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 임권택, 거장의 힘 제19회 BIFF 4일차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월석아트홀에서 열린 영화<화장> 기자회견에서 임권택 감독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죽음 옆에 사는 남자에게 다가온 서글픈 갈망을 담은 <화장>은 소설가 김훈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이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그동안은 세월을 살아온 얘기를 담았고, 여기에 한국적 정서를 심어내고자 했습니다. 이번엔 거기서 빠져나오고 싶었습니다. 진짜 <화장>은 잘 찍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습니다."임권택 감독이 변화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그의 102번째 영화 <화장>이 5일 오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이후 부산시 우동 월석아트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임권택 감독은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밝혔다.
임권택 감독은 그간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국제영화제 출품에 대한 사연부터 밝혔다. <화장>이 지난 5월 열린 제67회 칸국제영화제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앞서 화장은 제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과 제3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33회 벤쿠버 국제영화제 등에 연이어 초청됐다.
임 감독은 "국제 영화제 출품은 개인적 욕심이기보다 세계적인 관심 속에서 기왕이면 영화들이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면서 "보통 영화를 찍기 시작하면 쉽게 아프지 않는 편인데 이번엔 한 달 넘게 아팠고, 적당히 수습해서 (칸 영화제에) 출품했지만 관심 밖으로 밀려나 난처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권택 감독은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재편집을 제안했고, 언론에 공개한 건 다시 편집한 버전"이라면서 "본래 칸에 일단 보내놓고 재편집을 해서 다시 제출하려 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다시 편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재편집은 하지 못했고) 그때 버전은 너무 졸속이었다"고 설명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 담았다"
▲ '화장' 김규리, 김호정 투병이야기에 눈물 제19회 BIFF 4일차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월석아트홀에서 열린 영화<화장> 기자회견에서 배우 김규리가 배우 김호정의 투병생활을 전해들은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죽음 옆에 사는 남자에게 다가온 서글픈 갈망을 담은 <화장>은 소설가 김훈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이다. ⓒ 이정민
임권택 감독은 <화장>에 대해 "살아온 나이만큼 세상을 보곤 하는데 그런 시각으로 우리 삶을 들여다본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중병을 앓고 있는 부인에게 최선을 다하면서도 한쪽에서 끼어드는 매력적인 부하 직원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 얘기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 주인공의 생각을 좇으며 명료하게 드러낼 방법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뇌종양을 앓는 아내를 둔 오 상무 역의 안성기는 "그동안 사람 좋은 모양의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철저하게 심리와 섬세함을 표현해야 했다"면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카메라 앞에서 보여야 했던 게 쑥스럽고 과제였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규리는 오 상무의 마음을 흔드는 추은주 역을 맡았다. "(영화 <하류인생> 이후) 10년 만에 감독님이 불러주셔서 기쁘게 달려갔다"면서 "감독님과의 작업은 영광스럽지만 배우에겐 숙제가 참 많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규리는 "현장에서 안성기 선배님이 잘 견뎌야 한다고 얘기해주실 정도로 매 순간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극 중 안성기의 부인 역을 맡아 전라 노출과 삭발 연기를 한 김호정은 "임권택 감독님이 워낙 거장이기도 하고, 쉽지 않은 연기였기에 불안하고 두려웠다"면서 "현장에서는 막상 많이 배려해주셔서 수월하게 잘해냈다"고 말했다.
한편 <화장>은 오랜 투병 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난 아 내를 둔 한 남성이 마음을 흔든 한 여자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소설가 김훈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2015년 초 개봉 예정.
▲ '화장' 임권택의 배우들 제19회 BIFF 4일차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월석아트홀에서 열린 영화<화장> 기자회견에서 임권택 감독과 배우 김규리, 안성기, 김호정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죽음 옆에 사는 남자에게 다가온 서글픈 갈망을 담은 <화장>은 소설가 김훈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이다. ⓒ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