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10일 오후 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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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박완서 작가가 쓴 수필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느 가난한 노파의 집을 찾아가게 된 박완서 작가님, 그곳에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누워있는 노파의 아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몸조차 늙어 버거운 노파는 그 커다란 덩치의 아들이 버거워 욕을 하며 이리저리 굴리듯 아들을 다뤘다.

그걸 본 박완서 작가는 질투심에 거의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가 되었었다고 고백하듯 쓴다. 바로 그 얼마 전 참척(부모를 놔두고 자식이 먼저 세상을 떠난), 그것도 단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먼저 보냈기 때문이다. 자신은 아들의 죽음을 견딜 수 없어서 세상과 벽을 쌓고 수녀원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는데, 비록 가난하고 늙고 병들고 아들은 일어설 수조차 없지만, 살아있는 아들을 만질 수 있다는 그 사실에 박완서 작가 같은 분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예전 얼굴 잃었지만 밝은 이지선 "꼬여서 살지 말아요"

 지난 9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지선아 사랑해>의 이지선 작가.

지난 9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지선아 사랑해>의 이지선 작가. ⓒ SBS


하지만 지난 9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지선 작가의 오빠는 오래도록 그와 반대인 고통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이지선은 "가수 조성모의 '투헤븐' 뮤직비디오를 보면 남자주인공이 불길에 휩싸인 차 안의 연인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오빠가 그 장면을 보며 '나도 저렇게 울기만 했어야 했는데 꺼내서 너를 이렇게 고생시킨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던 고통의 시간을 막연히 가늠하게 했다. 

그러나 이지선 작가의 담백한 소회의 뒤편을 가늠하기만 해도 먹먹해지는 고통의 시간을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은 '생명'의 손을 놓지 않고, 그저 살아있는 것에 방점을 찍으며 용감하게 건너왔다. 아니, 그저 건너온 것이 아니라 식구들이 그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씩씩하게 이겨왔다.

이지선 작가의 가벼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숨겨져 있는 고통과 아픔이 헤아려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던 김제동처럼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뭉클한데, 그런 시간을 견뎌온 그녀는 웃으라며, 편하게 웃으며 말한다. "손가락 마디를 다 자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며.

눈앞에서 해맑게 웃으며 밝게 이야기하는 이지선 작가임에도 그런 '긍정의 여왕'을 선뜻 믿을 수 없는 MC 이경규는 언제나 그렇듯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아니 이경규만이 아니다.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아직도 일그러진 이지선 작가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리고 그녀가 겪어온 고통의 시간을 들은 시청자들조차 그녀의 밝은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이지선 작가는 웃으며 단호하게 "꼬여서 살지 말라"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티 하나 없는 '무한 긍정'이 비단 이번 이지선 작가 편에서만 보인 건 아니었다는 것이다. 역시나 <힐링캠프>가 가장 본연의 자태를 잘 드러내는 자리였던 지난 번 닉 부이치치 편 역시 '긍정'이라는 메시지에 있어서는 이지선 작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힐링캠프>에 출연해 과거 사진을 공개한 이지선 작가.

<힐링캠프>에 출연해 과거 사진을 공개한 이지선 작가. ⓒ SBS


오히려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해서 어떻게 살아'라고 생각할 수 있는 닉 부이치치와 '흉해서 어떻게 살아'라고 여길 수 있는 이지선 작가가 더 밝고 긍정적인 것이다. 영혼의 무게를 다는 저울이 있다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묵직할 그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보통사람이 욕구하는 삶을 극복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해탈의 경지일 것이다.

그러기에, 그저 자기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애달파 하던 사고 이전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이지선 작가의 결론이 그저 헛말만은 아니라는 공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나은 삶을 향해 자신을 들볶으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삶(?)을 반성하게 만든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이지선 작가는 "바로 지금"이라며 "병원에서 수술 후 세상에 나갈 생각을 접으라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이렇게 세상에 나와 있고, 누군가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 않느냐"고 해맑게 웃는다. 제 아무리 긍정의 여왕이라도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인정하기 힘들었던, 밖에 나갈 때마다 연예인과 자신의 닮은 점 10가지의 주문을 외며 용기를 냈던 이지선 작가가 세상 밖으로 나온 오늘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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