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미생>에서 김동식 대리 역의 배우 김대명이 5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tvN 드라마 <미생>에서 김동식 대리 역의 배우 김대명이 5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버스정류장 근처 만화대여점에서 만화책 3권을 빌려 학교로 가는 것이 낙이었다. 버스에 실려 학교에 갈 때 한 권 반, 집으로 돌아올 때 나머지 한 권 반을 읽으면 딱 알맞았다. 그때 잘 모르는 사이였던 또래 아이들이 주고받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야, 쟤네 아버지는 목사인데 쟤는 왜 그래?"

아직도 그들이 말했던 '왜 그래?'의 진짜 뜻은 정확히 모른다. 다만 그 순간, 배우 김대명은 "'아버지께 도움은 안 되더라도 나쁘게는 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싫다'는 말을 잘 못 하는, 그래서 2014년의 목표가 '싫다'는 말을 잘하기였으며 2015년의 목표도 여전하다는 그가 "무대 위에서라면 바지를 벗든 벗고 뛰든 무슨 짓을 해도 이해받을 수 있는" 연기를 택하게 된 건 어쩌면 그 순간 그도 몰래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정확하게 배우라는 꿈을 품게 된 건 알려진 대로 그로부터 세월이 조금 지난 고등학교 3학년 때. 한석규-심은하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나서다. 시인이 되고 싶었고, 그래서 시인 이상을 가장 좋아했던, 아직도 이상의 시 '오감도'를 읽고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을 즐기는 김대명은 "표현하는 수단이 글에서 연기로 바뀌었을 뿐, 생각하고 말하고 싶었던 바를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뭘 알았겠어요. 그런데 그냥 저걸(연기) 해보고 싶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남들 앞에 나서는 게, 1차원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학예회 때 연극도 하고, 교회에서 성극도 하고,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을 때도 일부러 노래자랑에 나가기도 하고. 그렇게 뚫고 나가려는 무언가가 제 속에 생겼던 것 같아요. 연기엔 뭐는 되고, 뭐는 안 된다는 문제가 없잖아요. 그냥 하면 되니까. '너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없으니까…."

"내 연기의 원동력은 '이게 아니면 다음 일은 없다'는 불안함"


 tvN 드라마 <미생>에서 김동식 대리 역의 배우 김대명이 5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기 지망생에게 조언을 부탁한다'는 말에 잠시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짓던 김대명은 "이것저것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입을 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겉으론 몰라도 살면서 쌓이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쌓인 것들이요. 하다못해 지하철 노선이라도 많이 알게 되지 않겠어요. (웃음) 그런 게 다 연기의 일부인 거죠." ⓒ 이정민


그 후로 닥치는 대로 영화를 보고, 몇 번의 도전 끝에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미생>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가 처음으로 기사에 난 건 2008년 한 뮤지컬의 오디션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 담긴 한 장의 사진으로다. 당시의 이야기를 꺼내자 김대명은 "배우가 선택을 기다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며 "사실 남들은 '오래 걸렸다, 10년 동안 어떻게 버텼느냐'고 하지만 나는 2006년에 데뷔했으니 빨리 온 편이라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게 아니면 다음은 없다'는 생각처럼 연기하는 데 확실한 원동력은 없는 것 같아요. '이걸 잘하고 나면, 다음도 괜찮을 거야'라는 꿈은 누구나 꿀 수는 있지만, 그게 저를 움직이게 하진 않아요. '이걸 못하면 다음 것도 못하게 될 거고, 사람들이 나를 손가락질할 거고…'와 같은 생각이나 불안감이 사실 저를 더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작품 끝나면 며칠 정도는 '욕먹지 않고 끝났다, 무리 없이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끝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기도 하죠."

대신 연기 외적인 면에서는 연기로 소모됐던 자신을 돌보려 한다. "내 행복의 기준은 간단하다. 내가 하고 싶을 때 그걸 하는 것"이라고 말한 김대명은 "지금은 그렇게 하기가 어렵긴 하지만,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면서 나만의 시간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소소한 일상에서도 자신을 채울 거리를 찾는 편이다. 걷는 걸 좋아해 북한산 둘레길을 하루에 다섯 시간씩 열흘간 나눠 걷기도 했고, 커피 취향도 꽤 확실하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할 일 중 하나다.  

"답이 안 나오는, 그런 배우였으면 좋겠다"

 tvN 드라마 <미생>에서 김동식 대리 역의 배우 김대명이 5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히려 큰 문제에서는 '싫다'는 말을 하는 데 그렇게 데미지를 받는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작은 일들에 '싫다'는 말을 하는 게 굉장히 힘든 것 같아요. 술자리에서도 만만하니까 계속 부르거든요. 그러다 제가 거절하면 '뭐야, 빨리 나와'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다른 누군가가 거절하면 '그래, 너는 안나올 줄 알았어'라고 끝이더라니까요!" ⓒ 이정민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에 대한 질문에도 그의 답은 단순했다. '좋은 사람'. "'좋은 사람'이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으니까 되고 싶은 것 같다"고 운을 뗀 김대명은 "그래서 항상 어떤 상황에 부딪힐 때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인가'라고 늘 생각하게 된다"며 "예를 들어 택시에서 내릴 때 기사님께 '고맙습니다' 한마디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생각해 가면서 나름의 가이드라인이 쌓이다 보면 뭐든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목표가 단순하지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점은 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물음표가 떠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말한 과거 인터뷰를 언급하자 "답이 안 나오는, 그런 배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알쏭달쏭한 설명(?)만이 돌아왔다. 이 질문을 끝으로 약속된 한 시간은 끝났지만, 오히려 김대명에 대한 궁금증만 더 남은 셈이 됐다.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돌아온다'는 말을 이럴 때 써야 하는 걸까?

"그런 맥락에서 <미생>의 김동식 대리를 연기하고 싶었던 거였으니까요. 앞으로도 어떤 역할은 하고, 어떤 역할은 안 하고…그런 건 없을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김동식 대리를 했으니 앞으로 소시민 연기를 할 때 부담스럽지 않겠나' '김동식 대리라는 꼬리표가 따라온다는 게 힘들진 않겠나'라고 묻기도 하는데, 전혀요. 평생 저를 김동식 대리로 기억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걸 견디지 못한다면, 다른 일을 생각해야죠.(웃음)"

[인터뷰①] 김대명 "'미생' 김동식에게 방 한 칸 내어 줬죠"

미생 김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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