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수의 연기(자료사진)
연합뉴스
첫 시니어 세계선수권 대회를 위해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이어온 임은수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큰 불운을 겪었다. 그는 오전 공식 연습 당시 현재 미국에서 라파엘 아르투니안 코치의 지도를 함께 받고 있는 머라이어 벨에게 스케이트 날로 종아리 부위를 가격당했다. 사고 직후 임은수는 고통을 호소해 연습 일정을 포기하고 경기를 불과 몇 시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진의 치료를 받았다.
임은수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는 "당시 언뜻 보기에는 머라이어 벨의 스케이트 날이 임은수의 다리 쪽을 스쳐 지나가는 불의의 사고처럼 보였다. 하지만 임은수가 런쓰루 과정에서 선수의 동선에 방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링크 벽 쪽에 붙어 이동하고 있었는데도 머라이어 벨이 임은수의 뒤로 다가와 가격한 것을 보면 고의성이 다분히 의심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댓스포츠는 머라이어 벨의 이번 행동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명백한 인종차별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올댓스포츠 측은 "현재 머라이어 벨은 LA에서 임은수와 같은 링크, 같은 코치, 같은 연습세션에서 훈련을 해온 선수다. 최근 수개월 동안 임은수의 연습을 방해해 왔고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하기 직전 미국에서 마무리 훈련을 할 때도 머라이어 벨이 임은수를 향해 폭언을 하는 등 연습 방해 수위를 높여왔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이어 "이번 사고 직후 머라이어 벨이 임은수에게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자신의 연습만 이어간 것을 보면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심각성 탓에 미국 전지훈련지 링크에서도 임은수와 머라이어 벨이 서로 다른 훈련 세션과 다른 라커룸을 쓰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올댓스포츠는 머라이어 벨의 고의성에 대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을 통해 해당 연맹 측에 정식으로 공식 항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같은 불상사에도 임은수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최선의 연기를 펼쳐냈다. 30번째로 등장한 임은수는 'Somewhere in time(사랑의 은하수)'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빠른 스피드로 빙판을 가로지르며 출발한 그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상당한 비거리와 높이를 보여주며 착지했다. 심판들은 임은수의 이 점프에 수행등급(GOE)에서만 무려 1.77점의 높은 가산점을 줬다.
잔잔한 음악에 맞춰 플라잉 카멜스핀을 회전해 레벨4를 받은 그는 스텝 시퀀스에서도 서정적인 음악의 선율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차분하게 연기를 이어갔다. 이어 후반부로 진입하면서 카운터 턴을 연결해 트리플 플립 점프를 정확하게 뛰며 수행등급에서 1.97점의 가산점까지 더했다. 마지막 점프였던 더블 악셀도 사뿐하게 착지해 모든 점프를 마쳤다.
임은수는 레이백 스핀과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 등 두 개의 스핀을 모두 레벨4로 처리하며 연기를 마쳤다.
여자싱글 1위는 러시아 자기토바
여자싱글 1위는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알리나 자기토바(러시아)가 차지했다. 자기토바는 82.08점을 받으며 선두에 올랐다. 자기토바는 지난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과 유럽선수권, 평창 동계올림픽 등 메이저 대회를 모두 휩쓸었지만,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에서 무너지면 올 스윕에 실패했다. 그때의 뼈아팠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자기토바는 이날 침착하게 자신의 연기에 집중해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 그가 23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다면 피겨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2위는 사카모토 가오리(일본)가 76.86점으로 뒤를 이었고 3위는 엘리자베타 투르진바예바(카자흐스탄)가 75.96점을 받았다. 올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 챔피언이자 트리플 악셀 점프를 내세워 일본에서 홈 이점을 얻고 우승을 노리던 키히라 리카는 이날 트리플 악셀 점프를 1회전 놓치는 큰 실수를 또다시 범해 70.90점으로 7위 머물렀다.
한편 임은수는 22일 오후에 열리는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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