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현지시간) 제26회 SAG 어워즈(미국 영화배우조합) 시상식 참석에 앞서 포즈를 취한 박소담 배우와 봉준호 감독, 송강호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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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반 관객 사이에서 화제가 될 만큼 <기생충>은 돌풍이다. 현지 분위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한국 언론이 보도하는 내용만 보고 '국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기생충>에 대한 이곳의 관심은 한국 언론이 보도하는 것 이상이다." (영화주간지 <씨네21> 1241호, <한국 아카데미 회원으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투표 참여한 정정훈 촬영감독, "<기생충>팀 만나 부럽고 자랑스럽다고 얘기해주었다"> 중에서>
9000명이 넘는 전 세계 아카데미 위원회 회원 중 불과 40여 명에 불과한 한국인이자 <올드보이>, <아가씨>로 유명한 정정훈 촬영감독. <그것>, <커런트 워>, <좀비랜드: 더블탭> 등을 작업하며 할리우드의 '잘 나가는' 촬영감독으로 안착한 그는 <기생충> 팀을 만나 직접 축하를 전했다며 이런 감상을 남겼다.
"<기생충>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작품상, 감독상 등 여러 후보에 오른 건 대단한 일이다. <기생충>을 계기로 한국인들이 문화적으로 미국 사회에서 존경받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다."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은 그렇게 불과 몇 해 전까지 '화이트 워싱' 논란에 시달렸던 보수적 '아카데미'(오스카)와 할리우드에서 이미 '새 역사'를 쓴 것과 마찬가지다. 현지 언론 역시 연일 "봉준호와 <기생충>이 새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헤드라인'을 내세우는 중이다.
이제 즐기는 일만 남았다
칸과 골든 글러브를 경유해 현재까지도 전 세계 50개가 넘는 영화상을 싹쓸이 중인 <기생충>은 지난 2일 영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데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인 8일 열린 제35회 필름 인디펜던트스피릿 어워즈에서도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앞서 소개한 인터뷰에서 정 감독이 한 말마따나, 20여 년 전 북미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와호장룡>의 경우와도 다르다.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은 미 유학파 출신으로 이미 미국에서 주류 영화를 작업 중인 감독이었다. 우리 제작사와 우리 배우, 스태프들이 우리말로 제작한 <기생충>과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외국어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와호장룡>과는 "전혀 다른 사례"가 맞다.
사실 이미 다 이루었는지 모른다. JTBC <방구석1열>의 '아카데미' 특집에 출연한 변영주 감독은 "수상 결과를 떠나, 작품상 후보마다 뮤지컬과 다름없는 오마주 무대가 꾸며지는데 <기생충>이 무대에 오른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이미 축제나 다름없다"고 평했다.
맞다. 흥겹고 자유분방한 아카데미 특유의 분위기 속에서 <기생충>은 시상식 내내 언급되고 찬사받고 박수를 받을 것이다. 비록 최근들어 그 위세가 떨어지긴 했다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인들이 가장 '애정'하며 생중계로 지켜보는 '엔터테인먼트 이벤트' 중 하나요, 전 세계인들이 생중계로 즐겨온 지 오래다.
봉 감독도 이미 그런 즐김의 여유를 자랑한 바 있다. 지난달 작품상 격인 '앙상블' 상을 수상했던 SAG 어워즈(미국 영화배우조합) 시상식에서 스마트폰으로 배우들의 수상 장면을 찍던 봉 감독은 해외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로부터 '빅 대디'란 별명을 얻었다. 이제 우리도 봉 감독과 송강호를 비롯한 <기생충>팀이 그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후보로 호명되고 할리우드 배우들의 박수를 받으며 즐기는 모습을 함께 기뻐해도 충분할 것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이목이 쏠리는 것은 수상 결과일 터. 칸을 비롯한 국제 영화상은 올림픽은 아니다. 반면 아카데미 시상식은 조금 다르다. 수상 결과가 실질적인 흥행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지사. 올림픽과 같은 경쟁 구도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
제한 상영으로 시작한 <기생충>의 경우가 딱 그랬다. 이미 3000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거둔 <기생충>은 이미 북미 지역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중 전체 흥행 7위를 기록 중이다. '오스카 레이스'를 거치며 북미 지역 상영관을 1000개 이상 늘린 <기생충>은 수상 결과를 떠나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더 많은 '흥행'을 기대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기생충>의 배급사 네온뿐만 아니라 유수의 할리우드 제작사와 배급사들이 엄청난 비용과 자원을 쏟아 부으며 '오스카 레이스'를 펼치는 이유는 자명하다. 여기에 후보로 지명되고 수상한 감독과 스태프, 배우 모두에게 '오스카 위너'라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을 가리킨다.
<기생충>의 수상 여부에 쏠린 미 언론의 관심이 아카데미 위원회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지난해 <로마>의 돌풍과 '넷플릭스 영화'들의 입성 이후 국제화를 요구받고 또 꾀하고 있다는 아카데미 입장에서도 <기생충>에 대한 북미 관객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흥행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터다.
오죽했으면 < LA 타임스 >는 "<기생충>보다 아카데미가 더 <기생충>이 필요하다"고 돌직구를 날렸을까. 그렇다면, 현지시간 9일 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개최되는 <기생충>의 실제 수상 여부에 대한 미 언론과 전문가들, 국내 관객들의 예측은 어땠을까. 작품상 외에도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른 <기생충>에 대한 차고 넘치는 예측들 중 유의미한 분석들을 꼽아 봤다.
백중세 혹은 각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