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두면 각 방송사 예능국이 분주해진다. 언제부턴가 명절은 각 방송사의 차기 편성권을 거머쥘 후보작들의 각축전이 펼쳐지는 전쟁터가 됐다. 많은 이들이 TV 앞에 앉아있는 연휴이니만큼, 파일럿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나면 시청률로든 화제성으로든,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확연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 <동상이몽> <아빠를 부탁해>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은 모두 설/추석 파일럿으로 방송된 후 화제를 모아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들이다. 올 추석에도 역시, 각 방송사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정규 편성의 영광을 노리며 출발선에 대기 중이다. 긴 연휴, 올 하반기를 흔들 기대작을 점쳐보는 건 어떨까?　

파일럿 명가 MBC, 올 추석 키워드는 SNS와 아이돌

MBC는 명실상부 '파일럿의 명가'다. <우리 결혼했어요> <마이리틀텔레비전> <복면가왕> 등이 명절 파일럿 프로그램들 중 가장 높은 화제를 모으며 정규 편성된 것은 물론, 지금까지 MBC 대표 예능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신감 때문인지, MBC는 명절이면 으레 편성하던 특선 영화 한 편 없이, 파일럿 프로그램들을 빼곡히 채워 넣었다.


네티즌들의 실시간 반응을 적극 활용한 <마이리틀텔레비전>으로 재미를 본 탓일까? 이번 M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들은 SNS 등을 이용한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 15일 목요일 오후 11시 편성된 추석특집 <상상극장, 우리를 설레게 하는 리플>은 네티즌들의 댓글을 출연자들이 연기하는 '국내 최초 릴레이 댓글 드라마'를 표방했다. 배우 이종혁이 진행을 맡고, 트와이스 다현, 아스트로 차현우, 허경환, 노민우, 주우재, 문지은 등이 팀을 이뤄 여러 장르의 드라마를 선보일 전망이다.

19일 금요일 오후 5시 30분 편성된 <톡 쏘는 사이>도 SNS를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각 지역 출신 스타들이 자신의 고향에서 지역 주민들과 SNS로 소통하며 네티즌들이 선정한 미션을 수행하는 콘셉트다. 전라도 출신 스타로는 박명수·홍진영·정진운이, 경상도 출신은 허경환·강남·경리, 충청도 출신은 남희석·김수용·박수홍이 참여한다. 전화와 인터넷 없이, 오로지 SNS를 통해 소통해야 하는 출연자들은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SNS 서포터즈'의 도움을 받아 미션을 수행한다.


MBC 대표 명절 예능으로 꼽히는 <아이돌 스타 육상 리듬체조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는 추석 당일인 15일 목요일 오후 5시 15분에 1, 2부 연속 편성됐다. 명절 아이돌 콘텐츠는 또 있다. 아이돌 200여 명이 출연해 요리 대결을 펼치는 <아이돌 요리왕>에는 EXO, 트와이스, 빅스, 방탄소년단, AOA, 러블리즈 등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이돌이 총출동한다. 이들이 만든 요리를 평가할 심사위원으로는 김소희, 이연복, 홍석천 등 스타 셰프들이 참여한다.

연휴 마지막인 주말 저녁은 <닥터고>와 <머니룸>이 장식한다. '국내 최초 건강 집단지성 메디컬 정보 쇼'를 표방한 <닥터고>에서는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에게 명의가 직접 찾아가 건강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김성주와 서장훈이 진행을 맡고 성대현, 박소현, 김새롬이 출연한다. <머니룸>은 궁금하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세상 모든 것들의 가격을 알려준다. 정가가 없는 것들의 가격을 연구결과와 데이터, 서베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하고 그 가격을 통해 세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성주가 MC를 맡고, 노홍철, 백지영, 이상민, 홍석천 등이 출연한다.

이 밖에도 네이버 TV캐스트와 V앱을 통해 방송되던 MBC 웹 예능 <꽃미남 브로맨스>도 명절을 맞아 TV로 자리를 옮긴다. 20대 청춘 남자 스타들이 출연해 우정을 보여주던 프로그램은 추석 특집을 맞아 연령대를 넓혔다. 갓세븐 잭슨과 안효섭, 탁재훈과 이재훈, 노주현과 이영하가 출연해 세대별 남남 절친들의 우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양보다 질! 세 편 파일럿에 승부 건 SBS


SBS는 단 세 편의 파일럿 예능을 선보인다. 연휴가 5일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적은 수. SBS의 선택은 양보다 질이다. SBS가 준비한 '굵직한' 파일럿 프로그램 중 하나는 배우 이영애를 단독 게스트로 내세운 <노래 부르는 스타-부르스타>다. 16일 금요일 오후 11시 20분에 방송되는 <부르스타>는 '노래를 통해 스타를 만난다'는 콘셉트의 새로 음악 버라이어티를 표방했다.

이영애는 훌쩍 자란 쌍둥이 아들 딸을 기르는 '엄마 이영애'의 모습은 물론, I.O.I의 '픽미'부터 윤미래의 랩까지 선보인다. 그동안 보여준 적 없는 스타 이영애의 여러 모습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영애를 맞이할 MC 군단에는 김건모, 윤종신, 이수근, 강승윤 등이 캐스팅됐다.


같은 날 오후 5시 50분에 편성된 <드라마 게임, 씬스틸러>도 있다. <씬스틸러>는 드라마와 리얼 버라이어티가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연기 대결 프로그램이다. 황석정, 박해미, 김정태, 오광록, 정준하, 김신영, 바로, 민아 등이 출연하며 이들은 역할을 바꿔가며 애드리브를 통해 총 4편의 미니 드라마를 완성한다. 연기 경력이 총 199년에 이르는 베테랑 배우들이 보여줄 애드리브의 향연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신동엽은 특별 MC를, 조재현은 이 드라마의 감독을 맡는다.

시구로 화제를 모은 스타들이 대결을 펼치는 <내일은 시구왕>(14일 수요일 오후 5시 50분 방송)도 있다. '백 일루전 시구'의 신수지, '360도 공중회전 태권 시구' 태미, 투구판을 밟고 던져 '개념 시구'로 화제를 모은 에이핑크 보미 등 화제를 모은 시구 스타들이 모두 모인다. 이들 외에도 전 축구 국가대표 이천수와 마술사 이은결, 공명(서프라이즈)&도영(NCT) 형제, 틴탑, 몬스타엑스, 다이아 등 스타들이 시구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들의 시구는 1세대 메이저리거 서재응, 원조 시구 스타 홍수아, 남희석 등 심사위원 평가와 네이버 V 라이브를 통한 전 세계 실시간 투표로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파일럿이 무려 다섯... 총력 기울인 KBS


KBS는 무려 다섯 편의 파일럿 예능을 선보인다. 우선 연휴 첫날인 14일 수요일 오후 8시 20분 방송되는 <트릭 앤 트루-사라진 스푼>은 과학과 마술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위기탈출 넘버원> 이세희 PD, 카이스트 출신 임덕순 PD가 과학적 요소를, 마술사 이은결이 마술 요소를 책임진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숟가락, 순식간에 커피로 변하는 물, 허공에서 멈춘 빗방울 등 과학인지 마술인지 헷갈리는 놀라운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 전현무와 개그맨 김준현이 MC를 맡는다.

15일 목요일 오후 8시 20분에는 전국을 들썩이게 만든, 연대별 유행 댄스 대결 프로그램인 <웬만해선 이 춤을 막을 수 없다-붐샤카라카>가 방송된다. '꼭짓점 댄스'로 국민 댄스 열풍을 일으킨 김수로를 필두로, 이수근·이기광·하휘동·김신영·박하나·김세정·차은우 등 장르 불문 연예계 대표 '춤신춤왕'들이 나서 진짜 댄스왕을 가린다. 단순한 댄스 대결을 넘어,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댄스들을 되짚으며 추억을 소환할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 9시 45분에는 <구라차차 타임슬립-새소년>이 방송된다. 김구라, 차태현, 은지원, 김병옥, 랩몬스터. 공통점이라곤 1도 없는 다섯 남자가 과거로 돌아가 그 시절의 물건, 문화 등을 체험하며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추억을 소환한다. 그 시절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공감을, 젊은 세대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며 웃음을 전할 예정이다.


고정 편성된 음악 버라이어티가 없는 KBS도 추석을 맞아 본격 음악 버라이어티를 준비했다. 연예인과 음악 감독이 한 조를 이뤄 1대1 서바이벌 노래대결을 펼치는 <노래 싸움-승부>다. 비(非)가수 연예인 출연자들의 반전 노래 실력과 국내 대표 음악 감독들의 자존심을 건 두뇌 싸움 등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붙들 예정이다. 대표 음악감독으로는 김형석·윤종신·정재형·윤도현·이상민이, 연예인 출연자로는 선우재덕·임형준·동현배·권혁수·최윤영·이주승·문세윤·김희원·이용진·황석정·김수용·손호영·한상헌·공서영·문지애 등이 출연한다. 16일 오후 5시 20분 방송되며, MC는 배우 남궁민이 맡는다.

연휴 마지막인 18일 일요일 오후 10시 40분 방송되는 <헬로 프렌즈-친구추가>는 동시대를 살지만,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한 기성세대와 요즘 세대의 '친구 맺기'를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김준호, 서장훈, 윤종신, 허지웅 등 '아재 군단'은 에이핑크, 비투비, I.O.I, 여자친구, 다이아, 우주소녀, 솔빈, 강남 등 아이돌 멤버들과 서로의 개그코드, 관심사를 나누며 세대를 넘어선 우정을 나눌 예정이다.

공중파 3사의 파일럿 경쟁에 JTBC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14일, 16일 양일간 방송되는 <토크히어로>가 주인공이다. <토크히어로>는 한 시대를 풍미한 토크 전설, 지석진·윤다훈·남희석·주영훈·박경림·김신영·이특이 출연해 자신들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내세워 대리 토크 대결을 펼친다. 토크 주제와 대결 룰을 제시할 '토크 딜러'는 모델 한혜진이 맡았으며, 전설들을 대신해 토크 대결에 나설 차세대 토크히어로로는 양세찬·이진호·고영배·김예원·붐·남창희·이용진·이민웅·이지혜가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