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출연진. 왼쪽부터 변요한, 임시완, 강소라, 강하늘.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출연진. 왼쪽부터 변요한, 임시완, 강소라, 강하늘. ⓒ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팬이 많은 원작을 둔 작품은 대부분 '잘 해도 본전'이다. 원작의 팬들이 영상화된 결과물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바둑과 직장인의 삶을 절묘하게 엮어 연재 내내 화제가 되었던 웹툰 <미생>을 원작으로 한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도 이 시험대에 놓인 셈이 됐다.

<성균관 스캔들> <몬스타> 등을 연출했던 김원석 PD는 웹툰 <미생>에게서 '밥벌이의 엄숙함'을 발견했다. 6일 제작발표회에서 김 PD는 "'그래봤자 인생, 그래도 인생'이라는 것이 <미생>의 메인 테마라 생각한다"며 "남들이 볼 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인생은 모두 소중하다.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며 원칙과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생' 연출, 모험인 건 사실...원작의 감성적 부분 살릴 것"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은 원작에 비해 동적인 느낌이 많이 가미되어 있었다. 또 김 PD의 전작들과 비교해 볼 때, '일상에 세세한 현미경을 들이댄 것 같았던' 원작의 느낌이 어느 정도 구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이를 두고 "<미생>의 좋은 점은 아주 작은 사건으로 감동을 준다는 것"이라고 운을 뗀 김 PD는 "개인적으로 (<미생> 연출이) 모험인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멀리서 보면 소소한 사건일 수 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한 사람에게는 넘어야 할 큰 산이고 사건이잖아요. 일상이 다 그런 것 같아요. 한 개인이 엄청나게 힘든 산을 넘고 있지만 주변에선 '뭘 그걸 갖고 그러냐'라고 하는…. 그런 걸 보여줄 수 있는, 공감이 가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원작) 캐릭터에 더욱 밀착하려 노력했고요." (김원석 PD)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 ⓒ CJ E&M


이어 "그동안 공감을 주는 인물이 나오는, 내 주변 사람 이야기와 같은 걸 하고 싶었는데 항상 하던 이야기만 하게 되더라"는 김 PD는 "<미생>이라면 회사를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만약 <미생>을 보고 '기존 드라마와 별반 다를 게 없네, 똑같이 직장에서 사랑하는 이야기네'라고 느낀다면 내가 실패한 거고, '좀 다른 게 있네'라고 느낀다면 성공하는 거라 생각한다"며 첫 방송을 앞둔 부담감을 털어놨다.

"스토리텔링이나 구조 면에서 완결성을 안 갖춘 웹툰도 있어요. 그런 경우엔 캐릭터만 가져 와 마음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도 괜찮은데, <미생>은 스토리도 있고 캐릭터도 있어 힘들었어요. 섣불리 드라마로 풀었다간 혼나는 거고, 그대로 가면 드라마적이지 못하고…그런 고민이 있었어요.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사극을 만들기가 실록이 다 있는 조선시대 사극 만들기보다 쉬운 것과 마찬가지인 거죠." (김원석 PD)

총 9권짜리 만화가 20부작 드라마에 담기려면 어느 정도의 재해석과 생략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웹툰이 극 중 배경인 종합상사 원 인터내셔널 속 다양한 인물들에 자유자재로 포커스를 맞췄던 것과 달리, 하나의 이야기 흐름을 가져야 하는 장르적 특성상 장그래(임시완 분)와 오상식(이성민 분)을 중심으로 캐릭터를 설명하고 이야기를 전개해야 한다는 것도 김 PD를 머뭇거리게 했다.

이 가운데 김원석 PD의 선택은 '캐릭터'였다. "웹툰 <미생>은 굉장히 지적인 만화이면서 그 안에 감성도 있고 코미디적인 면도 있다"는 김 PD는 "드라마에서 다 가져가면 좋을 것이고, 물론 다 가져가려 노력했지만 그 중 가장 먼저 버린 건 '지적인 부분'이었다"며 "그런 부분을 줄이고 감성적인 부분들, 페이소스가 담긴 코미디적 부분을 살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성민 "생각보다 치열하고 다이내믹한 인생이 있더라"

 tvN 금토드라마 <미생>에 출연하는 배우 이성민

tvN 금토드라마 <미생>에 출연하는 배우 이성민 ⓒ CJ E&M


 tvN 금토드라마 <미생>에 출연하는 배우 강소라

tvN 금토드라마 <미생>에 출연하는 배우 강소라 ⓒ CJ E&M


"원작자(윤태호 작가)가 애초에 의도했던 느낌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김원석 PD는 고민 끝에 지금의 <미생> 출연진을 선택했다. 한 포털 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던 <미생 프리퀄>에서 장그래 역을 맡았던 가수 겸 배우 임시완이 그대로 <미생>의 장그래가 됐고, 김 PD의 전작 <몬스타>로 스타덤에 올랐던 배우 강하늘이 장백기 역을 맡았다.

이 외에도 캐스팅 소식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인물은 장그래의 멘토이자 일에 있어 뛰어난 직관력을 가진 오상식 과장 역의 배우 이성민. 이성민을 두고 김원석 PD는 "원작의 이미지와 외모가 같은 인물은 아니지만 연기에 임하는 자세에 있어 오상식을 표현하는 데 가장 좋은 카드일 것 같았다"며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줄곧 연기의 길을 걸었던 이성민에게 처음 <미생> 속 상사맨의 삶은 그리 와 닿는 것이 아니었다. "직장 속 직급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직장인'이라 하면 그냥 아침에 출근하고 주말에 쉬는 반복되는 일상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이성민은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치열하고 다이내믹한 인생이 거기 있더라"는 소감을 전했다.

"사실 예전에 1권을 읽다가 별로 재미가 없어 접었거든요. 그런데 김원석 PD에게 역할을 제의받은 뒤 다시 읽는데, 만화책에서 손을 못 떼겠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처음 1권을 보다 접은 게 어마어마한 실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이 사람들, 사는 게 장난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기가 막히더라고요. (웃음)" (이성민)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출연진. 왼쪽부터 김대명, 임시완, 이성민.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출연진. 왼쪽부터 김대명, 임시완, 이성민. ⓒ CJ E&M


주요 배역 중 홍일점인 '만능 신입사원' 안영이 역의 강소라의 각오도 대단하다.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가 러브라인에 매몰되기 일쑤이지만, 강소라는 "연애보다 일과 그 외적인 관계에 비중이 많은 드라마를 꼭 하고 싶었다"며 "드라마를 보면 법정에서도 연애하고 병원에서도 연애하는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데, <미생>에서는 우리가 아는 흔한 그런 러브라인은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영업 3팀의 기둥 김동식 대리 역의 배우 김대명과 범상치 않은 외모의 이상주의자 한석률 역의 배우 변요한은 새로운 얼굴들이다. 이미 여러 편의 영화에 얼굴을 비춘 배우들이지만, 드라마로는 <미생>이 첫 작품이 됐다. 오디션을 통해 이들을 선발한 김원석 PD는 "확실히 이들의 연기가 다르긴 다르다"며 "드라마의 첫 시청자가 편집실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연기자가 있었어?'라는 반응이 나오는 정도"라고 활약을 예고했다.

한편 tvN <미생>은 오는 17일 오후 8시 40분에 첫 방송된다.

미생 이성민 임시완 강소라 강하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