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문재인의 러브콜(?)에 유시민은 응답할 것인가.

5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문재인의 러브콜(?)에 유시민은 응답할 것인가. ⓒ JTBC


"<썰전>을 했던 시절이 국회의원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저에게 있어 자랑스러웠던 기간이었으니까요."

정말 그럴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강용석 변호사는 거의 울먹이는 듯 보였다. "저... 제... 제가 닭띠... 그 닭띠인데요..."라며 말을 더듬는 모양새가 안쓰러워 보일 지경이었다. 그렇게 <썰전> 200회를 외부에서 축하하는 개국 멤버 강용석이 짠하게 느껴질 만큼, 2013년 3월 출범한 <썰전>의 위상은 몰라보게 높아져 있었다.

이게 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탓이라고 하기엔, <썰전>이 그간 쌓아온 내공과 인맥은 '정치 예능' 영역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 사실이다. "<무한도전>에 이어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2위가 됐다"는 김구라의 자랑이 이제는 전혀 허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시청률은 이미 지난해 11월 9%를 넘기며 최정점을 찍었다.

그에 앞서, 이철희 소장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얻었고, 강용석 변호사는 사생활로 인한 스캔들로 하차했고,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이철희 소장과 함께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러면서 합류한 유시민 작가-전원책 변호사 라인은 예상보다 더 큰 대중적 지지도를 얻었다. 특히나 과거와 비교해 훨씬 더 유연해진 유시민 작가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후했고, 독설가 전원책의 이미지도 동반 상승했다.

지난 2일 방송된 JTBC <신년 토론>에서 불거진 전원책 변호사의 구설수도 이러한 <썰전>의 영향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반향(?)이었을지 모른다. 방영 직후부터 3일 온종일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게 한 놀라보게 달라진 <썰전>의 영향력과 인지도 말이다.

그리고 원래 녹화일인 월요일보다 하루 늦은 화요일에 녹화를 한 5일 방송분은 이러한 전원책을 향한 시청자들의 질타까지 담아내는 여유를 보였다. 그 여유는 200회 축하 인사를 보낸 정치인들과 과거 출연자, 그리고 한 명의 언론인의 면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시민-전원책 콤비와 제작진의 미친 편집력과 섭외력

 5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JTBC로 둥지를 옮겼던 손석희와 <썰전>의 역사는 비슷하다.

5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JTBC로 둥지를 옮겼던 손석희와 <썰전>의 역사는 비슷하다. ⓒ JTBC


"<썰전>이 2013년에 시작됐죠. 그러면 박근혜 정부하고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했네요. 그리고 석 달 뒤에 제가 JTBC로 옮겨 왔는데, 옮겨오기 전에도 봤고 옮겨와서도 봤고 지금도 열심히 보고 있고. 아마도 지금이 제일 재미있는 것 같고요. 앞으로도 계속 더 굉장히 오랫동안 계속해 주길 바라고 열심히 볼 것 같습니다."

같은 JTBC 구성원으로서 덕담일 수 있다. 하지만,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의 덕담은 꽤나 상징적일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와 같은 시기 시작한 <썰전>이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시점이 바로 그 박근혜 대통령의 몰락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 말이다. 더욱이 손석희 사장이 MBC에서 JTBC로 이적한 시점 역시 <썰전>의 출발과 얼마 차이 나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썰전>의 출발과 손석희의 이적은 유일무이한 '정치 예능'의 인기와 JTBC <뉴스룸>의 탄생과 궤를 같이한다. <썰전>과 <뉴스룸>은 JTBC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상승시켰다. <썰전>이 '이철희 국회의원'을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영상으로 축전을 보낸 출연자들만 봐도 그러하다.

"유시민 작가는 정치 안 한다 너무 이렇게만 말씀하시지 말고 언젠가는 운명처럼 정치가 다시 유시민 작가님을 부를 때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싶습니다."

흡사 러브콜과 다를 바 없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썰전>에선 고구마 아니고 사이다)의 축사 말이다. 달라진 전직 정치인 유시민과 <썰전>의 위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멘트가 아닐 수 없었다. 이후 등장한 정치인들도 다를 바 없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세균맨 균블리), 유승민 개혁보수신당 의원(뉴스룸 나오려고 할 때마다 지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호빵맨-공식별명), 김성태 개혁보수신당 의원(전 쉐(?)누리당 특파원 MC 성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장제원 절친(?)), 장제원 개혁보수신당 의원(표창원 절친(?)), 하태경 개혁보수신당 의원(부산 갈매기 하태하태), 구상찬 전 상하이 총영사(자타공인 멀~박(?)), 박원순 서울시장(I 썰전 YOU), 남경필 경기지사(남경필 아니고 북경필), 안희정 충남지사(질리지 않는 충남 쌀밥), 이재명 성남시장(성남의 핵사이다), 강용석 변호사(썰전 개국멤버),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썰전 최연소 MC),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썰전이 배출한 여의도 프린스).

유력 대선주자부터 국회의장과 각 당 대표, <썰전>의 '인라인', 그리고 과거 <썰전> 출연진까지. 그 중 "<썰전>이 없었다면 국회의원이 안 됐을지도 모르죠"라는 이철희 의원의 말이 현실적인 적절한 찬사(?)이자 현주소라면, 가장 낭만적인 멘트이자 최고의 찬사는 안희정 충남지사로부터 나왔다. "전원책 선생은 귀요미 역할"이라며 키스까지 날린 안희정 충남지사의 환한 멘트는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썰전>의 시청자 여러분! 우리는 서로 견해가 같아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견해를 <썰전>에서 이야기하듯 하면 안 될까요? 멱살잡이하지 말고, 뒤통수치지 말고, 국정원 동원해서 댓글 달지 말고, 사찰하지 말고, <썰전>에서처럼 대화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썰전>처럼 하자, 그게 새로운 민주주의 제가 꿈꾸는 새로운 대한민국입니다."

박근혜 시대가 낳은 최대 수혜주

 지난 5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전원책 변호사는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지난 5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전원책 변호사는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 JTBC


물론 이날 200회 방송이 자화자찬만으로 끝난 건 아니었다. 전원책의 "대국민 사과"도 있었고, "이런 태도로 어떻게 대통령을 해요?"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무원칙 이종 신년간담회에 대한 비판도 있었으며, 정유라씨의 체포, '인명진 vs. 서청원'에 가까운 새누리당 내분 사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에 대한 사이다 같은 일침도 곁들여졌다. 그중 핵심은 유시민과 전원책의 대선주자 평가를 다룬 '그자가 알고 싶다' 코너였다.

"문재인 대표 약점은 권력투쟁에 필요한 술수가 부족하다, 장점은 권력투쟁에 필요한 술수가 부족하다." (유시민 작가)
"문재인 대표 장점 없음, 약점 없음." (전원책 변호사)

"대통령 선거에 4년 전에 한 번 출마했잖아요. 공부 안 한 티가 너무 납니다. 다른 분들보다는 나은 거 같은데"라는 전원책 변호사의 직설은 여전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강경발언과 결선투표제, 개헌-제3 지대와의 견제와 경쟁까지 폭넓은 평가가 이뤄졌다. 이러한 잣대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다를 바 없었다.

정점은 앞서 트위터가 발굴하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처음 연주(?)한, 반기문 팬들이 만든 노래 '거목 반기문'의 악보와 연주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만들지 않은(못 한) 찬양가를 만든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평가는 유시민, 전원책 두 사람 모두 박했다.

두 사람은 높은 인지도와 안정감을 장점으로 꼽았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포함해 단점을 훨씬 많이 지적했다. 반면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평가는 '너무' 짧았다.

이른바, 정치의 계절이다. 이미 10% 턱밑까지 시청률 정점을 찍었고, 높은 화제성을 입증한 <썰전>의 인기와 활약은 분명 자가증식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정치의 계절인 데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사태의 여파는 2017년 내내 국민을 괴롭힐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런 와중에 <썰전>은 전원책 변호사의 호통까지 '귀요미'로 포장하는 '미친 편집력'을 만천하에 입증해 냈다.

후발주자인 채널A가 <외부자들>을 통해 진중권과 정봉주, 전여옥이라는 '거센 이빨' 들을 섭외했지만, 아직 <썰전>의 내공을 따라 가기엔 역부족이다. 이래저래, 박 대통령이 만들어준 호재는 <썰전>과 JTBC에 엄청난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건, 이 낯설었던 '정치예능의 전성시대'가 시청자들에게 가져다 준 '한 주간의 이슈 정리'의 재미와 더불어 좀 더 가치 있는 방송가의 지형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JTBC <말하는 대로>가 심상정, 이재명이란 정치인을 섭외하고 '풍자'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래저래 <썰전>은 박근혜 시대가 낳은 방송가의 최대 수혜주라 할 만하다.

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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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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