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대표이사에게 과거 차량 접촉사고 등을 기사화하겠다며 채용과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가 8일 오전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저급했던 것은 김웅 기자만이 아니었다. 김 기자는 이른바 '여성 동승자' 등 설령 사실일지라도 사생활 영역에 해당하는 무책임한 폭로전을 이어갔고, 종편 등 적지 않은 매체들은 물론 보수 유튜버들이 김 기자의 충실한 스피커 역할을 자임했다.
선정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의혹보도와 진실 공방이 이어졌고, 녹취록을 공개한 김 기자가 손 사장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어찌됐든 손 사장은 경찰 수사와 이어진 송사의 당사자가 돼버렸다. 깔끔하고 신뢰감을 줬던 '언론인 손석희'의 이미지는 그렇게 서서히 추락하고 있었다. 특히 '태블릿 PC' 보도를 악의적으로 왜곡했던 극우 유튜버들에게, 김웅 기자의 의혹 제기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작년 10월 JTBC의 모그룹인 중앙그룹이 4.15 총선 이후 앵커 하차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손 사장은 같은해 12월 23일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개편 2주 전 앵커 교체가 알려진다. 나의 하차는 1년 전부터 논의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후 손 사장은 시기를 앞당겨 올해 1월 <뉴스룸> '신년토론' 진행을 마지막으로 앵커 직에서 하차했다. 그렇게 카메라 앞에서 당분간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손 사장이 의외의 장면에서 다시 호출됐다. '박사방 사건'의 주범인 '박사' 조주빈씨의 입을 통해서였다.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말씀 드립니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3월 25일,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종로경찰서를 나서던 조씨가 내뱉은 이 두 마디에 나온 손석희란 이름 석 자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이후 경찰은 조주빈이 '손 사장과 손 사장 가족을 해치기 위해 김 기자가 자신에게 돈을 지급했다'고 허위로 손 사장을 협박을 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손 사장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조씨의 협박에 금품을 갈취당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손 사장 측에 따르면, 자신을 흥신소 사장이라고 밝힌 조씨는 법적 분쟁 중인 김 기자의 이름을 대며 텔레그램으로 접근했다. 조씨는 김 기자가 손 사장과 손 사장의 가족을 위해할지 모른다는 내용으로 협박을 했고, 손 사장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금품을 건넸다.
"위해를 가하려 마음먹은 사람이 K씨(김웅)가 아니라도 실제로 있다면 설사 조주빈을 신고해도 또 다른 행동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에 매우 조심스러웠고 신고를 미루던 참이었다. 혹여라도 누군가가 가족을 해치려 하고 있다면 조주빈 하나만 신고해서는 안 될 일이라 근거를 가져오라고 했던 것(이다)." (손 사장 측 입장문 중)
누군가 선정적인 의혹제기로 법적 분쟁 중인 김 기자의 이름을 대며 접근했다. 가족을 볼모로 김 기자가 협박을 해왔다며 이를 중간에서 무마해주겠다는 조씨에게, 손 사장은 금품을 갈취 당했다. 'N번방 사건'과 자신에게 쏠린 세간의 관심을 어떻게든 돌려고보자 손 사장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범죄를 털어놓은 조씨.
구체적인 정황을 따져보기도 전에, 경찰 수사 초기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가 잇따랐다. 얼마간 조씨의 의도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김 기자와의 법적 분쟁 와중에 접근한 조씨의 협박에 즉각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손 사장의 대응을 문제 삼는 지적까지 나왔다.
일방적인 피해자인 손 사장이 다시금 불미스런 입길에 오른 상황이었다. 당시 손 사장은 김 기자와의 법적 분쟁 와중에 업무상 배임, 협박, 명예훼손, 무고 등의 혐의는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폭행 혐의만 300만 원의 약식명령이 청구됐다.
반면 김 기자의 공갈미수 혐의는 1심 판결을 기다리는 도중이었다. 그리하여 최초 의혹 제기로부터 1년 반이 흐른 8일, 김 기자가 징역 6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앞서 검찰은 1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김 기자는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렇게 '앵커 손석희'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