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드라마스페셜-간서치열전>의 제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박진석 PD, 배우 민지아, 배우 한주완, 이민영 작가

KBS 2TV <드라마스페셜-간서치열전>의 제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박진석 PD, 배우 민지아, 배우 한주완, 이민영 작가 ⓒ KBS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KBS가 단막극 <드라마 스페셜-간서치열전>을 두고 실험에 나섰다. 한 편의 드라마를 5편으로 쪼개 포털사이트를 통해 '웹드라마' 형식으로도 함께 공개하는 것. 13일 방송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의경 CP와 <간서치열전>의 연출자 박진석 PD는 이 실험의 이유를 '절박함'에서 찾았다.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드라마 스페셜>의 현실적 여건이 열악하다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말씀드렸지만, 이제 단막극이 '드라마의 생태계를 위해서'라는 당위성만으로는 존립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간서치열전>은 급변하는 시장에 조금 더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출발점이 되는, 상징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의경 CP)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다는 절박함이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계기였어요. 드라마 시장에서 단막극이 발을 디디기가 점점 좁아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의 시청률 집계 방식이 맞는 것인가'라는 고민도 있었어요. 시청률이 높아도 화제가 안 되는 드라마도 있고, 시청률이 낮아도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시청자와 (드라마가) 만나는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응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웹드라마라는 형식이) 나왔죠." (박진석 PD)

<간서치열전>은 서얼의 신분으로 책에만 빠져 세상물정에는 어두운 '아웃사이더' 서생 장수한(한주완 분), 한 번 본 책이라도 단번에 외운 뒤 잊어버리지 않는 기생 계월(민지아 분),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책을 갖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이청준(정은우 분)이 조선시대 최초의 언문소설인 허균의 <홍길동전>을 두고 벌이는 한 판 승부를 담은 드라마다.

 KBS 2TV <드라마스페셜-간서치열전>의 배우 민지아와 한주완

KBS 2TV <드라마스페셜-간서치열전>의 배우 민지아와 한주완 ⓒ KBS


지금까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말랑말랑'한 웹드라마들이 주로 제작됐던 것에 비해, <간서치열전>은 단순한 책 쟁탈전을 넘어서 개혁적 시각을 담은 <홍길동전>을 둘러싼 정치계의 지형도까지 담아내려 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이를 두고 박 PD는 "그간의 웹드라마들에 비해 <간서치열전>의 내용이 무거운 건 맞다"고 말했고, 대본을 쓴 이민영 작가 또한 "내용이 관념적이고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수정 과정에서 그걸 쉽게 풀어내려 이야기를 장수한의 성장 과정에 맞춰 꿰었다"고 설명했다.

"KBS의 단막극이 사회적 의식이나 강한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경우가 꽤 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웹드라마가 되면서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절박함 때문에 그런 부분은 감안해야 했다는 게 솔직한 답변이에요.

다만 마지막 편이 (그동안의) 이야기를 모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제작진과 배우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잘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건 (웹드라마라는) 형식의 책임이 아니라 연출자인 저의 책임이겠죠." (박진석 PD)

"한주완, 지난해 연기대상 소감에 무작정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KBS 2TV <드라마스페셜-간서치열전>의 배우 한주완

KBS 2TV <드라마스페셜-간서치열전>의 배우 한주완 ⓒ KBS


KBS 2TV <왕가네 식구들>과 <조선총잡이>로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은 배우 한주완은 이번 <간서치열전>에선 기존의 연기 톤보다는 조금은 가벼워진 모습을 선보인다.

이를 두고 그는 "사전에 감독님과 (역할에 대한) 조율도 했다"며 "콘셉트를 찾자면 '방정'이다"라고 정의했다. 이어 한주완은 "잘 웃는 사람들을 보면 의외로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나"라며 "그처럼 장수한 또한 선천적으로 가벼운 인물이라 방정맞은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갈등이나 콤플렉스가 크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극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을 가둔 채 책만 읽으며 살던 장수한은 점점 세상에 눈을 뜨는 모습을 보인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간서치열전>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는 한주완은 "지존파와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간서치열전>을 보며 그 다큐멘터리의 장면들이 떠올랐다"며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만 해도 한 달 전부터 공사의 필요성을 알았던 사장이 이를 방치해 사고가 일어났지만, 그 사장은 결국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잖나. 이처럼 <간서치열전>의 이야기에서도 시사하는 게 있더라"고 말했다.

박진석 PD 또한 한주완의 이런 모습에서 '한을 방정맞음으로 승화한' 장수한을 봤다며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지난해 <연기대상>을 연출했는데, 한주완의 수상소감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그것만으로도 '언젠가 저 배우와 작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운을 뗀 박 PD는 "SNS에서나 <연기대상>에서의 모습에서 (한주완이) 사회나 본인에 대해 말하고 싶은 열망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또 그런 모습이 장수한 같기도 했다"는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한편 <간서치열전>은 오는 20일 오전 0시에 방영된다. 동시에 포털사이트 네이버 TV캐스트에서는 14일 0시를 시작으로 하루에 한 편씩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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