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대기업 상영관의 6일 <캡틴 마블> 시간표
성하훈
<캡틴 마블>의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국내 한 대기업 상영관에서 예매할 수 있는 개봉일 상영 회차는 모두 96회였다. 7회 상영이 배정된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6회 상영이 배정된 <사바하>, <증인>과 비교할 수 없는 격차였다.
할리우드 영화의 스크린독과점 대공습이 또 다시 시작됐다. 6일 개봉한 <캡틴 마블>은 첫날 46만 관객에 2000개 이상 스크린을 차지하며 독주를 시작했다. 2016개 스크린에서 11017회 상영됐고, 시장점유율 85.6%에 상영점유율은 61%였다. 예매율은 90%를 차지하면서 박스오피스를 싹쓸이했다. 2위를 차지한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2만 관객이었다.
이 기세대로 간다면 주말에는 지난해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가 세운 2,553개 스크린 기록을 깨고 새로운 기록을 수립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캡틴 마블>을 수입 배급한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7일 2019년 최고 개봉일 관객 기록과 역대 3월 최고 개봉일 관객 기록을 세웠다며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 한국에서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편의 영화로 인해 모든 영화들이 주변부가 됐고, 구석으로 밀려났다는 점은 결코 긍정적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 시장을 나 홀로 장악한 형태가 되면서 3월 영화시장의 다양성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주로 저예산 영화를 만들고 있는 한 감독은 "96회는 24시간 기준으로 해도 15분 간격으로 풀가동"이라며 "새벽에 덜 튼다고 보면 거의 5분, 10분 간격이고 그냥 시간표 볼 필요도 없이 언제 가도 무조건 바로 볼 수 있는 거라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대기업 상영관에서 제대로 된 상영을 보장받기가 상대적으로 힘든 저예산 영화나 독립예술영화 입장에서는 다수의 스크린과 상영 횟수를 독차지하는 현실이 부러움 한편으로 씁쓸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대기업은 이익, 작은 영화는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