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윈스터즈>의 한 장면. 미국 LA에 살던 사만다는 어느날 자신과 똑같은 프로필 사진을 걸어놓은 '아나이스'로부터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받는다.

영화 <트윈스터즈>의 한 장면. 미국 LA에 살던 사만다는 어느날 자신과 똑같은 프로필 사진을 걸어놓은 '아나이스'로부터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받는다. ⓒ (주)엣나인필름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용이 일상화됐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인스타그램으로 삶을 공유하고, 전혀 모르던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일도 흔해졌다. 온라인으로 해외에 사는 다른 국적의 인물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따르릉.'

어느 날 페이스북 친구 신청 목록에 새 알림이 뜬다. 그런데 유심히 보니 이상하다. 만약 친구 신청을 걸어온 사람의 프로필 사진이 나와 판박이처럼 똑같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저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나와 모든 면에서 고스란히 닮은 사람이 SNS로 내게 말을 걸어온다면?

바다 건너 '나와 똑같은' 이가 보낸 메시지

 영화 <트윈스터즈>의 한 장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사만다와 아나이스는 화상채팅으로 대화를 나눈다.

영화 <트윈스터즈>의 한 장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사만다와 아나이스는 화상채팅으로 대화를 나눈다. ⓒ (주)엣나인필름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 2012년, 미국 LA에 살던 '사만다 푸터먼'은 어느 날 페이스북을 통해 프랑스 국적의 '아나이스 보르디에'를 알게 된다. <트윈스터즈>는 두 사람이 겪은 일화를 소재로, 당시 직접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만든 영화다.

미국에 사는 사만다가 친구들과 찍은 '웃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이를 런던에 살던 아나이스의 친구가 발견한 것이다. 친구는 아나이스에게 "네가 올린 영상 아니냐, 너와 똑같이 생겼다"라며 알렸고, 이에 아나이스가 온라인으로 사만다를 찾은 것.

"사만다, 안녕? 난 아나이스야. 얼마 전에 우연히 네가 출연한 유튜브를 보고 난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귀찮게 굴어서 미안하지만, 혹시 넌 어디에서 태어났니? 걱정하지 말고 연락 줘."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수락하고 화상채팅과 메신저로 대화하던 둘은 점점 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두 사람이 한국 출생이라는 것, 태어난 직후 해외로 입양됐다는 것, 키와 생김새가 거의 같고 사소한 취향도 닮았다는 것, 거기다 1987년 11월 19일로 생일이 같다는 사실까지.

바다 건너 살아가는 사람에게서 발견한 많은 공통점, 이게 모두 '우연의 일치'일까? 궁금함과 묘한 이끌림을 느끼던 사만다와 아나이스는 세 시간이 넘도록 쉬지 않고 화상채팅을 이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를 더 알기 위해 직접 만나기로 약속한다. 사만다가 아나이스의 학교가 있는 런던으로 비행기 표를 예매하면서 상황은 점점 더 흥미롭게 진행된다.

마침내 만난 사만다와 아나이스

 영화 <트윈스터즈>의 한 장면. SNS를 통해 서로를 알게된 사만다와 아나이스가 마침내 실제로 만난 상황.

영화 <트윈스터즈>의 한 장면. SNS를 통해 서로를 알게된 사만다와 아나이스가 마침내 실제로 만난 상황. ⓒ (주)엣나인필름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을 이토록 사랑할 수 있다니…."
"설명할 수 없는 교감을 느껴요."

만나기 전부터 사만다와 아나이스는 긴장감과 설렘에 사로잡힌다. 마침내 런던에서 서로 마주한 순간, 둘의 인생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바뀐다. 며칠을 같이 보내면서 그저 '닮은' 정도가 아니라 '빼다 박은' 것처럼 서로 흡사하다고 느낀다. 음식 취향도 같고, 심지어 만난 날 손톱에 칠한 네일 색까지 하늘색으로 똑같았다.

두 사람의 가족과 친구까지 모두 함께한 자리에서 만난 사만다와 아나이스. 둘은 주위 사람까지 놀랄 정도로 닮았다. 장난기까지 비슷해서 서로 각자의 입양 부모에게 가서 "내가 사만다(아나이스)예요!"라고 말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둘은 "이제 부모와 형제, 친구가 더 늘었다"며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클릭' 한 번으로 바뀐 인생. 두 사람이 자매라는 확신이 들자 사만다는 아나이스에게 '유전자 감식 검사'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한다. 쌍둥이 연구 센터에 '입안 세포'를 긁어서 제출한 것. 둘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국으로 생모를 찾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과연 이들은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까?

25년 만에 만난 쌍둥이, 둘을 맺어준 건 'SNS'

 영화 <트윈스터즈> 스틸컷

SNS를 통해 만나게 된 쌍둥이 자매. ⓒ (주)엣나인필름


영화 <트윈스터즈>는 사만다와 아나이스가 만나기 전부터 이후까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셀카 모드'를 통한 1인칭 시점과 사만다의 친구가 촬영한 영상을 적절하게 엮어서 편집했다. 마치 '있잖아요, 내가 어떻게 어릴 적 헤어진 자매를 만났느냐면요' 하고 친근하게 털어놓는 그녀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이를 통해 관객은 등장인물의 사연에 더욱 쉽게 몰입할 수 있다.

평생 서로 알지 못했던 쌍둥이가 SNS를 통해 다시 만났다는 사실은 당시 CNN을 비롯한 외신과 MBC 등 국내에서도 보도됐다. 둘의 만남은 신기한 사건이면서 또한 드라마처럼 뭉클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점차 서로를 알아가면서 일상을 공유하는 사만다와 아나이스의 모습은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은퇴한 축구 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한 바 있다. 어느 누리꾼은 SNS가 '시간 낭비 서비스'의 줄임말이라고 해학을 담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만다와 아나이스의 경우는 명백히 예외가 아닐까.

25년 동안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둘의 만남은 소셜 네트워크가 있기에 가능했다. 사만다가 자신의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고, 아나이스가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보낸 결과 두 사람이 결국 만날 수 있었다. 인터넷이 없었더라면 아마 영영 서로 만나지 못할 수도 있었던 인연의 끈이 기적처럼 이어진 셈이다.

SNS로 인한 기상천외한 사건이 나날이 늘어나고, 때로는 부적절한 게시물로 인한 논란이 뉴스로 보도되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온라인' 상태로 보내고,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콘텐츠를 '소비'하며 살아가는 시대. 2016년 봄에 한국 극장가를 찾아온 <트윈스터즈>는 어느 쌍둥이 자매의 극적인 재회를 통해 '도구는 쓰기 나름'이라는 단순하고도 분명한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는 듯하다.

 영화 <트윈스터즈> 포스터.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트윈스터즈> 포스터. SNS는 도구다. 그리고 도구는 쓰기 나름이다. ⓒ (주)엣나인필름



트윈스터즈 쌍둥이 입양 소셜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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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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