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아와 유인영, 그리고 전지현이 한 컷에 잡힌 결혼식 장면.

박정아와 유인영, 그리고 전지현이 한 컷에 잡힌 결혼식 장면. ⓒ SBS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 박지은 작가만큼 카메오를 맛깔나게 등장시키는 이도 드물다. <외조의 여왕>에 이어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주인공 김남주의 실제 남편 김승우를 연이어 등장시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준 장면이 대표적이다. <별그대>에선 이 바통을 이어받아 '넝쿨당'의 김남주 남편 유준상이 출연, 자신의 전작과 실제를 능수능란하게 뒤섞는 '메타'적 설정의 묘수를 선보이기도 했다.

 

종영까지 2회를 앞두고 새드엔딩이냐, 해피엔딩이냐는 궁금증을 던져주며 시청률 30%를 향해 질주하는 <별그대>. 적재적소 배치된 카메오들이 도민준의 과거 행적과 도민준, 천송이 커플의 숨겨진 감정을 자유자재로 펼쳐내는 에필로그와 함께 거의 매회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방송 직후 화제를 낳은 바 있다.  

 

그래서 꼽아봤다. 유준상부터 류승룡까지, <별그대>에서 '신스틸러'로 톡톡히 활약한 카메오들의 면면을. 명대사, 주목도를 고려해 매긴 공동 1위는 단연 배수지와 류승룡. 더불어 순위와 함께 링크된 동영상으로 이들의 연기를 음미하며 각자의 순위를 꼽아 보시길. 단, 조연에 가까웠던 '한유라' 유인영과 연예인이 아닌 장항준 감독, 정윤기 스타일리스트는 살짝 제외했다. 

 

도민준 교수 우연히 앞에 나타난 삼동이 구여친 혜미, 배수지

 

 <드림하이> 이후 <별그대> 카메오로 김수현을 다시 만난 배수지.

<드림하이> 이후 <별그대> 카메오로 김수현을 다시 만난 배수지. ⓒ SBS

출연회 시청률 : 17회 27%(이하 AGB 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명대사 : "제가 선생님 처음 뵙고 제 X남친 삼동이랑 되게 닮았다고 그랬었는데." 

활약상 : '국민 첫사랑' <건축학개론>에 앞서 지금의 '연기자' 배수지를 있게 한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송삼동과 고혜미를 연기했던 김수현과 배수지. 고혜미를 오매불망 쫓아다니던 송삼동을 연기한 둘의 관계를 보기 좋게 역전시킨 이 카메오 신은 도민준에게 뻐꾸기를 날리는 여대생 혜미를 훼방 놓는 '천송이' 전지현의 질투 연기가 절정에 달하며 연기와 상황, 재미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카메오 신의 전설로 남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풋풋함으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배수지의 매력이 그 짧은 순간에도 십분 발휘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시청률 또한 27%로 정점을 찍었다.

 

홍길동을 쓰기 위해 취재차 도술을 쓴다는 도민준을 찾은 허균, 류승룡

 

 '더티섹시' 광고를 연상시키는 '허균' 류승룡의 절정 코믹 연기.

'더티섹시' 광고를 연상시키는 '허균' 류승룡의 절정 코믹 연기. ⓒ SBS

출연회 시청률 : 19회 26.7%

명대사 : "허...허... 헐."

활약상 : <광해>의 허균을 <별그대>에서 알현하게 될 줄 그 누가 예상했을까. 19회의 오프닝과 에필로그를 수놓은 류승룡의 존재감은 영화가 아닌 드라마에서도 묵직했다. 도술을 배우겠다며 찾아와 도민준의 능력에 '헐'을 연발하는 귀여움과 사랑에 대한 도민준의 냉소에 인생선배(?)와 같은 마음으로 조언해 주는 진지함을 짧은 순간에 모두 연기한 류승룡의 화면 장악력에 박수를. 특히나 김수현과 대결이라도 하듯 특유의 동굴 목소리를 마음껏 뽐내며 뭇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류승룡에게 "워낙 사랑이란 감정은 짓궃어서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더더욱 강력하고 꼼짝달싹 못 할 방법으로 찾아온다"는 멋진 대사는 박지은 작가가 류승룡에게 준 선물과도 같았다. 

 

소시오패스 재경에게 살해당한 비운의 첫째 형 이한경, 연우진

 

 <별그대> 카메오 중 유일하게 비운의 캐릭터를 연기한 연우진.

<별그대> 카메오 중 유일하게 비운의 캐릭터를 연기한 연우진. ⓒ SBS

출연회 시청률 : 18회 27.4%

명대사 : "살려줘... 재경아!"

활약상 : 단 두 신으로 극의 향배를 좌지우지하는 카메오를 맡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18회 회상 장면에 등장한 연우진이야말로 이런 카메오의 정석을 보여줬다. 형 재경의 살인 의혹에 대한 심증을 키워가던 휘경에게 물증이 되어준 녹음기 볼펜을 선물한 주인공이자 그 안에 죽어가던 당시 목소리를 남긴 비운의 인물. 그저 존재만으로 큰 반향을 남기는 인물을 거슬릴 곳 없이 연기한 연우진은 큰 잔향을 남기면서 깔끔히 퇴장했다. 단, 그 목소리는 볼펜에 녹음돼 19회에 다시 출연하는 생명력을 선보였다.

 

목숨이 위태롭던 도민준을 살려낸 명의 허준, 박영규

 

 존재감만으로 웃음을 던져주는 카메오계의 지존 박영규.

존재감만으로 웃음을 던져주는 카메오계의 지존 박영규. ⓒ SBS

출연회 시청률 : 11회 24.5%

명대사 : "이 자의 맥을 짚어 보어라, 필시..."

활약상 : 네티즌들로부터 허준의 영정 사진과 비교되며 도플갱어 아니냐는 우스개를 자아냈던 박영규.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 그가 정색하고 "필시 진장맥이 나타날 것이다"라며 제자들을 채근하고 당황한 기색을 보여줄 때, 장태유 PD는 이야말로 최적의 캐스팅임을 확신하고 쾌재를 부르지 않았을까. 존재감만으로 코믹한 이 박영규의 허준은 도민준의 정체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그를 걱정하는 진심으로 무장한 꽤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이런 박영규가 사극 <정도전>에선 정치 9단의 권세가로 등장한다는 사실을 흥미로워한 시청자도 여럿이었다.

 

회장 아들인 이휘경을 길들이려다 거제도로 발령되는 불운의 유과장, 유준상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박지은 작가와 맺은 인연으로 출연한 유준상.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박지은 작가와 맺은 인연으로 출연한 유준상. ⓒ SBS

 

출연회 시청률 : 2회 18.3%, 3회 19.4%

명대사 : "천송이가 니 여자친구면, 내 마누라는 김남주야!"

활약상 : 박지은 작가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함께한 연으로 1호로 <별그대> 카메오의 포문을 열어젖힌 수훈남. 2회와 3회까지 등장하며 조연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 유준상은 특유의 모범생 이미지를 십분 활용, 회장 아들 휘경을 괴롭히다 좌천되는 비운의 샐러리맨을 맛깔나게 연기했다. "내 마누라는 김남주야"란 대사로 인해 '어, 홍은희 아니었어'라며 혼돈을 겪은 시청자들이 꽤 있었다는 후문이다.

 

UFO를 덮기 위해 서이화를 잡아들이는 강원 감사 이형욱, 김수로

 

 코믹과 진지 사이를 오간 카메오의 좋은 예, 김수로.

코믹과 진지 사이를 오간 카메오의 좋은 예, 김수로. ⓒ SBS

 

출연회 시청률 : 5회 22.3%

명대사 : "새를 잘못 본 것이겠지."

활약상 : 허세 넘치게 목소리를 드높이는 연기는 확실히 김수로란 배우가 일품이다. <별그대>에서도 UFO를 발견하고 전전긍긍하며 수하들에게 윽박을 질러대는 모습은 코믹한 듯 진지하게 표현할 줄 알았다. 더욱이, "민심은 돌리라고 있는 것이요. 사선은 더 센 사건으로 막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라는 의미심장한 대사도 그의 것이었다. 이 카메오 연기로 <나는 왕이로소이다>에 이후 사극이 뜸했던 김수로를 눈여겨본 영화계 관계자들이 확연히 늘지 않았을까.

 

도민준을 사모한 한양 최고 절세가인 기생 황진이, 손은서

 

 <별그대> 카메오 촬영 당시 손은서 셀카.

<별그대> 카메오 촬영 당시 손은서 셀카. ⓒ 가족액터스

 

출연회 시청률 : 4회 20.1%

명대사 : "제가 싫으면 싫다고 말씀을 하실 것이지 어찌 그런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활약상 : 4회의 에필로그에 등장해 선비 도민준을 사모하는 절절한 마음을 고백했던 황진이. 기생답게 화려한 화장으로 미모를 뽐낸 손은서는 "나는 저 별에서 왔소"라는 도민준의 고백에 "너무하십니다"라며 뛰쳐나가 버리는 코믹한 상황극을 연출했다. 짧은 에피로그 출연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인지도를 넓히는데 성공한 케이스.

 

도민준을 부동산 갑부로 만드는데 일조한 한양 제일의 집주름 윤성동, 정은표

 

 '해를 품은 땅' 정은표와 김수현.

'해를 품은 땅' 정은표와 김수현. ⓒ SBS

 

출연회 시청률 : 6회 24.6%

명대사 : "돌밭 같아도 여기다가 뽕을 싶으면 겁나게 잘 될 자리라니까."

활약상 : 팬들은 '해를 품은 땅'이라 불렀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훤' 김수현과 콤비로 출연했던 정은표에 대한 반가움이었으리라. 그에 걸맞게 카메오임에도 야외촬영도 마다치 않고 광할한 벌판에서 땅을 소개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로 출연한 정은표. 그는 12회 현재 장면에서도 같은 직업(?)으로 출연, 도민준의 집을 소개하면서 천송이와 대면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김수현의 전작의 인연으로 출연한 배수지와 비슷하면서 다른 예.

 

달샤벳 세리& 수빈, 그리고 박정아.

 

 달샤벳의 <별그대> 카메오 출연 인증샷

달샤벳의 <별그대> 카메오 출연 인증샷 ⓒ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출연회 시청률 : 3회 19.4%, 4회 20.1% 

명대사 : "저러다 한 방에 훅 가봐야 정신을 차리지" (달샤벳 수빈),"살짝 만진 건데, 괜찮니?" (박정아)"

활약상 : 인사도 가려서 하는 천송이의 싸가지 없는 연예계 후배들로 출연한 달샤벳 세리와 수빈. 그리고 재벌가에 시집가는 톱스타이자 선상파티 결혼식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박정아. 말 그대로 카메오를 소화한 이들 중 <별그대>의 수혜를 조금 더 입은 쪽을 고르자면, 의외의 반전 대사를 소화한 수빈보다는 전지현의 어색한 사진 포즈의 배경 인물로 두고두고 출연한 박정아에게 한 표를 던져야 하지 않을까.

2014.02.23 14:53 ⓒ 2014 OhmyNews
별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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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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