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프로 <우리 결혼했어요4>의 미공개 스틸 사진. 이소연, 윤한 커플의 모습이다.

MBC 예능 프로 <우리 결혼했어요4>의 미공개 스틸 사진. 이소연, 윤한 커플의 모습이다. ⓒ MBC


사실 우린 울타리 밖의 무언가를 동경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취업난에 청년들은 그럴싸한 직장을 동경하며, 말단 직원은 대기업 회장이 되는 막연한 상상을 하고, 큰 가게 사장님은 안정적인 직장을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일이 종종 재미가 없을 때, 부쩍 PD라는 직업을 동경했습니다. 같은 언론계라지만 뭔가 재기발랄해 보이거든요. 행복의 파랑새가 결국엔 자기네 창문 앞에 있다고 하지만, 이 기획은 일단 '다른 분야에 뭐 없나?'하는 심정에서 시작됐습니다. - 편집자 말

|오마이스타 ■취재 이선필 기자| PD의 결혼 생활이 과연 프로그램에는 큰 도움이 됐을까. 지난 9월부터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의 연출을 맡고 있는 선혜윤 PD는 잘 알려진 대로 방송인 신동엽과 결혼했고, 현재 7년 차 부부로 금슬 좋게 지내고 있다.

그간 선혜윤 PD는 제작 발표회 외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우결>이 좋은 핑계가 됐음을 고백한다. 선 PD는 시즌 4의 중반부터 프로그램을 맡아 '정정커플'(정유미·정준영)을 만들어냈고, 윤한과 이소연의 사랑스러운 조합을 발견했다. 앞서 '탬나커플'(태민·나은)이 10대와 20대의 풋풋한 감성을 전하고 있었다면, 선혜윤 PD는 여기에 30대 이상의 공감을 얻기 위해 한 수를 둔 셈이다.

집에서는 과묵한 신동엽..."도움되는 게 없지 않다"

"(신동엽씨와의 결혼생활이) 도움되는 게 없지 않아 있더라고요. 어떤 커플을 보면 결혼 전 애틋함이 보일 때가 있고, 한참 티격태격하다가 지겨워하는 모습이 보일 때도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부부는 어떤 때가 좋았나'를 생각하며 녹이려 하죠."

선혜윤 PD는 남편이 정작 집에서는 과묵한 남편에 속한다고 했다. 의외였다. 방송에서는 그렇게 19금 발언을 넘나들며 '섹드립의 지존' '19금 개그의 장인'라는 수식어까지 얻고 있는데 말이다. 2001년 MBC에 입사한 선혜윤 PD는 방송국 선배들과 주변 지인들의 계략(?)으로 신동엽과 2005년 결혼식을 올렸다. 연애 기간은 1년 6개월 남짓이었다.

"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아마 서로가 인연이라고 생각했겠죠? 근데 결혼하고 나서는 주로 제가 아이디어를 주는 거 같아요. 받는 게 없더라고요. 프로그램 모니터도 잘 안 해주고요. 그래서 저도 요즘 남편의 프로그램을 잘 안 봐줘요. 가끔 제가 하는 말을 담아뒀다가 나중에 방송에서 마치 자기 생각처럼 얘기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모니터한 대가를 내놓으라'고 했죠. 남편은 주로 방송에 대해 많이 들으려고 하는 편인 거 같아요."

서운한 듯 말했지만 선혜윤 PD는 "막상 남편이 내 프로그램을 모니터하면 쑥스러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신동엽 역시 마냥 무관심한 건 아니었다. 아내가 <우결>을 맡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지나가는 말로 연예인 몇 명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현재 <우결>이 세 커플 체제인 만큼 언제든 새로운 부부를 투입할 여지는 항상 있다.

"여러 사람이 있었는데 하나 공개하자면 문희준과 홍진영씨를 부부로 엮어보라고 하더라고요. 대박 재밌을 거 같긴 해요. 홍진영씨가 <우결> 패널로 들어와 있잖아요. 진영씨가 충분히 매력도 있어서 가능성은 있죠. 문희준씨와 홍진영씨가 은근히 프로그램을 같이 했더라고요."

 MBC 예능프로 <우리 결혼했어요>의 연출을 맡고 있는 선혜윤 PD.

MBC 예능프로 <우리 결혼했어요>의 연출을 맡고 있는 선혜윤 PD. ⓒ MBC


지금은 예능 PD, 나중엔?..."밴드 음악 다루고 싶다"

깨알 같은 재미를 찾는 예능 PD라지만 사실 선혜윤 PD는 처음부터 방송 PD를 꿈꿨던 건 아니었다. 전공도 독어독문학으로 방송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래서 다른 PD들이 이름을 떨치며 인터뷰를 할 때도 선 PD는 스스로 누군가에게 본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 거부할 때가 많았다.

"사실 아버지가 예전 TBC 시절에 PD 시험을 봤다가 떨어지셨대요. 대학 공부를 마치고 취직 생각은 없었고, 독일로 유학 준비를 하면서 여러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 와중에 아버지가 독일 유학의 목적을 물으셨는데 결국 취직이더라고요. PD라는 직업이 있으니 생각해보라고 하셨어요.

저 역시 대학생 때 한 방송 프로그램에 간접적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기억이 나쁘지 않았어요. 결국 공채 시험을 봤고, 떨어질 줄 알았는데 됐어요. 스물세 살 때였죠. 진짜 일찍이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들어가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전 스스로 정답이 될 수 없다고 (후배들에게) 말하곤 해요."

그렇게 13년이 지났고, 선혜윤 PD는 시트콤, 음악 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을 거치며 경험을 쌓아갔다. 그럴수록 승부욕도 늘고 도전의식도 생겼다. 지금껏 맡았던 프로그램 중 선혜윤 PD를 두근거리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했던 프로그램들이 저마다 매력이 있어서 하나를 딱 꼽긴 어려워요. 다만 아쉬웠던 프로그램을 말하자면 <오빠 밴드>죠. 그리고 <아빠 어디가> 직전에 파일럿 프로로 기획했던 <친친>도 아쉽고요. 나름 열심히 했는데 정규 편성을 안 해주더라고요.

<오빠 밴드>는 기획은 좋았는데 사공이 많아서 다른 길로 간 경우입니다. 그때 출연했던 유영석 작곡가가 프로그램이 끝나자 '마치 밴드가 해체되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그 기분을 알 거 같더라고요. 정말 자식 같았죠. 그 프로를 끝내고 1년 6개월 정도 슬럼프가 왔어요. 애정을 쏟았는데 잘 안되니까 몸과 마음이 지친 거였죠."

선 PD는 "더 늙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밴드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지난 2012년 MBC <연예대상> 연출을 맡았을 당시, 인디 뮤지션 및 록 뮤지션을 무대에 세우기도 했다.  

좋은 PD? "사람에 대한 관심과 보편적 상식 필요"

 MBC 예능 프로 <우리 결혼했어요4>의 미공개 스틸 사진.

MBC 예능 프로 <우리 결혼했어요4>의 미공개 스틸 사진. ⓒ MBC


선혜윤 PD는 연출자의 자질에 대해서 말하기를 조심스러워 했다. 저마다 노하우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선 PD 스스로도 평소에 집에서 아무말 않고 일본 드라마, 미국 드라마를 밤새 보는 게 낙이란다. 마냥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하는 게 PD의 기본 자질이지 않냐 물으니 "사람마다 다른 거 같다. 분류하자면 난 '여자 정준영' 같은 성격(정준영은 암실에서 게임을 즐기는 마니아로 알려져 있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PD의 자질로 딱 두 가지를 꼽았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보편적 상식이었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만큼 상식적이고 도덕적인 사람이 좋은 PD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감히 'PD는 이래야 한다'고 말은 못하지만 결국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기에 그런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봐요. 프로그램이 대박이 나더라도 도덕적인 문제가 있으면 누군가에겐 큰 피해가 되거든요. 상식과 도덕이 있으면 그런 걸 걸러낼 수 있습니다. 누구나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나름의 기준이 있는 PD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여기에 PD가 종종 자막을 다루기에 맞춤법과 어법은 기본으로 알아야겠죠.(웃음)"

 MBC 예능 프로 <우리 결혼했어요4>의 미공개 스틸 사진.

MBC 예능 프로 <우리 결혼했어요4>의 미공개 스틸 사진.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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