 첫 골로 만회하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토트넘 홋스퍼는 9일 오전 1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FA컵 64강(3라운드) 애스턴 빌라와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FA컵 32강 진출 티켓을 따냄과 동시에 6연승을 기록하면서 최근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는 리그가 아닌 컵 대회였지만, 손흥민에게는 매우 중요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스리백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손흥민이 위치한 공격형 미드필드 자리에 한 선수가 주전에서 빠지게 됐고, 경쟁이 더욱 힘겨워졌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4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선두 첼시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델레 알리와 '주포' 해리 케인, '지휘자'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주전 경쟁을 벌여 승리를 따내는 것은 '9월의 선수상'을 받았던 때의 모습을 시즌 내내 유지하지 않으면 불가능에 가깝다.

그 결과 손흥민은 주전 경쟁에서 한 발 밀렸다. 하지만 시즌은 길고 경기는 많다. 9월에 보여줬던 그 모습을 위해 다시 정진하면 된다. 이날 경기가 그 시작일 수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3-4-3 포메이션을 사용했고, 손흥민은 공격 '3'의 왼쪽 측면을 맡았다. 초반부터 움직임이 남달랐다. 아쉽게도 공격 부분에서 진가를 드러낸 것은 아니지만, 공을 빼앗기 위해 압박하는 모습에서 '절실함'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손흥민을 포함한 토트넘 공격진의 전반전 모습은 아쉬움이 많았다. 경기를 주도하기만 했을 뿐, 유효 슈팅은 단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빈센트 얀센은 여전히 성실함을 무기로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그게 다였다. 무사 시소코의 '탱크 드리블'은 상대 수비에 큰 부담을 가했지만,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손흥민 역시 전반 막판 얀센과 볼을 주고받으며 슈팅을 노렸던 장면을 제외하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포체티노 감독이 전반 종료 이후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독려했기 때문이었을까. 토트넘 공격이 후반 시작과 함께 살아났다. 후반 1분 얀센이 손흥민과 볼을 주고받으며 토트넘의 이날 경기 첫 유효 슈팅을 만들어냈다. 후반 6분에는 키런 트리피어의 크로스가 손흥민에게 정확히 연결됐지만, 잡지 않고 슈팅을 시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만 남았다.

후반 16분 에릭 다이어가 중앙선 부근에서 낮게 깔아준 패스를 받아낸 손흥민이 정확하게 볼을 받아냄과 함께 돌아서는 움직임을 통해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만들어냈다. 비록 샘 존스톤의 슈퍼세이브에 손흥민의 슈팅이 막히기는 했지만, 이날 경기에서 가장 좋았던 공격 장면이었다.

공격 과정이 전반보다 좋아지기는 했지만, 득점이 터지지 않자 포체티노 감독은 스리백에서 포백으로의 전환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 선택은 곧바로 선취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25분 조르주 케빈 은쿠두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벤 데이비스가 정확한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상대 골망을 갈랐다.

    9일 오전 1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FA컵 64강 토트넘 홋스퍼와 애스턴 빌라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9일 오전 1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FA컵 64강 토트넘 홋스퍼와 애스턴 빌라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 토트넘 홋스퍼


후반 34분 한국 축구팬들이 기대했던 모습이 현실이 됐다. 오른쪽 측면에서 트리피어와 볼을 주고받으며 페널티박스 안쪽까지 치고 들어온 시소코가 볼을 살짝 내줬고, 손흥민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상대 골망을 뒤흔들었다. 3경기 만에 재가동한 득점포이자, 주전 경쟁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이 득점으로 토트넘은 2-0 승리를 거뒀다. FA컵 32강 진출에 성공했고, 최근 팀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손흥민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냈다. 다만 AS 모나코전 일대일 상황을 떠올리는 듯한 '생각 많은 모습'은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경기 막판 손흥민에게 주어졌던 기회는 굉장히 아쉬웠다. 후반 추가 시간 토트넘의 역습 상황에서 조시 오노마가 스피드를 활용한 드리블 돌파를 통해 수비수 3명의 시선을 끌어줬고, 골키퍼를 제외하고 막을 선수가 없었던 손흥민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하지만 볼을 한 번 잡고, 칩샷을 시도했던 손흥민은 존스톤 골키퍼를 넘지 못했다. 강점인 슈팅력을 믿고, 곧바로 처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손흥민이 득점포를 가동했음에도 아쉬움이 남는 가장 큰 이유는 막강한 경쟁자들의 존재다. 이날 교체 투입을 포함해 최근 5경기 7골을 기록하고 있는 알리와 이번 시즌에도 팀 내 최다 득점자인 케인은 손흥민처럼 '결정력'이 강점인 선수들이다. 특히 이들은 손흥민에게 없는 페널티박스 안쪽에서의 강한 몸싸움과 헤딩 능력도 갖추고 있다. 공간 침투 능력 역시 손흥민보다 뛰어난 것이 사실이다.

물론 포체티노 감독이 스리백이 아닌 포백을 선택한다면, 이들은 경쟁자가 아닌 조력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감독의 선택과 상관없이 손흥민이 지금보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은 최대한 살리고, 약점은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정력'을 살리는 것,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하는 것이야말로 손흥민이 자신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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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VS 애스턴 빌라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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