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이 11일 오후 서울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이 11일 오후 서울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 이정민 기자| 한 할머니가 우연하게 20대로 돌아가 자신의 꿈을 이뤄간다는 판타지가 관객의 공감을 얻었다. 영화 <수상한 그녀>의 이야기다. 누적 관객 수 700만을 넘어 장기 흥행 중인 영화를 바라보는 황동혁 감독은 흥행을 예상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주 솔직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내심 속마음을 드러냈다.

아마 그의 연출을 두고 의외의 선택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로 전작이 장애인 성추행을 고발한 <도가니>였고, 그의 장편 데뷔작과 여러 단편 영화들 역시 아이 입양 문제를 직시한 사회 고발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단편 <미라클 마일>로 황 감독은 지난 2004년 칸영화제에 초청을 받기도 했다.

"<미라클 마일>이나 <마이 파더> 등을 보신 분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사회적 문제를 꼭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사실 두 작품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찍기도 했고, 따지고 보면 <도가니> 역시 사회적 정의감을 말하는 작품은 아니죠. <도가니>는 상업적으로 안 먹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사회적 의미와 관계없이 영화로 표현하고 싶은 장면이 많았어요.

사회적 문제를 짚긴 하지만 창작자로서 절 자극하는 요소가 많았기에 시작한 거죠. <수상한 그녀>는 정말 재밌는 코미디를 하고 싶어서 들어간 겁니다. 일종의 코믹 판타지라 할 수 있는데 누구나 공감 가능한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저 자신도 재밌게 영화 작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고요."

수년간 떠돌던 시나리오, 황동혁 감독 만나 살아났다

 영화<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이 11일 오후 서울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작품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수상한 그녀>는 정말 재밌는 코미디를 하고 싶어서 들어간 겁니다. 일종의 코믹 판타지라 할 수 있는데 누구나 공감 가능한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저 스스로도 재밌게 영화 작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죠." ⓒ 이정민


<수상한 그녀>는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약 7년을 떠돌던 시나리오였다. 제작 과정에서 한 번 무산됐던 이야기를 지금의 제작사가 판권을 사 황동혁 감독과 각색했다. 이야기 설정과 캐릭터가 재밌었기에 황동혁 감독은 자신이 있었다. 여러 부분을 바꿨다지만 원작이 원래 흥미로웠기에 그 골격은 그대로 가져갔다. 지금의 <수상한 그녀>와 달리 본래 원작은 어떤 흐름이었을까.

"오두리(심은경 분)의 캐릭터가 달랐어요. 초고에서는 할머니가 젊어져서 20대 중반의 섹시하고 글래머러스한 생머리를 휘날리는 여성이 된다는 거였는데. 좀 뻔하다는 느낌이었어요. <미녀는 괴로워> 등에서도 나온 인물 설정이기도 하고요. 제 스타일의 코미디를 넣으려다 보니까 방해가 되더라고요. 엽기적이고 특이한 캐릭터를 만드는 게 나을 거 같아 고치다 보니 은경 양이 떠오른 거고 그에 맞게 캐스팅을 진행한 거예요.

노래 역시 원래 김추자 선생의 '님은 먼 곳에'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김추자 선생 창법이 특이해서 부르기도 애매하고 편곡하기도 좀 어렵다는 음악 감독님 판단도 있었죠. 그러다 나온게 김정호 씨의 '하얀 나비'였고, 신 나는 노래를 불렀으면 해서 '나성에 가면'도 넣은 겁니다."

이제야 많이 알려졌지만, 영화 후반에 김수현이 깜짝 등장하는 건 회심의 반전과도 같았다. 원작 시나리오에 늙은 박씨(박인환 분)도 젊어진다는 설정이 있었고, 황동혁 감독은 본래 원빈이나 현빈, 공유 등을 염두에 뒀다. 그러다 심은경이 주연을 맡으며 연령대가 젊어지니 그것에 맞게 젊은 박씨도 더 어린 배우를 물색해야 했던 셈이다. 

"김수현, 송중기, 유아인씨가 청춘스타잖아요. 그중 김수현이 '핫'하다는 생각이었어요. 마침 제작사 대표님이 매니지먼트를 했던 분이고, 김수현 쪽과 친분이 있어서 섭외를 시도했죠. 마침 김수현이 <도가니>를 감동적으로 봤다더라고요. 쉽게 오케이를 했죠. 우리의 비장의 카드였습니다(웃음)."

<수상한 그녀>는 대기업 영화? "오히려 좋은 투자일 수 있다"

 영화<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이 11일 오후 서울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배우 심은경이 작품에서 보여줬던 손키스를 재연해보이고 있다.

"시를 좋아해서 황지우, 기형도의 시를 즐겨봤지만 스스로 그쪽 재능은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카메라를 보고 웃으며 사람들과 영화를 만드는 게 더 좋더라고요. <수상한 그녀>를 끝냈으니 일단은 좀 쉬고, 좋은 작품으로 다시 관객을 만날 겁니다." ⓒ 이정민


<수상한 그녀>에 대한 영화계 일각의 부정적인 시각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CJ E&M이 투자하고 기획 부문에 이름을 올리다 보니 사실 한 대기업의 기획 영화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때문에 감독의 역량 발휘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았겠냐는 외부의 우려가 있기도 했다. 

"CJ E&M이 공동 기획으로 이름이 올라갔지만 사실 제작사가 기획한 거죠. CJ에서 제작사에 절 연결시켜준 건 맞지만 간섭을 하거나 통제할 입장은 아니었죠. 시나리오나 캐스팅 부분도 거의 100프로 제가 맡았죠.

<도가니> 때도 CJ와 함께했고, 나름 손발이 잘 맞았어요. 그때 다들 투자를 꺼렸는데 이쪽에서 투자를 결정한 거죠. <수상한 그녀> 역시 여자 혼자 이끌어 가는 작품이라 투자받기가 어려웠을 텐데 CJ가 결정했어요. <수상한 그녀> 제작비가 35억 원 정도인데 그 돈을 선뜻 내기 힘들었을 거라고요."

CJ E&M과 기회가 돼서 두 작품을 연속으로 했지만 황동혁 감독은 단편 영화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소재와 이야기를 잡아 배우들에게 특별출연도 부탁하고 영화제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며 황동혁 감독은 "SF 영화나 크리쳐 영화(괴 생명체가 소재)도 좋아하기에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동혁 감독의 학부생 시절 꿈은 문화부 기자였다. 전공 역시 신문학과로 나름 글과 문화에 관해 관심이 컸던 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이 돼 있다. 언젠가 그의 맛깔 나는 글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점에서 황동혁 감독은 꽤 단호했다.

"다시 펜으로 뭔가를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언젠가부터 글 쓰는 게 싫어졌고 힘들더라고요. 부담이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거 같네요. 한 번 쓰기 시작하면 계속 고치게 되고 완성이 안 되더라고요. 글 빚을 지는 느낌이랄까. 시를 좋아해서 황지우, 기형도의 시를 즐겨봤지만 스스로 그쪽 재능은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카메라를 보고 웃으며 사람들과 영화를 만드는 게 더 좋더라고요. <수상한 그녀>를 끝냈으니 일단은 좀 쉬고, 좋은 작품으로 다시 관객을 만날 겁니다." 

 영화<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이 11일 오후 서울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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