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스틸컷
CJ ENM
이런 설정은 스릴러의 질감이 강한 치명적인 로맨스보다는 성숙한 어른들의 사랑을 그려내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요소다. 박찬욱 감독은 함께 시나리오를 집필한 정서경 작가한테 한 작품만을 참고하라 제안했다고 한다. 그 작품은 데이비드 린 감독의 <밀회>다. 해준이 홀로 집에 있는 서래의 모습을 망원경으로 보는 장면은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만큼 여운을 남기는 밀도 있는 로맨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스릴러의 경우 알프레드 히치콕의 느낌이 진하다. 박찬욱 감독은 히치콕을 의식하지 않고 작업했지만 칸영화제 상영 당시 히치콕의 인상을 받았다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렌즈로 서래를 바라보는 장면은 <이창>의 관음증이, 산에서 떨어진 시체를 보여주는 시점부터 연출적인 기교는 <현기증>이, 주제에 있어서는 히치콕의 멜로 스릴러 장르의 작품들이 떠오른다. 서스펜스의 아버지, 히치콕의 그늘을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그가 연상될 만큼 높은 연출적인 기교를 지니고 있다.
감독 스스로 형사와 용의자의 로맨스가 흔한 소재라 밝힌 만큼 소재의 독창성보다는 연출적인 측면에서의 기교나 극의 완성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차편집과 비슷한 이미지를 연결해 제시하며 해준과 서래의 사이가 가까워지는 심리를 이미지의 혼합적인 작용으로 기이하게 표현한다. 마치 끝말잇기처럼 심리의 서사를 이미지로 전달하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미장센을 극대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