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새 미니앨범 <매직 모먼츠>(Magic Moments)를 발표한 밴드 라이너스의 담요

3년 만에 새 미니앨범 <매직 모먼츠>(Magic Moments)를 발표한 밴드 라이너스의 담요 ⓒ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밴드 라이너스의 담요 정규 1집을 내는 데 10년이 걸렸다. 이렇다 할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곡을 잘 쓰지 못했던 작업 스타일 때문이기도 했고, 녹음을 다 마쳐 둔 곡들을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 녹음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규 1집 이후 3년 만에 내놓는 미니 앨범 <매직 모먼츠>(Magic Moments)에선 변화를 시도했다. 이젠 원맨밴드가 된 라이너스의 담요(연진)는 "이번 앨범 캐치프레이즈가 '하면 된다'였다"며 "(일정이) 정말 빠듯해 '못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마감일에 모든 게 딱 끝났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주변에서 '이렇게 해보자'고 이야기해주는 경우가 없었어요. 제가 곡을 쓸 때까지 다들 기다렸다가 곡이 나오면 작업하는 식이었는데, 이번엔 가이드라인이 어느 정도 있었죠. 처음엔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처음 만든 노래가 '레이트 러브'(Late Love)였는데 3주 안에 만들어 오라는 걸 '못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곡이 나오고, 하루 만에 데모가 만들어지더라고요. 회사에선 '할 줄 알면서 왜 못한다고 했느냐'고 하던데요. (웃음) 이게 또 하면 되는 거더라고요."

사실은 부담도 컸다. 5인조로 시작했던 밴드에서 어느덧 혼자 남았고, 자연히 앨범을 만들며 뭔가 달라진 것을 들려줘야 하는 입장이 됐다. 그래서였을까, 앞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소감을 말하던 중 눈물을 흘렸던 그다.

"(혼자라는 것에) 책임감도 컸던 데다 오랜만에 앨범을 내는 것이니만큼 복합적으로 잘 하고 싶은 상황이었다"는 라이너스의 담요는 "그래서 그런지 쇼케이스를 하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하더라. 감격스럽기도 하고, 앞으로의 책임감도 느껴지고, 함께 해 준 사람들에게 고맙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영감이 사라지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도 못 낼 것 같았고요. 사실 노래한다는 게 인디에선 굉장히 도전이거든요. 잘 나가는 뮤지션이라 해도 '내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할 거라 생각해요. 자기 안의 자원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요.

저도 비슷해요. 그래서인지 더더욱 바로바로 녹음하는 것에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엔 딱 각을 잡고 '노래를 만들자!' 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젠 갑자기 생각이 떠오르면 '이걸 버려선 안 돼!'라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게 됐죠."

율동에 남장까지..."하고 싶었던 것들, 이번에 거리낌 없이 다 했다"

 3년 만에 새 미니앨범 <매직 모먼츠>(Magic Moments)를 발표한 밴드 라이너스의 담요

"물론 뮤지션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워야 할 자리도 있겠지만, 친해지는 사이에서까진 아니죠. 사람들끼리 재밌게 놀려면 자신을 내려놓아야 해요. '나의 모든 걸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만나야죠. 멋있는 것만 보여주면 재미없잖아요? 저는 재밌는 게 좋거든요." ⓒ CJ E&M


새 앨범의 제목처럼 라이너스의 담요는 사랑을 하며 맞닥뜨리게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을 이번 앨범에 그러모았다. 노래 속 라이너스의 담요는 사랑인지 아닌지,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확신할 수 없는 은근한 관계에 놓인 사람에서부터 헤어지고도 끊어지지 않는 인연 앞에 '구질구질하다'고 돌아서는 사람 등으로 분한다.

특히 타이틀 곡 '러브 미'(Love Me)는 제목부터 단도직입적이다. '보고 싶어 한 나절, 아니 한 시간도 못 견딜' 만큼 상대방에게 흠뻑 빠진 화자는 '쓸데없는 소리나 하고, 계획은 또 틀어지고, 엉뚱한 길로만 가는 나를 사랑해줘요'라고 외친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라이너스의 담요는 '언젠가 제대로 안무를 짜서 춤만으로 한 곡을 공연해 보고 싶다'는 해묵은 소원 하나를 풀기도 했다.

"이번엔 제가 하고 싶었던 걸 (회사에서) '어울린다, 잘 한다'라고 말해 줘서 거리낌 없이 다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셔츠에 바지 정장을 입고, 머리도 넘겨서 남장을 해 보고 싶다고 했더니 '멋있다, 해보라'고 했고, 뮤직비디오에서 춤도 추고 싶다고 해서 췄죠.(웃음) 사실 춤추는 걸 좋아하거든요. 밴드 줄리아하트의 곡 중 하나인 '모든 스텝을 아는 소녀', 그게 저거든요. 예전에 파티에서 춤을 추는 걸 줄리아하트의 정바비씨가 유심히 보고 만들어주셨죠."

이번 앨범에 참여했던 한 뮤지션이 우스갯소리로 '사실 듀엣 앨범이 아니냐'고 말할 만큼 김태춘, 김간지X하헌진, 빌리어코스티, 주윤하 등 여러 남성 뮤지션과 함께 작업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라이너스의 담요는 "재즈 중 듀엣 음반을 좋아해 언젠간 듀엣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내 목소리만 나오면 지루할 수도 있고, 또 극적인 효과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라이너스의 담요가 먼저 적극적으로 '팬심'을 보이고, '친하게 지내자'고 다가간 끝에 만들어 낸 라인업이란다.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그런 마음을 잘 표현하는 편이 됐어요. 그걸 그 분들이 잘 받아들여 주고, 좋아해 준 거고요. '나도 음악 한다!'라며 도도하게 굴면 그것도 재미없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마음은 순수하게 표현해야죠. 물론 뮤지션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워야 할 자리도 있겠지만, 친해지는 사이에서까진 아니죠. 사람들끼리 재밌게 놀려면 자신을 내려놓아야 해요. '나의 모든 걸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만나야죠. 멋있는 것만 보여주면 재미없잖아요? 저는 재밌는 게 좋거든요.(웃음)"

"CJ E&M과 전속계약? 이젠 '인디'와 '메이저'의 경계 나눌 필요 없어"

 3년 만에 새 미니앨범 <매직 모먼츠>(Magic Moments)를 발표한 밴드 라이너스의 담요

ⓒ CJ E&M


이번 앨범 발매를 앞두고 라이너스의 담요는 CJ E&M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인디 1세대'로까지 불리는 그에겐 다소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행보다. "처음엔 다들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 거야?'라는 반응이었다"는 그는 "하지만 앨범이 나오니 좀 더 정리되고, 좀 더 대중적이 되긴 했지만 원래의 색깔을 잃지는 않았다는 평이 많더라"고 흡족해 했다.

"스스로도 그런 부분을 가장 많이 확인했어요. 지금의 회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적인 부분은 지켜 달라'는 걸 강조했고, 회사에서도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줬죠. 저 같은 경우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기회가 잘 없겠지만, 앞으로 많이 생겼으면 하고요.

사실 '인디'라는 게, 자신이 기획해 음반 내고 자유롭게 활동한다는 거잖아요. 그렇게 보자면 이제는 인디 레이블도 메이저 음반사 못지않게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중이니, '인디'나 '메이저'의 경계를 나눌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영어 강사로, 바리스타로, 호텔리어로 일하며 '전업 뮤지션'의 길에서 잠시 멀어졌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라이너스의 담요는 "회사 다니는 것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음악만 하는 생활"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예전엔 이렇게 음악을 하면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바뀌고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니 또 다르다"는 그는 "앞으로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다"며 "30대 중반이 되어 가는 뮤지션으로서, 이제는 내가 지나온 시간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3년 만에 새 미니앨범 <매직 모먼츠>(Magic Moments)를 발표한 밴드 라이너스의 담요

"제가 엄청 성공한 뮤지션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거 하나는 해 봤다는 성취감에선 결국 만족할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 음악을 그만두고 평범한 주부로, 회사원으로 살게 되더라도 저에게 이런 시간이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을 것 같고요." ⓒ CJ E&M


"저보다 나이가 어린 분들에게 감히 '지금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들 중 나이가 들며 해결되는 게 있으니 자연스럽게 살아라'는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어요. 저도 불안한 20대를 지나 여기까지 왔거든요. 음악을 하는 분들께도 '괴롭고 고생이 많겠지만 자신의 음악이 좋다는 믿음만 있으면 그냥 쭉 가던 길을 가라'는 말도 해 드리고 싶고…. 그런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사랑이 오히려 쉬운 주제인 것 같다니까요.(웃음)

허송세월을 보낸 때도 있었어요.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음악 하면서 살고 싶겠지만 안 된다'고 한 적도 있고요. 그럴 때 '음악을 그만둬야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런데 제가 엄청 성공한 뮤지션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거 하나는 해봤다는 성취감에선 결국 만족할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 음악을 그만두고 평범한 주부로, 회사원으로 살게 되더라도 저에게 이런 시간이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을 것 같고요. 어떻게든 가치 있는 시간인 거죠!"

라이너스의 담요 매직 모먼츠 러브 미 김태춘 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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