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PD

가수 조PD ⓒ 스타덤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1998년, 지금은 생경한 개념인 PC통신에서 올린 단 한 곡으로 일약 스타가 된 힙합 뮤지션이 한 명 있었다. 그 이후로도 그는 "난 내 스타일로 말하고 난 내 스타일로 웃지"라 읊조리며 타인의 평가를 거부하겠다 선언하는가 하면, 다시 180도 노선을 바꿔 가수 인순이와 함께 옛 친구를 생각나게 하는 '친구여'로 '올해의 노래'라는 명예를 얻기도 했다.

2010년 돌연 상업 가수로서의 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한 지 3년. 그런 그가 새 미니앨범을 들고 컴백했다. 음반 제목부터 <인 스타덤 버전 3.0>(In Stardom ver.3.0). 1집과 2집을 만들었던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들려주겠다는 포부가 담긴 이름이다.

조PD는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일인지 다시 느낄 수 있었던 작업"이라며 "소재도 많이 쌓여 있었고, 어쩌다 보니 녹음실에 들어간 걸 계기로 한 곡 한 곡 작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1·2집 이후 음악소재 고갈…이번 앨범은 그간 쌓아온 이야기"

- '어쩌다 보니' 녹음실에 들어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5번 트랙('이건 아니지 않나 싶어')이 원래 우리 연습생 데모곡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R&B 창법으로 노래를 너무 잘 부르다 보니, 담백한 맛은 나오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보여주겠다' 하면서 녹음실에 들어갔는데, 작곡가는 이게 더 원작자의 의도와 잘 맞는다며 만족하는 거다. (웃음) 그래서 이게 이번 앨범에서 첫 번째로 작업한 곡이 됐고, 본격적으로 (미니앨범에 넣을) 곡 수집을 시작했다."

- 가사를 보면 세상을 거침없이 비판하던 조PD의 스타일이 조금 살아난 것 같다.
"시니컬하지 않나? (웃음) 예전보다 더 시니컬해졌다고 봐야 할 거다. (인생) 반경이 넓어지다 보니까. 혹자는 욕설이 섞이지 않았으니 '조PD가 순화됐다'고 판단하는데, 그건 아니다. 꼭 욕을 쓰는 것보다는 내용적으로 더 시니컬할 수 있지 않나."

 가수 조PD

가수 조PD ⓒ 스타덤엔터테인먼트


- 하지만 과거에 특정인을 지칭해 거침없이 '디스'를 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졌다. 과거보다 삶이 안정적이다 보니 만족하는 건가.(웃음)
"만족한다기보다는 조심스러워진 거다. (웃음) 주변 반경이 넓어지다 보면, 누가 듣고 곡해할 수도 있지 않겠나. 그래서 이전처럼 특정인을 지칭하진 않았고, 포괄적으로 해서 모든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도록 했다. 다들 사는 게 힘들다는 건 비슷하지 않나. 보편적인 정서를 얻으려고 했다.

사실 내가 3집 이후의 앨범에서 시야가 좁아졌던 것이 사실이다. 1·2집에서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를 다 풀어냈으니까 (음악의) 소재도 없었고. 그 다음 1년, 그 다음 1년 산 걸로 앨범을 내다보니 생활 반경도 좁아졌고 소재도 떨어져서 별 이야기를 못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앨범은 그동안에 쌓아왔던 얘기들을 풀어낸 거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지 않나. (웃음)"

- 새 앨범이 나온 이상, 방송활동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특별한 계획이 있나.
"라이브 방송만 할 거다. 순위 프로그램은 좀…. (웃음) 일단 나와 다른 출연자들과의 나이 차이가 너무 크지 않나. 어색할 것 같다."

- 이번 앨범을 통해 조PD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일단은 한 곡 한 곡 다 들어줬으면 좋겠다. (웃음) 그리고,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방향성'에 대해서. 힙합의 방향이든, 가사의 전개든. 지금은 편향적인 게 없지 않다. 여러 가지 색깔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여자를 만나도 이 여자는 이래서 예쁘고, 저 여자는 저래서 매력 있고…다양한 기준과 가치관으로 판단할 수 있지 않나. 힙합에도 여러 가지 면이 있는데 단순히 한 가지 기준을 두고 그게 맞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별로라고 치부하는 것에 반대를 하고 싶었다."

 가수 조PD

가수 조PD ⓒ 스타덤엔터테인먼트


"지드래곤 디스 아닌, 지드래곤 워너비 비판했다"

- '요즘 힙합은 편향적이다'라고 말하고 싶다는 건가. 그래서 그런지 이번 앨범은 요즘 힙합의 트렌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현재 한국 힙합 팬들의 라임 해석은 대부분 버벌진트를 기준으로 한다. 그게 힙합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좋은 접근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입문 단계를 넘어서 자기 취향을 가질 땐 획일화된 기준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누군가 한 번 이것에 대해 말하고, 분위기를 쇄신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멜로디 랩(노래하듯 부르는 랩핑)도 지금은 과잉이라 생각해서 안 좋아한다. 반골기질이 있어서 다들 한 쪽으로 가려고 하면 돌아서는 스타일이다. (웃음)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멜로디 랩은 너무 유행하고 있다. 자신의 개성이나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으면 그나마 괜찮은데, 사실 지금은 그 음악에 누구나 (랩을) 들어가도 괜찮지 않나. 무개성의 시대가 온 거다."

- '스웨그'(Swag, 멋을 부리며 자신을 과시하는 힙합 문화의 일종)를 비판한 '썩은 XXX 3'도 트렌드를 비판하는 연장선상에 있는 건가.
"누군가는 그 곡을 두고 '빅뱅의 지드래곤을 겨냥한 거냐'는 질문도 하는데, 지드래곤을 고려한 곡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지드래곤 워너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폄하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물어보고 싶었다. 가수가 지하철 타고, 버스 타서 팬들이 사진 찍으면 부끄러운 건가? 왜 방 한 칸짜리에 살면서 차는 무조건 외제차여야 하나. 얼마나 자기중심이 없으면 그런 데 당당하지 못하냐는 거다."

 가수 조PD

가수 조PD ⓒ 스타덤엔터테인먼트


- 대체 이렇게 남들이 다 '네'라고 할 때, '아니다'라고 할 수 있는 반골기질은 어디서 온 건가. (웃음)
"오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아니다. 너무 보편화되어 있는 것을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사실 얼리어답터로서의 재미를 쫓다 보니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기술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거창한 의미는 아니다. 숨겨진 맛집을 찾는 것과 같다. (웃음) 내가 찾아서 먼저 점찍어놓고, 잘 되면 '이럴 줄 알았어'라고 좋아하는 것. 그게 재미있다는 거다."

- 말이 나와서 그런데, '디스' 얘기 좀 해 보자. 요즘 힙합계에선 이 '디스전'이 화제였다. 슈프림팀 전 멤버인 이센스와 다이나믹듀오 개코 사이의 일이 가장 유명했고.
"앞에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다. 막 '시X' 하면서 귀를 자극하는 것보다도, 내용적으로 상대방을 멘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스하려는) 상대방의 본질을 찌르는 통찰이 필요한 건데, (요즘 디스전엔) 그런 부분이 없었다. 자극적이고 표면적인 것만 있었던 것 같다. 들어보면 스토리가 없지 않나."

- 서로를 향한 비방과 폭로만 있을 뿐, 통찰이 없다?
"맞다. 물론 폭로도 (디스의) 큰 부분이긴 하다. 상대방을 쪽팔리게 만들어서 다시 나올 면목이 없게 만들어야 이기는 거니까. (웃음)"

- 그래도 힙합 계에서 같이 활동하는 동료이자 선배로서 안타깝기도 하겠다.
"양측 얘기를 다 들어봤는데, 서로 입장 차이는 있을 수 있겠더라. 나도 제작자이기도 하고, 가수 활동도 하고 있으니까.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도 아직 인생은 기니까, 양 쪽 모두에게 좋은 날이 오지 않겠나."

* 조PD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조PD 지드래곤 버벌진트 이센스 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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