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 5월 2일 오후 6시 3분]

 애니메이션 <시로바코>의 한 장면.

애니메이션 <시로바코>의 한 장면. ⓒ P.A.WORKS


'일하는 여자아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로바코>의 제작사인 P.A.WORKS 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시로바코>를 포함해 세 작품이 나왔으나 <시로바코>를 제하고는 모두 실패했다. 반면 <시로바코>는 2015년에 고베 작품상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과 상업성 모두 거머쥐었다.

<시로바코>의 성공으로 '일하는 여자아이' 장르가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일하는 여자아이'라는 장르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다. '일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여자아이'일 뿐이다. 이때 '여자아이'란 '캐릭터 성'이라는 단어로 총칭된다. 예를 들면, 드라마에서 연인의 얼굴에 물을 끼얹는 부모님이나 악행을 저지르다 끝내 구속되는 사장님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일하는 모습'이 뭐가 재밌는지 물을 수도 있다. 말 그대로다. '일하는 건' 싫지만 '일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건 재미있다. '일하는 모습'을 구경한다는 건 두 가지 욕구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대리만족이다. 우리가 '먹방'을 보며 군침을 다시듯, '일하는 모습'이란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다. 둘째, 지적 만족이다.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배우며 흥미를 느끼듯, '일하는 모습'이란 업계의 뒷사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시로바코>는 업계의 뒷사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작중 등장하는 인물과 회사는 모두 실제 인물과 회사를 바탕으로 했다. 그러니 업계에 관심이 있거나 업계 당사자들은 이 작품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누가 누군지 맞추어 보는 재미도 있고, 실제 자신의 업무와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을 테다.

시로바코는 일본어로 '하얀 상자'라는 뜻인데, 비디오테이프에 하얀 껍질이 씌워진 모습을 뜻한다. 그것이 작품 한 편이 담긴 저장매체 전반을 의미하는 단어로 굳어졌다. 그래서 요즘처럼 CD나 USB에 보관된 완성본도 '시로바코'라고 부른다.

이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는 애니메이션 한 화의 완성본 CD, 둘째는 '애니메이션이 완성되듯 점점 성장해가는 주인공'이다. 쉬지 않고 일한다는 점에서 반(反) 청춘물처럼 보이지만, 이게 진짜 청춘의 현실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청춘물'이 아닐까 싶다. 

<뉴 게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사한 주인공은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다니게 된 걸 기뻐한다. <뉴 게임!>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말한다.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며 주요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될 때 우리도 기뻐한다. 즉, <미생>처럼 삶에 치이는 모습보단 '자아실현'의 기쁨이 더 큰 셈이다.

자아실현의 기쁨, 기본적으로 이 작품이 표방하는 건 '즐거운 일하기'다. 이 작품에서도 상사와의 갈등, 사무실에서 잠자는 야근, 외주업체와의 갈등이 묘사되지만, 파스텔 톤 같은 느낌이다. 다들 자신의 분야에 최선을 다하니 좋은 근무 분위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 만화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안다. 작품의 주인공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유명 히트작을 냈던 중견 게임사에 바로 입사한다. 그곳에서 1년 만에 아트 디렉터 직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팀원들 모두와 친하게 지낸다. 결정적으로, 모르는 업무도 친절하게 알려주는 선배가 있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일하는 여자아이' 장르가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결핍 때문이다. 그 작품들은 모두 '우리가 원하지만 가지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로바코>처럼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던 때, <뉴 게임!>처럼 이상적인 회사는 더는 '없다'.


만화 애니메이션 시로바코 뉴 게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