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양현종 ⓒ 기아타이거즈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토종 에이스 양현종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양현종은 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과의 홈경기에 시즌 12번째 선발 등판하여 6이닝 6피안타 4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양현종은 팀이 3-4로 뒤진 7회초 교체돼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팀은 5-7로 패했다.

국내 대표 토종 좌완으로 꼽히는 양현종은 올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어 해외진출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었으나 예상을 깨고 1년 22억5000만원의 조건으로 현 소속팀 기아에 잔류를 선택했다. 2017시즌 친정팀의 우승을  함께 한 후 부담없이 해외진출을 노리겠다는 포석이었다. 양현종은 올시즌 개막 이후 7전 전승을 내달리며 변함없이 쾌조의 활약을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20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4.2이닝 12피안타 6실점으로 시즌 첫 패를 기록한 경기를 기점으로 양현종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 5월26일 롯데 자이언츠전(5.1이닝  8피안타 7실점)과 6월 1일 NC 다이노스전(2이닝 7피안타 6실점 3자책)까지 3경기 연속으로 초반부터 대량실점을 허용하며 3연패에 빠졌다. NC전에서는 본인이 허용한 자책점은 적었지만 올시즌 최소이닝 강판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최근 3경기만 놓고보면 평균자책점은 12.00(12이닝 16자책)에 달했다.

8일만에 등판한 이번 넥센전에서는 그나마 최근 4경기만에 6이닝을 채웠지만 경기내용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번에도 홈런 허용이 뼈아팠다. 1회부터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이택근-윤석민의 안타에 이어 김하성에게 선제 3점홈런을 내주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김하성은 5회에도 솔로 홈런을 추가하며 양현종을 울렸다. 양현종은 이로서 지난 5월 9일 KT전 이후 최근 6경기 연속 피홈런이자 올시즌 첫 멀티 홈런(2개)를 허용했다.

기아가 중반까지 0-4로 끌려가며 4연패의 기운이 짙었던 양현종은, 불행중 다행으로 마운드 내려간 6회 이후에야 뒤늦게 타선이 터지며 잠시나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패전투수의 멍에를 피한데 겨우 위안을 삼아야했다. 최근 5경기 연속 무승이다.

개막 첫 8경기동안 평균 2.15를 기록했던 자책점은 최근 4경기만에 4.11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첫 6경기 동안 내주지않았던 피홈런도 최근 6경기에서는 8개나 허용했다. 제구가 흔들리며 사사구도 급격히 늘어났고 자연히 이는 투구수 증가로 이닝 소화에도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나 맥스 슈어저(워싱턴)같은 최고의 투수들이라도 장기레이스에서 부진한 경기가 몇 번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진을 최대한 빨리 극복해내는 것도 에이스와 평범한 투수의 차이다. 다른 선수도 아닌 KBO리그 정상급 투수로 꼽히는 양현종이 최근 몇 년간 4-5경기 연속으로 이렇게 부진한 경우가 없었기에 우려의 시선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양현종은 최근 아슬아슬하게 버티다가도 장타 한 방에 순식간에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탈삼진이 줄고 피홈런과 볼넷이 급격히 많아졌다는 것은, 확실힌 공의 힘이 떨어졌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심상치않은 조짐이다.

일각에서는 양현종의 지난 몇 년간 빡빡한 일정과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했던 체력적 부담이 올시즌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있다. 사실 지난 3년간을 놓고보면 KBO리그에서 양현종보다 더 많은 이닝을 꾸준히 소화한 투수는 아무도 없다. 심지어 지난 2016시즌에는 개인 최다이자 국내 투수로서는 유일하게 200이닝(200.1이닝)을 돌파했다. 양현종은 3년연속 17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평균으로 따지면 무려 185.1이닝을 책임졌다.

여기에 양현종은 지난 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못하고 예년보다 몸상태를 빠르게 끌어올려야했다. 물론 한국대표팀이 WBC에서 1라운드만에 조기탈락했고 양현종이 실제로 등판한 것은 대만전 한 경기 뿐이었지만 대회 준비와 훈련 과정 자체가 선수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다. 양현종은 당초 대회 직전까지 WBC 합류에 물음표가 붙었을만큼 어깨 상태에 대한 우려도 있었던 선수였다.

사실 양현종은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체력이나 내구성 면에서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는 투수는 아니다. 소속팀에서도 항상 컨디션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유형의 선수로 꼽혔다. 양현종은 전성기에도 종종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에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보인바 있다. 대표팀 차출이 없는 비시즌에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체로 컨디션을 천천히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기아는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6월들어 3승 4패로 부진하다. 2위 NC와의 격차는 1.5게임에 불과하다. 불안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의 최대강점이던 선발진 빅4의 한축이던 양현종의 부진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것은, 기아의  시즌 운용 전략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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