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한 장면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한 장면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지난 9일(미국 현지시각) 할리우드 역사에 길이 남을(?) 합의가 이뤄졌다. <스파이더맨>의 마블 군단 합류가 그것이다.

그동안 <스파이더맨>은 마블의 대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판권 문제로 인해 소니에서 영화화돼 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향후 마블 제작 영화에도 스파이더맨 및 관련 캐릭터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면 <어벤져스>에 <스파이더맨>이 등장할 길이 열린 셈이다.

여기에 2017년 새롭게 런칭할 소니의 새 <스파이더맨> 시리즈 제작에 마블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로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3기(2016년~2019년) 출범을 앞두고 마블 측은 향후 선보일 작품들의 행동 반경을 더욱 넓힐 수 있게 되었다. 

마블-소니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물


이번 결정은 어찌보면 양사에게 모두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과거 1990년대 자금난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내다 팔았던 판권('데어데블', '고스트라이더', 헐크' 등)을 속속 재구입하면서 영화는 물론, TV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시키고 있는 마블에게 스파이더맨이야 말로 자사 최고 상품인 <어벤져스> 제작에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반면 소니 픽쳐스로선 최근의 경영난에 믿었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성적 부진이 겹치면서 수억 달러 짜리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기엔 힘이 달리는 상황에 놓인 터라 마블과의 협업을 통해 급한 불을 끄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공동 제작으로 일정 지분을 양보했지만 여전히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제작/배급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합의를 기뻐하는 건 양사의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마블과 슈퍼 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다. 지난해 말 소니 픽쳐스 해킹 사건을 통해 공개된 이메일을 통해 마블-소니 양측의 협상 진행이 알려지면서 스파이더맨 합류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됐던 팬들로선 말 그대로 "꿈이 현실로" 이뤄진 셈이다.

 '시빌 워' 원작 코믹스 표지

'시빌 워' 원작 코믹스 표지 ⓒ 시공사


어느 영화에 등장할까...'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거쳐 '어벤져스3' 출연?

향후 2019년까지의 마블 제작 라인업이 구축된 상황에서 스파이더맨이 등장할 만한 작품은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2부작으로 선보일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그리고 내년 개봉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있다.

그러나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5월 개봉 예정)은 이미 제작이 완료된 만큼 현실적으로 스파이더맨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후 등장할 <어벤져스> 3, 4편에서 기존 아이언맨, 토르 등과 함께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캡틴 아메리카> 3편인 <시빌 워>는 원작 코믹스 상 "초인 등록법"에 반발한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분)와 여기에 찬성한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 그리고 '조정자' 입장의 스파이더맨 등 3대 캐릭터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마블 표 영화에 스파이더맨을 먼저 등장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작품으로 손꼽을 만 하다.

다만, 이 영화는 제작/시나리오 기획 단계에서 현재와 같은 마블-소니 합의를 예상하지 못하고 또 다른 캐릭터인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먼 분)를 스파이더맨의 대안으로 삼아 이미 작업을 진행시켜 온 상황이다. 

앤드류 가필드를 대신한 '새 스파이더맨' 캐스팅 역시 만만찮은 일인터라 스파이더맨 등장이 팬들의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가운데 <블랙 팬서>는 오는 2018년 7월 단독 영화로 첫 선을 보인다- 기자 주)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 20세기폭스 코리아


'엑스맨' 폭스 & '저스티스 리그' 워너와의 한판 대결 기대

마블-소니 합의로 인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20세기 폭스와 워너 브라더스다.

마블 원작 <엑스맨>, <판타스틱 포> 판권을 보유한 폭스는 지난해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성공시키며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올해엔 <판타스틱 포> 리부팅을 선보이고 기세를 모아 내년 <엑스맨: 아포칼립스>를 비롯해 관련 스핀오프들인 <울버린> 3편 및 <갬빗> <데드풀> 등을 연이어 제작, 마블 못잖은 화력을 총동원할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마블의 라이벌인 DC 코믹스의 판권을 지닌 워너는 <배트맨 vs 슈퍼맨: 돈 오브 저스티스>의 개봉 날짜를 변경시키면서까지 일찌감치 마블 측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며 대응해왔었던 터라 이번 마블-소니 협업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예정된 <원더우먼> <아쿠아맨>은 물론, 마블 <어벤져스>와의 맞대결을 펼칠 DC의 올스타팀 <저스티스 리그> 1~2부(2017~19년 개봉 예정)에 사활을 걸고 전력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블/폭스/워너 개봉 예정 히어로 영화

마블/폭스/워너 개봉 예정 히어로 영화 ⓒ 김상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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