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골든글로브 시상싱 중계 거부를 선언하는 미국 NBC 뉴스 갈무리.

2022년 골든글로브 시상싱 중계 거부를 선언하는 미국 NBC 뉴스 갈무리. ⓒ NBC

 
미국 영화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던 골든글로브가 퇴출 위기에 몰렸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부정부패, 인종·성차별 의혹 등 그동안 쌓여온 폐단이 터지면서 할리우드와 방송계가 대대적인 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나선 것이다.

매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생중계하는 미국 NBC 방송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내년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NBC는 "HFPA는 다양성 부족으로 비판을 받아왔으며, 그들은 개혁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다"며 "이에 따라 2022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HFPA가 의미있는 개혁을 실행할 의지가 있다고 믿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개혁을 잘 완수해서 2023년에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중계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나리> 차별했던 골든글로브, 할리우드서 외면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 양대 영화상으로 꼽혀왔으나, 최근 여러 의혹에 휘말리면서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최근 HFPA 회원 87명 가운데 흑인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는 골든글로브가 비영어권이나 소수 인종이 등장하는 작품을 차별한다는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수상작 선정의 공정성까지 흔들렸다.

올해도 골든글로브는 영화계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은 <미나리>를 영어 대사 비율이 적다는 이유를 들어 외국어 영화로 분류하고 작품상, 연기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서 배제함으로써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톰 크루즈의 골든글로브 트로피 반납을 보도하는 <버라이어티> 갈무리.

톰 크루즈의 골든글로브 트로피 반납을 보도하는 <버라이어티> 갈무리. ⓒ 버라이어티

 
또한 HFPA 회원들이 여배우들에게 성차별적 발언을 하고, 영화사들로부터 협찬을 받아 호화 여행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할리우드 인기 배우 톰 크루즈는 지금까지 받은 골든글로브 트로피 3개를 HFPA에 모두 반환했다. 그는 < 7월 4일생 >과 <제리 맥과이어>로 남우주연상, <매그놀리아>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마블 시리즈 <블랙 위도우>의 여주인공 스칼릿 조핸슨도 성명을 내고 "그동안 시상식이나 기자회견 등에서 HFPA 회원들로부터 성차별적인 질문을 받거나 성희롱을 당했다"며 "내가 지난 수년간 골든글로브를 거부했던 이유"라고 강조했다.

뒤늦은 개혁... 위상 회복 가능할까 

이 밖에도 워너브라더스, 넷플릭스, 아마존 스튜디오 등 영화 제작사나 홍보 대행사 등이 골든글로브 보이콧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HFPA는 다양성을 위해 회원 20명을 추가하고, 향후 2년 이내에 회원 수를 50% 더 늘리겠다는 내용의 개혁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더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HFPA는 이날 시상식 중계 보이콧 선언에 대해 "우리는 다음 시상식 중계 여부와 상관없이 최대한 신속하고 혁신적인 변화를 실행하는 것을 조직의 최우선 과제(urgent priority)로 여기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골든글로브가 개혁에 나섰지만, 영화계는 그 개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도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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