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스틸컷
CJ ENM
사랑을 말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해준과 서래의 사랑이 관객을 실제로 움직일 것인지는 쉽사리 답할 수 없다. 불륜이란 말에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도, 불륜보다 먼저 사랑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 이해하려는 사람도, 불륜이고 사랑이고 내 일이 아니니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도 모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니 말이다.
나는 그저 이렇게 말하려 한다. 불륜은 사람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만약 누군가 움직였다면 그건 불륜이 아니라 사랑이었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그에겐 이 영화가 사랑영화일 거라고 말이다.
불행히도 나는 <헤어질 결심>을 충분히 좋아하는 데 실패했다. 그건 이 영화가 사랑을 말하지 못했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몹시 우연적이고 캐릭터 설정 역시 얄팍하다는 등의 이유도 아니다. 그건 그저 이 영화가 사랑과 함께 품격과 자부심과 꼿꼿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에 도저히 공감할 수 없었던 탓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쓴 이가 진정으로 꼿꼿한 인간이 삶을 어떻게 대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없거나 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 없으리라고 본다. 운이 좋아 나는 그런 사람을 오래 알고 지낸 일이 있다. 그리고 그와 동류인 인간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법한 행태를 해준과 서래의 모습에서 너무 많이 보았다. 무엇보다 진정 자부심을 가진 인간은 이렇게 쉽게 스스로를 몰락시키진 않는다.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거기서 태어나는 것이 품격이라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