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테이젼>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평소 겁이 많거나 소심하다 자평하는 분들, 관람을 자제 부탁드린다. 공포영화가 아니라서 더 그렇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기침 한 번 할 때마다, 버스 손잡이를 만지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마다, 맨손으로 잡은 신용카드를 점원에게 건널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른다.
더욱이 영화 초반 등장했던 중후반부 이후 서사 안으로 돌아오지 않을 때,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화 속 '대중'들이 갈수록 날카롭고 폭력적으로 변해갈 때, 숨이 턱턱 막혀오는 순간과 맞닥뜨릴 것이다.
그렇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복판에서 다시 보는 <컨테이젼>(Contasion)은 좀비 없는 좀비 영화이자 '쇼크' 효과 없는 공포영화였다. 벌써 9년 전 영화다. 우리가 메르스 사태를 겪기 전, 전 세계는 2002년 사스,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 2009년 신종플루 사태를 경험했다.
그쪽 동네 전문가의 시각으로 보자면, 그때도, 지금도 결코 늦지 않았던 걸 테다. 정체모를, 외부로부터 온 바이러스와의 (컨테이젼이란 직설적 제목이 내포한) '접촉'과 '감염', '전파'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드는 일말이다. 2020년 2월 현재 늘어나는 미국의 독감 환자 사망자 수와 중국의 '신종 코로나' 감염 사망자 숫자를 보라.
게다가 연출은 스티븐 소더버그다. <오션스> 시리즈는 애교가 맞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깜짝 데뷔, 할리우드에서 지적이고 '쿨'한, 냉정하고 냉철한 작품을 만들기로 유명한 스티븐 소더버그의 <컨테이젼>은 시종일관 '인정사정 볼 것 없는' 감염병의 계보학 혹은 감염병 지도를 대수롭지 않게 완성해낸다.
그러니까, '이 구역 1인자는 바로 나'를 선언이라도 하듯, 전염병 소재 영화는 <컨테이젼>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밖에 없다. 프랑스인이 아시아인들에 대한 혐오 발언을 이어가고, <뉴욕타임스>가 "신종 코로나가 세계적인 유행병이 될 거"라고 경고했으며, 홍콩 시민들이 중국과의 국경 폐쇄를 요구하고 나선 2020년 2월. 다시 확인하는 영화의 이 총체적인 시선에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정체불명 감염병 자체가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