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군무'를 선보일 MBC 노래패 단원들.
김윤정
"MBC를 사랑하는 여러분.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 오로지 승리만 있을 뿐. 우리가 돌아왔다. 마!봉!춘!"허일후 아나운서의 외침에 맞춰 시작된 음악에 MBC 노래패의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기본 얼개는 2012년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5년이 지난 만큼 가사도 달라졌다. "요즘 MBC는 안 봐! 나꼼수면 충분~"이라던 가사는 "손석희면 충분"으로, 김재철 전 사장을 겨냥한 "큰집에 가서 쪼인트나 까여"라던 가사는, "블랙리스트 더 이상은 못 참아" 등으로 바뀌었다.
가장 달라진 것은 'MBC 프리덤'의 촬영장소다. 일산MBC 로비를 배경으로 촬영됐던 2012년 버전과 달리, 2017년 버전의 배경은 상암동 MBC다. 김민식 PD는 "많은 MBC 구성원들이 여의도 시절을 그리워하고, 상암MBC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다. 상암동 출근할 때마다 이 좋은 사옥이 부역자들의 놀이터가 돼 아깝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상암 MBC가 우리 조합원들의 진정한 터전으로, 새로운 마음의 고향으로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 2012년 'MBC 프리덤' 보기)2017년 버전은 보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이 '화려한' 캐스팅의 주인공들은 지난 5년 동안 해직, 부당발령 등의 고초를 겪으며 본의 아니게 유명세를 얻게 된 이들이다. 이들의 '황당' 에피소드들도 모두 뮤직비디오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배현진 앵커와의 '양치대첩'으로 화제를 모은 양윤경 기자는 양치질을 하며 등장하고, '피구 대첩'의 신동진 아나운서와 손정은 아나운서는 피구공을 튕기며 등장하는 식이다.
김민식 PD는 "파업 과정에서 화제가 된 조합원들은 물론, 해직 언론인들까지 총출동해 캐스팅에 힘이 실렸다"면서 "엔딩에 이용마 기자를 세우고 싶었지만 몸이 좋지 않아서 불발됐다. 그게 제일 아쉽다"고 말했다.
"해고된 조합원들의 뒤를 MBC 조합원들이 단단하게 받쳐주는 그림"이라던 김민식 PD의 연출 의도대로, 선글라스를 맞춰 낀 해직언론인들은 '율동'이라 부르기에는 어설프고, '몸짓'이라 부르기엔 신명나게 어깨춤을 들썩였다. 최승호 PD는 "춤 잘 못 추는 거 어차피 다 아는데 잘 봐주시지 않겠냐"며 즐거워했다. 여의도 MBC에서 해직된 최 PD는 "상암 MBC 로비를 이렇게 자유롭게 오간 게 처음이다. 9년 만에 다들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촬영 전에는 "하라니까 하긴 하는데..."라며 머쓱하게 웃던 이근행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과 이우환 전 < PD수첩> PD도, 막상 '큐' 사인이 내려지자 어색함을 감추고 엉성한 춤사위를 보탰다.
어설픈 '몸짓'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댄서'는 서인 아나운서였다. 서인 아나운서는 2012년 'MBC 프리덤'에서도 화려한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인 바 있다. 허일후 아나운서는 "5년이 지났지만 아직 서인 아나운서의 몸이 녹슬지 않았다. 본 촬영 때는 더 잘할 거다"라며 후배 서인 아나운서를 응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