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마스터>가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다.

<마스터>는 <감시자들>의 조의석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이병헌, 강동원, 김우진, 진경, 엄지원, 오달수까지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필리핀 로케이션이 인상적인 작품인데 필리핀 도심에서 액션 시퀀스를 촬영한 전례는 <마스터> 이전에 <본 레거시>가 유일했다고 한다.

조희팔과 진현필

 <마스터>의 포스터

<마스터>의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화려한 언변으로 사람을 현혹시키며 수만 명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한편, 정관계 인물들을 매수해 조 단위 사기를 진행 중인 원네트워크 진회장(이병헌)은 홍보이사 김엄마(진경), 전산실장 박장군(김우빈)과 함께 사기극의 피날레를 준비하고 있다.

신젬마(엄지원)경위와 함께 그들을 추적해 온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은 박장군(김우빈)에게 원네트워크 전산실 위치와 진회장의 로비 장부를 넘기라며 압박하기 시작한다. 뛰어난 프로그래밍 실력과 명석한 두뇌로 원네트워크를 키워 온 브레인 박장군은 이 기회를 틈타 돈도 챙기고 경찰의 압박에서도 벗어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낌새를 알아챈 진회장 역시 박장군을 압박하게 된다.

영화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진현필의 실제 모델인 조희팔에 대해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조희팔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의료기기 임대사업으로 연간 40%의 고수익을 낸다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후속 투자자들의 돈으로 지속적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며 신뢰를 쌓고 회원을 늘려 전국에 80여 개 법인과 49개소의 센터를 운영한 인물이다.

이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형태의 다단계 폰지 사기극으로 그들은 투자를 빌미로 해외로 돈을 유출했으며 무기명 채권 등으로 돈을 세탁했다. 별도의 전산실 운영해온 조희팔과 그 일당은 수익금 지급이 중단되는 시점부터 피해자들이 의문을 품고 문제를 제기할 시점까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하며 치밀하게 도주 계획을 짰다. 결국 그는 2008년 10월 회사 전산망을 파괴한 뒤 현금화해 둔 돈을 가진 채 도주했고, 12월 9일 태안군 마검포항에서 중국으로 밀항해 사라졌다. 이 사건의 피해자만 3만 명 피해 규모는 4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대부분이 서민이었으며, 30여 명이 자살하기까지 했다. 이후 2011년 중국에서 사망했다는 결코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으며, 도주 과정에서 경찰과 검사가 구속되는 등 정관계 유착까지 밝혀지기도 했다.

영화는 이런 조희팔 사건을 일부 미러링 했다. 의료기기 임대업체가 아닌 금융투자사로 변신했지만, 고수익을 낸다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아 해외로 유출하고 무기명 채권으로 자금을 세탁한다. 그리고 정관계 인물들을 매수하는 한편, 전산실을 파괴 후 해외로 밀항한 뒤 사망 조작 그리고 피해자들의 고통까지 감독은 씁쓸한 실제 사건을 스크린에 옮겨놓으며, 과연 안 잡는 것인지, 잡지 못하는 것인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조희팔 사건을 재조명한다.

하지만 조의석 감독은 씁쓸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다른 결과물을 보여주길 원했다. 그는 투철한 사명감과 사기꾼보다 더 지능적인 경찰 김재명(강동원)이란 캐릭터 배치하였으며, 의도적으로 진회장 일당을 감옥 같은 프레임 속에 넣어 촬영하며, 기필코 그들을 감옥에 넣겠다는 의중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볼거리 많지만, 너무 길다

 요즘 같아선 정말 이런 경찰한명 정도 우리나라에 나왔으면 좋겠다.

요즘 같아선 정말 이런 경찰한명 정도 우리나라에 나왔으면 좋겠다. ⓒ CJ엔터테인먼트




 감독은 지속적으로 진회장 일당을 수직적인 구성요소속에 몰아 넣어 장면을 담아낸다.

감독은 지속적으로 진회장 일당을 수직적인 구성요소속에 몰아 넣어 장면을 담아낸다. ⓒ CJ엔터테인먼트




<마스터>는 영화 전반에 걸쳐 심리전과 두뇌 싸움 그리고 아찔한 액션과 카레이싱 등 다이나믹한 요소들을 빠른 전개속에 녹여낸다. 준수한 오락액션영화를 만들어내지만, 과연 142분의 러닝타임이 필요한 영화였는지 의문이 든다. 편집의 미학이 보이질 않았던 점이 아쉬웠다.

연출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도 어딘가 모르게 빼어남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이병헌은 숨 쉬듯이 사기를 치고 다니는 진회장을 맡아 냉혈한다운 차가운 공기를 뿜어냈으며, 흑발과 백발이 공존하는 헤어스타일을 통해 야누스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게다가 필리핀식 영어까지 구사하는 치밀함을 보여주지만, 악역치고 악랄함의 절정까지는 보여주진 못한듯하다.

이병헌과 강동원을 오가는 박장군을 맡은 김우빈은 특유의 넉살 연기로 영화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적이었다. 반면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을 맡아 작정하고 멋져 보이기만 한 강동원은 그 평면적인 캐릭터에 갇힌 게 아쉽다. 김엄마 역으로 시크한 매력을 뽐낸 진경과 박장군의 친구 '안경남'으로 나와 허술한 매력으로 김우빈과 코믹한 케미를 선보인 조현철 등 조연들의 연기도 인상 깊다.

아쉬운 점은 경찰청장에게 "건국 이래 최고의 게이트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했던 강동원의 바람이 현실을 넘어서지 못해 큰 충격을 선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어쨌든 강동원이 연기한 김재명 같은 인물이 스크린 찢고 나와 현실에도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 속 국정농단 범죄자들이 영화 속 범죄자들을 능가했듯, 영화를 능가하는 정의로운 인물도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스터 강동원 이병헌 김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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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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