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딸> 스틸 사진.
Zambeel Films
영화 속 알라 라키(사미야 뭄타즈 분)는 파키스탄 북동부 산악지대 한 시골 마을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엄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편은 알라 라키 모녀의 바깥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데, 덕분에 알라 라키는 열다섯 살에 시집을 온 그 날 이후 한 번도 어머니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적대 관계에 있는 이웃 부족과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정략혼을 맺기로 한다. 문제는 알라 라키의 딸이 아직 어린 데다 결혼 상대가 호호백발 노인이라는 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 알라 라키는 어린 딸을 데리고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알라 라키의 결정이 목숨을 건 일이라는 건, 비단 파키스탄이 명예살인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에 따르면 이 나라 지방 군벌 조직원들은 총을 들고 자유롭게 활보하는 데 별문제가 없으며, 언제든 사사로이 살인하고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알라 라키의 선택을 모욕으로 받아들인 건 이웃 부족뿐만이 아니다. 알라 라키의 남편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어서, 그는 추적자들에게 딸만 데려오면 된다는 언질을 준다.
명색이 추격전이 스토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쫓고 쫓기는 과정의 스릴감은 그리 인상적인 편이 못 된다. 그런데 할리우드 장르 영화에 익숙한 눈으로 보자면, 이 영화의 긴장감은 엉뚱한 곳에서 발생한다.
이를테면 교통수단이나 도로가 발달하지 않은 탓에 모녀가 얻어 탄 트럭이 달리는 길은 오로지 외길이다. 자동차 추격전이라도 벌어질라치면 그야말로 도망갈 곳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공간적인 특성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긴장감이 만만치 않다.
또한 파키스탄이 남녀의 접촉을 엄하게 제한하는 곳이다 보니, 알라 라키와 그를 돕는 트럭 기사 소하일이 투 샷으로 잡히는 장면에선 성적 긴장감이 팽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명백히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심리적 긴장감이다.
파키스탄 몰라도 즐길 수 있는 파키스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